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티아고 순례길 첫 번째 이야기

인생 후반 꼭 걸어보고 싶었던 산티아고 순례길 드디어 첫걸음

‘프랑스 길’ 통해 800km 가운데
11개 구간 250km 걸은 18일 동안의 산티아고 순례길 5회 연재

이계은 시민기자평택섶길해설사전 평택시 송탄출장소장
이계은 시민기자
평택섶길해설사
전 평택시 송탄출장소장

필자는 카톨릭 신자는 아니지만 수년 전부터 산티아고 순례길을 꼭 걸어 보리라 마음먹고 있었다. 먼 길을 걸으며 인생 후반 나 자신을 돌아보는 고독한 시간을 가져 보는 것도 괜찮겠다 생각했기 때문이다. 마침 평택섶길 동호인들이 주축이 된 여행팀에 합류할 기회가 생겼다. 9월 9일부터 9월 26일까지 18일간의 일정이다. 성 야고보(예수의 열두 사도 중 한명)의 유해가 모셔져 있는 스페인 북서부 ‘산티아고 콤포스텔라 대성당’을 향하는 산티아고 순례길은 프랑스 길, 포르투갈 길, 은의 길, 갈리시아 해변 길 등 여러 갈래다. 우리는 프랑스 길을 선택했다. 총 800km인 프랑스 길은 걷는 데만 온전히 40일 정도 걸린다. 우리는 그중 11개 구간 250km 정도를 골라 걷는다. 중세 이전의 유럽 역사는 카톨릭 성당의 역사다. 닿는 마을마다 서 있는 성당들은 제각각 개성과 아름다움에 나름 사연 들이 있다. 펜화 소재에 성당이 많은 이유다. 
대부분 유네스코 문화유산인 그들 소도시의 구시가지 들은 그냥 스쳐 지나가기에 아쉬운 마음이 들기도 했었다. 발목에 탈이 나고 발이 부르트는 등 난관들도 있었다. 일행들과 함께 겪은 18일간의 여정을 펜화와 함께 5부로 싣는다. 

 

출발

일행들은 출발 한 달 전부터 근처 백운산, 고성산, 백련봉, 덕암산을 오르며 연습을 한다. 히말라야 산악인 이종익 사진작가는 걷는 길 250km의 구간별 상세자료를 만들어 일행들에게 큰 도움을 준다. 그는 가는 곳마다의 유적지와 볼거리를 추려 일행들을 안내하기도 한다. 함께한 장순범 대표를 비롯한 일행들 모두 서로를 배려하는 좋은 사람들이다.

인천공항에서 평택 일행 10명과 각처에서 모인 14명을 만나 24명의 한 팀이 되었다. 그들은 교육자 출신, 부부와 아들딸 한 가족, 같은 성당의 교우들, 막 은퇴한 이들, 휴가를 낸 젊은이 등 다양하다. 그들은 한결같이 걷기의 고수들이다.

프랑스 툴루즈에 도착하여 점심을 먹고 나오니 거리에 축제가 열린 듯 박수치고 함께 노래 부르는 인파가 엄청나다. 그들이 든 작은 피켓의 내용은 예산을 먹어 치운 누군가를 규탄하는 집회다. 까만 가죽 제복에 선그라스 낀 경찰들은 한쪽에서 구경하고 있다. 프랑스 사람들이라니... 그들은 데모도 예술이다.

평택섶길 동호인 주축 24명

일행 배려 속 출발하며 격려

 

프랑스길은 프랑스 남부 생장에서

출발해 스페인 북부 팜플로나,

부르고스 등 역사적 도시와 마을지나

북서부 위치한 산티아고

콤포스텔라 대성당 가는 유명 코스

9월 9일 인천공항 출발해

프랑스 툴루즈에 도착한 후

9월 10일 성모마리아가 발현했던

프랑스 루드르 대성당과

순례길 출발점인 생장을 거쳐,

첫 구간인 피레네 산

나폴레옹길로 들어서

루르드 대성당

9월 10일 오후에 도착한 루르드는 시내 가운데로 강물이 흐르고 산으로 둘러싸인 인구 만오천의 소도시다. 루르드는 세계 3대 성모성지 중 하나로 연간 500만 명 이상의 관광객이 찾는다. 1858년 프랑스 남부의 피레네 산맥에 인접한 시골 마을 루르드에 문맹의 가난한 14세 소녀 베르나데트가 살고 있었다. 그녀는 그해 2월 11일 땔감을 구하기 위해 가브드포 강가로 갔다가 마사비엘 동굴에서 황금빛의 구름과 함께 나타난 아름다운 여인을 보았다.

여인은 하얀 드레스에 머리 위에서 발까지 내려오는 하얀 베일을 걸치고 하늘색 허리띠를 두르고 있었다. 성모마리아였던 여인은 이날부터 7월 16일까지 총 열여덟 번을 발현하며 중요한 메시지를 전했다. 아홉 번째 발현에서 성모님은 바닥을 가리키며 ‘샘물을 마시고 씻으며 그곳에서 자란 풀을 먹어라’ 그 후 샘은 치유의 샘이 되었다.

열여섯 번째 발현에서 성모님은 ‘나는 원죄없는 잉태이다(I’m maculata conceptio)’라고 이름을 밝혔다. 그 후 1862년 1월 18일 성모님의 발현은 공식적으로 공인되었고 1866년 마사비엘 동굴 바로 위쪽에 작은 지하성당이, 1876년에 고딕양식의 무염시태(無染始胎) 대성당이, 1889년 로사리로 대성당이 봉헌되었다. 절벽 위의 성당, 성당 바로 앞을 흐르는 가브드포 강물, 강변과 성당 주변의 오래된 나무들, 멀리 산 위의 고성 등 주변의 풍광은 그림처럼 아름답다. 서로 반대 방향의 성당 모습들이 아까워 두 점을 그렸다. 성당 앞 돔 위의 금빛 왕관(Crown)은 성모마리아의 발현을 기념하는 루르드 대성당의 대표적 상징물이다. 성당 들어가는 길 곁 성모상과 아픈 사람 조각상에는 ‘구원해 주세요(SALVS)’ 문구가 있다. 나도 몸과 마음이 아픈 내 주변 사랑하는 이들의 치유를 간절히 기원해 본다. 기도발이 살아야 할 텐데...

 

생장

생장은 프랑스 길의 시작점이다. 고풍스런 구 시가지를 걸으며 일행들은 사진 찍기 바쁘다. 언덕길 곁 알베르게(순례자 숙소) 앞에는 배낭이 늘어서 있다. 배낭을 멘 순례자들이 무리 지어 지나간다. 생장 시내 관광을 마치고 숙소로 가는 길은 옥수수 밭과 목초지가 끝도 없이 이어진다. 산 밑의 호텔은 근사한 옛날 건물이다. 친절해 보이는 여주인이 미인이다. 호텔 베란다에서 내려다본 포도밭, 목초지, 고성이 있는 건너편 산 등 조망이 훌륭하다.

 

생장 – 론세바예스, 피레네 산 나폴레옹길

드디어 산티아고 순례길의 첫 구간이다. 생장에서 택시로 8km 가량 오리송 언덕으로 이동한다. 20 여분 이동하는 동안 배낭을 멘 순례자들이 열심히 올라가고 있다. 차를 피해 주며 손을 흔드는 그들 모습이 밝고 씩씩하다. 오리송 알베르게는 800m 고도에 있다. 하나밖에 없는 화장실에 긴 줄이 늘어서 있다. 유럽 사람들은 화장실에 그리 인색한지. 모두 해결되는데 30분 넘게 걸린다. 꼭대기는 1430m다. 그 꼭대기까지 말·소·양 떼들이 있다. 길엔 녀석들이 싸놓은 똥들이 천지다. 가끔 돌로 쌓은 목동들의 움막이 보이지만 목동의 인기척은 없다. 피레네 산길은 나폴레옹이 포르투갈을 정벌하기 위해 넘었던 길이다. 결과적으로 나폴레옹 몰락의 한 요인이 되었다. 한가로이 풀을 뜯는 말, 소, 양 떼들, 끝없이 펼쳐진 연둣빛 구릉들과 아래로 멀리 보이는 푸른 경관들, 피레네 산을 오르는 완만한 길은 그지없이 아름답다. 한 무리의 외국인 순례객이 우리를 지나가며 우리 일행 중 흘린 물건을 스틱 끝으로 건네준다. 고마운 그들은 격려도 잊지 않는다.

부엔 까미노(Buen Camino, 평안을 빌어요)~. 모든 여정이 잘 풀릴 것 같다.

 

※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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