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칼럼
평택대 AI융합대학원 교수
평택대 AI융합연구센터장
경기도교육정책자문위원
“누구도 소외되지 않도록.”
지능정보 사회가 확산되며 점점 더 많은 이들이 정보의 바다에 접속하고 있다. 그러나 그만큼 ‘접속할 수 없는 이들’의 소외는 더욱 깊어지고 있다. 기술은 빠르게 진보했지만, 누구나 그 혜택을 누릴 수 있는가에 대한 물음은 여전히 유효하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지난 2025년 1월 제정된 ‘디지털포용법(법률 제20672호)’은 디지털 포용을 국가의 정책적 책무이자 국민의 기본권으로 규정하며, 누구도 소외되지 않는 포용적 지능정보사회로의 전환을 천명했다.
디지털포용법이 말하는 새로운 권리
디지털포용법은 “사회의 모든 구성원이 차별이나 배제 없이 지능정보기술의 혜택을 고르게 누릴 수 있도록”(제2조 제1호) 하는 것을 ‘디지털포용’으로 정의한다. 법 제3조는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책무로 디지털접근권, 역량 강화, 대체수단 마련 등을 명시하고 있으며, 공공과 민간이 협력하여 디지털취약계층의 참여 기회를 보장하도록 의무화했다.
특히 제15조는 ‘디지털역량센터(디지털포용센터)’의 지정과 지원을 통해 지역 중심의 교육·상담·기기 지원을 수행하는 거점 기능을 강조한다. 이는 단순히 IT 기기 사용법을 가르치는 공간이 아닌, 디지털 공간에서 ‘살아갈 수 있는 권리’를 실현하는 플랫폼이다.
실제로 유럽연합은 디지털 능력을 읽고 쓰는 문해력에 그치지 않고, 참여 능력, 문제 해결력을 포함하는 ‘시민을 위한 디지털 역량 프레임워크(DigComp)’를 정립하여 교육 정책에 반영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국가 수준 디지털 리터러시 검사 결과에 따라 디지털 도구 활용 능력 (기기 조작 등), 디지털 정보·데이터 활용 능력, 디지털 의사소통·협력 능력, 디지털 자원 생산 능력, 디지털 안전·건강, 다섯 개 평가영역을 기반으로 사용자를 4단계 성취 수준(1~4수준)으로 분류하고 있다
디지털역량센터는 이러한 세분화된 평가체계를 기반으로 맞춤형 교육과 기기 지원, 심리적 디지털 트라우마 케어까지 수행하는 복합공간이다.
국내외 지역 중심 포용 실천 사례들
서울시는 ‘디지털배움터’를 도서관·복지관·아파트 커뮤니티 공간 등과 연계하여 고령자 및 정보취약계층을 위한 생활 밀착형 디지털 역량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또 디지털안내사를 통해 키오스크, 스마트폰 사용법을 일대일 맞춤 교육으로 확장하고 있다.
해외에서는 독일의 ‘디지털 엔젤(Digital Engel)’ 프로젝트가 대표적이다. 이동형 상담 버스를 통해 마을과 노인센터 등을 방문해 기초 디지털 역량뿐 아니라 스마트홈, 개인정보 보호, 온라인 커뮤니케이션 등 실용 기술을 직접 체험 중심으로 교육한다. 이는 법 제18조에서 강조하는 사회참여 기반형 포용 모델과 밀접하게 닿아 있다.
디지털역량센터는 다기능 복합공간
맞춤형 교육·심리케어 등 수행하며
누구도 소외되지 않는 도시 위한
사회적 기반으로 선택의 문제 아냐
평택형 디지털포용센터(가칭), 왜 필요한가?
평택시는 외국인 노동자와 고령 농촌지역, 스마트 산업단지가 공존하는 도시다. 다양한 언어, 문화, 생활환경이 얽혀 있어, 단순한 기술 전달이 아닌, 지역 맞춤형 ‘디지털 생활 통합 플랫폼’이 절실하다.
이에 평택대 AI융합연구센터는 평택시민대학, 지역 중소기업, 복지시설 등과 협력하여 AI 기초 교육, 스마트기기 대여, 노인을 위한 AI 건강코칭, 장애인 가상 직무훈련, 고령자 모바일 활용 교육 등을 결합한 ‘지역형 디지털포용 실험 모델’을 기획하고 있다.
이는 법 제15조의 디지털역량센터 지정, 제14조의 맞춤형 교육, 제18조의 취약계층 사회참여 지원을 통합하는 지역 실현형 구현모델로 평가될 수 있다.
디지털포용, 시민의 권리에서 도시의 품격으로
디지털역량센터는 더 이상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 이는 기술과 복지의 새로운 결합 지점이며, 누구도 소외되지 않는 도시를 위한 사회적 기반이다.
평택이 AI 산업도시로 성장하기 위해서도 시민 개개인이 디지털 문해력을 갖추고 기술과 함께 살아갈 수 있어야 한다. 디지털포용은 ‘도와주는 것’이 아니라 ‘함께 살아가는 조건’을 만드는 일이다.
이제는 물어야 한다. 디지털 사회에서 우리는 모두 연결되어 있는가?
그 질문에 평택시가 먼저 답할 때, 진정한 스마트도시의 길이 열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