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몽아가포럼 창립 10주년 기념
오케이농장이 함께한
‘지구온난화 방지 몽골 온실 설립’ 방문기
2015년 평택시민 12명이 몽골 방문 후 한몽아가포럼(Association of Global Green Artists)이 창립했다. 설립 목적은 지구온난화 방지와 몽골 노동자 농업기술교육. 그리고 10년간 1단계 사업으로 몽골국립생명과학대 교수진과 매년 2월에는 몽골에서 평택을, 8월에는 평택시민이 몽골을 방문하는 형태로 교류를 이어왔으나 코로나 팬데믹 사태로 중단했다. 다시 2023년 10월 2단계 사업으로 평택시와 인근지역에서 노동자 생활을 하는 몽골인 커뮤니티와 만남을 통해 몽골인공동체에 포크레인 중장비 교육, 김학정 사무처장이 운영하는 오케이농장에 감자와 배추를 심어 나누는 활동 등의 교류를 진행했다.
이러던 중 10여 년 전부터 평택서부역 M센터에서 근무하다 귀국한 아치트 목사와 에리카 아미와 앙흐토야의 요청으로 몽골 천진벌덕(Tsonjin Boldog) 지역의 칭기스칸 동상 근처에 작은 온실 1동을 설립하기로 뜻을 모았다. 마침 오케이농장이 평택시국제교류재단의 민간단체 국제교류 지원사업 대상자로 선정돼 온실 설립을 지원받을 수 있었다.
한몽아가포럼은 서현석 6대 회장(우리들내과 원장), 김학정 사무처장, 김승겸 평택시의원, 김범수 평택대 명예교수 등 11명의 방문단을 꾸려 8월 14~19일 4박5일간 몽골 천진벌덕 지역을 방문해 온실 설립을 진행했다. 이에 김범수 교수가 보내온 ‘한몽아가포럼 창립 10주년 기념 지구 온난화 방지 몽골 온실 설립 방문’ 기록을 싣는다.
몽골을 향해 출국
8월 14일 오후 2시 30분 몽골 항공기 탑승을 위해 출국 3시간 전인 오전 11시 30분 인천공항 1터미널에 집합했다. 기상이변과 폭풍으로 오후 2시 30분 출항이 4시 30분으로 2시간 지연 출국했다. 몽골 칭기스칸공항에 밤 8시 무렵 도착하니 한국의 가을날을 떠올리게 하는 기후가 방문단의 기분을 상쾌하게 했다. 예약된 식당으로 가는데 길이 많이 막혀 밤 11시에 저녁식사가 시작됐다. 식사에서 일행 중 황수영 대표(EN KORIENT, 바이오디젤 제작회사)와 사전에 약속한 몽골 측 관계자 3명과의 첫 만남을 시작했다. 조용욱 전 한국전력 지사장의 “몽골반점이 있는 한국인과 몽골인이 함께 힘을 합치자”는 건배사에 분위기가 한층 화기애애해졌다. 늦은 저녁은 새벽 1시를 넘기고서야 마무리됐다.
바양걸구 공원사업소 방문
8월 15일 오전 9시 울란바토르 시내에 있는 국회의사당 앞 수흐바타르 광장을 방문했다. 수흐바타르 장군은 1917년 러시아혁명에 자극받아 공산주의자가 되어 몽골인민당을 결성, 독립을 위한 무장투쟁에 나선다. 레닌의 협조로 1921년 인민의용군을 결성하고 7월 11일 울란바타르에 인민정부를 수립하고 몽골 독립을 선포했다. 당시 수흐바타르 장군이 없었다면 현재 몽골이 중국 영토이지 않을까 하고 생각하며 장군의 동상을 다시 한번 더 보게 되었다.
오후에는 바양걸구 공원사업소를 방문했다. 필자와 이곳과의 인연은 1997년 평택대 대학원에서 사회복지학을 전공한 오드너(Odnoo)가 바양걸구 공무원이 되면서 시작됐다. 2023년 8월 오드너는 바양걸구 공원장(구의원)이 한국을 방문해 평택시 관련 공원 현장을 방문하고 싶다는 의사를 전했고 그해 11월 중순 바양걸구 공원장은 평택을 방문해 함박산중앙공원을 둘러보고 김승겸 의원과 친교를 나눴다. 이러한 인연으로 바양걸구 공원사업소는 방문단을 반갑게 맞이했다. 바양걸구는 앞으로 10여 년안에 공원을 완공할 계획이나 예산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했다. 공원사업소 측은 오는 11월 평택을 방문해 공원현황을 견학하고 싶다는 의사도 밝혔다.
8월 16일 몽골 천진벌덕 지역에 온실 설립
몽골 방문 셋째 날인 8월 16일은 칭키스칸 동상이 있는 천진벌덕 인근에 작은 온실을 설립하는 날이다. 오전 일정으로 1995년 한국인이 설립한 울란바토르대학 견학, 나란툴전통시장 방문을 진행했다. 울란바토르대학의 학생 수는 2300여 명으로 한국인이 외국에 설립한 대학 중에 가장 규모가 크고 모델이 되는 대학으로 알려졌다. 대학 인근에 있는 나란툴전통시장은 우리나라 남대문시장을 연상케 했다.
점심은 평택에 거주하는 몽골인의 부모·형제 12명을 초청해 이뤄졌다. 참가자들은 두 시간 동안에 평택에 있는 가족의 안부를 확인하고 서로의 상황을 공유했다.
오후 온실을 설립한 천진벌덕 지역으로 향했다. 이곳에는 평택M센터에서 근무했던 아치트 목사가 운영하는 캠프와 농장이 있었다. 평택에서 일한 경험이 있는 분들과 기본 틀을 갖춘 온실에 비닐을 씌우는 작업을 진행했다. 온실 설립을 완료하고 10분 거리에 있는 게르 숙소로 이동했다. 밤 12시가 되니 바람이 거세지면서 벼락과 천둥 빗소리가 요란했다.
평택에서 노동자 생활을 하고
귀국한 몽골인 15명과 저녁식사
8월 17일에 관광객이 가장 즐겨 찾는다는 테를지국립공원을 향했다. 먼저 우리를 반겨주는 거북바위. 어젯밤 세찬 비바람이 몰아친 후여선지 더욱 파란 하늘과 구름이 인상적이었다. 백스님바위 등을 중심으로 거닐다가 점심식사에 이어 말타기를 체험했다.
넷째 날의 주요 일정은 평택에서 노동자 생활을 하고 귀국한 15명과 함께하는 저녁식사였다. 몽골의 전통 육류 찜리인 허르헉과 각종 채소로 식사하는데 평택·원평동·신평동·태산아파트·통복시장 같은 익숙한 단어가 들려왔다. 평택에서 노동자 생활을 하다 귀국한 몽골인과의 만남은 필자가 일본유학 시절 교토에서 고향 분들을 만난 기분을 떠올리게 했다.
평택시와 우호 교류 합의 체결한
투브아이막 도청 방문
마지막 날인 19일 오전 칭기스칸동상 기념관을 방문했다. 이곳을 방문할 때마다 느끼는 점 하나. 세계에서 가장 많은 영토와 국가를 지배했던 몽골제국은 왜 당시의 영광을 계속 유지하지 못했을까 하는 회한을 이날도 지울 수 없었다.
이어 오후 3시 평택시와 우호교류합의를 체결한 투브아이막 도청을 방문했다. 투브아이막 도청에 도착하니 오트곤바야르(Otgonbayar) 부지사가 정장선 평택시장과의 교류를 이야기하며 환영해주었다. 이에 서현석 한몽아가포럼 회장, 김승겸 평택시의원의 인사가 오고갔다. 곧이어 투브아이막 도서관을 찾아 평택시 기념관도 방문했다.
마지막 날 묵을 게르 캠프에 여정을 풀었다. 밤 10시부터 칭기스칸 보드카와 함께 대화가 이어졌다. 화제의 주인공은 김학정 사무처장의 차남 김인기. 이번 방문에서 총무를 맡아 각종 궂은일을 담당했다. 2년 전부터 몽골인 공동체와 교류해온 김학정 사무처장에게 몽골여성을 며느리로 삼으면 어떻겠냐는 의견이 농담반 진담반으로 들어왔다고 한다. 그리고 이날 김인기 총무는 몽골 여성과 결혼하겠다고 선언했다.
일정을 마무리하고 잠들려 하니 옆 게르에서 크게 외치는 소리가 들렸다 “별 보러 나오세요.” 정말 모래알보다 많은 별을 보는 순간 함성이 곳곳에서 메아리처럼 퍼졌다.
귀국
한몽아가포럼 창립 10주년을 기념해서 이루어진 5박6일의 몽골방문. 이번 방문은 10년 전 평택주민이 몽골을 방문하며 만들어진 ‘작은 한몽아가포럼’의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는 시간이었다. 모든 프로그램은 지구온난화와 평택시에서 근무한 노동자와의 공동체를 생각하면서 기획했다. 한마디로 에코 투어(Eco Tour)를 처음으로 실천해 보는 여정이었다. 기억에 남는 일은 김학정 사무처장이 팽성에 자신이 잘 재배한 고시히카리 쌀 10포(4kg)를 가져와 방문 기념품으로 전달한 것이다. 평택에서 4년여 노동자 생활을 하다가 귀국한 산닥(Sandag) 기사도 기억에 남는다. 그가 운전한 25인승 현대 중고 버스에 ‘공무 수행’이라고 쓰인 글씨를 보며 버스에 탈 때마다 서로 몸조심 말조심하라고 덕담하던 순간이 생각난다.
평택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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