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태풍
태풍이 오고 있었다
나무들이 휘청거리고 창문들이 흔들리고 있었다
흔들린다는 것은 중심이 위태롭다는 뜻이다
폭풍우 속에 휩쓸린 새떼를 보았는가?
벌거벗은 몸으로 우뚝 서 있는 바위들을 보았는가
그 와중에도 빗방울 털어내며
꽃을 피워 물고 있는 들풀들
거센 비바람 속에서도 젖지 않는 고집을 보았는가
태풍이 닥칠 때마다 몸을 낮추면
더욱 강해지는 저마다의 생명력이 있었다
흔들릴지언정 부러지지 않으며
바람처럼 살아내는 자연의 섭리를 배우고 익힌 것이다
고난이 지나간 자리에는
반드시 무지개 뜨고 햇살 비치리니,
때를 기다릴 줄 아는 지혜를 오늘은 들풀에서 배운다
태풍이 오면 태풍으로 살고
바람이 불면 바람으로 살리라
지독한 고난이 들이닥쳐도 생의 꽃을 피우며
두려움 없이 살아내리라
울컥
가을바람이 서늘해진다
오감을 움츠러들게 하는 마법이 느껴진다
두 어깨를 감싸안으며
뒤따라올 추위를 가늠해본다
길어지는 그림자를 이끌고
홀로 직진으로 걷는다
굴러다니는 낙엽들의 행로를 점쳐보다가
내 안에서 피고 지는
꽃과 낙엽들을 생각한다
추억의 회로를 되돌려보면
마치 먼 곳에서 굴러오는 파도 소리 같은
출렁거림에 마음의 문을 열어보는데
울컥, 형용할 수 없는 그 무엇이 솟구친다
풀지 못한 숙제 같다
그리운 사람 하나 곁에 두지 못하고
보내버린 탓일 것이다
기억만큼 소중한 것도 없을 것 같아
기억하려 한다
잊지 않으려 한다
성균관대 법학과 졸업
한국시사문단작가협회 회원
평택문인협회·평택수필작가협회 회원
시사문단문학상 수상
평택 미소요양원 원장
평택시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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