평택 읽기
평택시문화재단 이사
오늘날 우리 사회는 단순히 경제적 성장을 넘어 삶의 질과 행복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진화한다. 이러한 시대적 흐름 속에서 평택의 문화예술은 시민의 정서적 풍요를 풍성하게 하고, 지역의 고유한 정체성을 형성하는 핵심 동력으로 자리매김한다. 평택시문화재단 설립 후 다양한 문화예술 활동과 시민들의 문화 향유 기회를 넓혀 왔다. 이제 ‘연결’, ‘융합’, 그리고 ‘창의’의 관점에서 평택 문화예술이 지속가능한 생태계를 구축하고 자생력을 갖추는 방안을 모색할 때이다. 이에 평택 문화예술의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해 다음 세 가지를 제안하고자 한다.
첫째, 예술인이 창작의 꽃을 피울 토양을 가꾸어야 한다. 지속가능한 문화 생태계의 근간은 바로 예술인, 즉 사람이다. 이들이 안정적으로 창작 활동을 이어갈 때 비로소 풍부하고 깊이 있는 문화를 꽃피울 수 있다. 평택은 재능 있는 예술인들을 발굴하고 육성하기 위한 체계적인 프로그램을 마련해야 한다. 저렴하고 안정적인 창작 공간 지원, 초기 작품 활동을 위한 멘토링 제도, 그리고 다른 지역 예술인들과의 활발한 연결을 위한 네트워킹 플랫폼은 평택 예술인들의 창의적 역량을 강화하고 새로운 협업의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 또 예술 활동에 대한 합당한 보상과 복지 제도를 확대하여 예술인들이 오롯이 창의에 몰두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야말로 평택 문화예술의 질적 성장을 위한 가장 중요한 토대가 될 것이다. 예술인들의 창의적 불꽃이 활활 타오를 수 있도록 우리의 따뜻한 지지와 투자가 필요하다. 이처럼 예술인들이 평택의 역사, 풍경, 그리고 오늘날의 가치를 담은 독창적인 작품과 콘텐츠를 창조해낼 때 평택 고유의 문화적 정체성은 더욱 선명하게 빛나고 강화될 것이다.
평택 문화예술의 지속가능한
생태계 구축 위해 예술인의
창작 활동 토양을 풍요롭게
가꾸고 예술인 지원 재원을
다양하게 마련할 필요 있어
둘째로 문화 시설과 시민 참여를 통해 일상 속 예술을 펼쳐야 한다. 새로운 시설 건립도 중요하지만, 더욱 시급한 것은 기존 문화시설의 효율적 활용과 개방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 유휴 공간이나 작은도서관, 공원 등을 문화예술 활동이 자연스럽게 융합되는 다목적 공간으로 재활용하는 방안을 적극 모색해야 한다. 지난 10월 19일 현화근린공원에서 안중읍 주민참여예산으로 진행된 안중읍 야외도서관 행사는 폐도서를 활용한 펩아트·북폴딩 체험, 북콘서트, 공연 등으로 시민과 예술가가 연결되어 소통하는 열린 문화 공간으로서의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시민이 일상생활 속에서 쉽게 문화를 접하고 직접 참여하는 것은 지속가능한 생태계를 만드는 핵심 요소다. 평택의 곳곳에 숨겨진 유휴 공간들을 발굴하여 작은 공연·전시·워크숍 등이 펼쳐지는 ‘생활 속 문화 공간’으로 탈바꿈해야 한다.
이를 위해 남녀노소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다양한 장르의 문화예술 교육 프로그램을 확대하고 시민 예술 동아리 활동을 적극 지원하여 능동적인 문화 생산자를 길러내야 한다. 문화 시설의 물리적·심리적 문턱을 낮추고 ‘찾아가는 문화예술 프로그램’을 강화하여 문화 소외 지역과 계층에 대한 문화 복지를 실현하는 데 힘써야 한다. 문화 시설이 건물을 넘어 시민의 삶과 밀접하게 연결된 ‘생활 속 문화 공간’으로 거듭나는 길이자 우리 삶에 예술이 깊숙이 스미는 순간이 될 것이다.
셋째, 재원 다각화와 민관협력을 통해 지속 성장의 지혜를 모아야 한다. 공공 예산에만 의존하기보다 기업의 메세나 활동, 시민의 소액 기부·후원 등 다각적인 재원 융합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또 행정 중심의 문화 정책에서 벗어나 예술인·시민단체·기업·전문가그룹 등 다양한 주체가 함께 참여하고 논의하는 거버넌스 체계를 확립해야 한다. 이러한 연결과 융합의 협력은 문화 정책의 투명성과 전문성을 높이고, 지역의 고유한 특성과 필요를 반영한 창의적인 맞춤형 문화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궁극적으로 문화예술이 평택의 도시 경쟁력을 높이고 지역 경제 활성화에도 기여하는 선순환구조를 만들어, 모두가 함께 창의적인 미래를 그려나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평택 문화예술의 지속가능한 생태계 구축은 마라톤 경기라 할 수 있다. 단기성과에 급급하기보다는, 연결과 융합의 지혜를 통해 예술인과 시민이 함께 호흡하며 성장하는 문화 도시를 향한 긴 안목과 꾸준한 노력이 필요하다. 이러한 노력이 창의적인 결실을 맺을 때, 평택은 더욱 풍요롭고 매력적인 도시로 발돋움하고 시민이 살고 싶은 도시가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