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칼럼

정종해 대표평택청년플랫폼 피:움
정종해
평택청년플랫폼 피:움 대표
평택시민모니터링센터 운영진
본지 지면평가 위원

국회가 마침내 노조법 2,3조를 개정했다. 일명 ‘노란봉투법’으로 불리는 이번 개정은 오랜 세월 수많은 노동자들이 손해배상과 가압류의 위협 속에서 권리를 제대로 행사하지 못한 구조를 개선한 것이다. 이제야 헌법이 보장한 노동3권을 제도적으로 뒷받침할 수 있는 길이 열린 셈이다. 이번 개정은 노동자뿐 아니라 우리 사회 민주주의를 성숙시키는 중요한 전진이라 할 수 있다.

무엇보다 의미 있는 변화는 과도한 손해배상 청구의 제한이다. 그동안 사용자들은 파업이 일어날 때마다 수십억 원대 손배 소송을 제기했고, 노동자의 집과 통장이 압류되는 일이 벌어졌다. 대표적 사례가 바로 평택시민에게도 익숙한 쌍용자동차(현 KG모빌리티) 사태였다.

2014년 법원은 쌍용자동차 옥쇄파업에 참여한 노동자들에게 47억 원의 손해배상 판결을 내렸다. 최후의 수단으로 파업을 벌였다는 이유로 감당하기 어려운 빚을 떠안게 된 것이다. 이 소식을 접한 한 시민이 ‘노란색 봉투’에 4만7000원을 넣어 전달하면서 노란봉투 모금운동이 시작됐다. 과거 월급 봉투 색깔에서 착안한 이 운동은 전국으로 확산돼 약 15억 원이 모였지만, 전체 배상액에는 턱없이 부족했다. 이 사례는 손해배상 소송이 헌법이 보장한 단체행동권을 사실상 무력화하고 있었음을 보여준다. 노란봉투법은 이러한 악순환을 끊어내고 노동자들이 더 이상 ‘빚더미 위의 파업’에 내몰리지 않도록 했다.

일명 ‘노란봉투법’으로 불리는
이번 노조법 개정은 
과도한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고, 
하청·특수 고용 노동자의 
권리 보장을 강화 해 궁극적으로 
노사관계 전반의
신뢰를 강화하는 데 기여할 것

또 하나 주목할 점은 하청·특수고용 노동자의 권리 보장 강화다. 원청의 지시로 사실상 노동이 이뤄지지만, 법적 책임은 회피해온 현실은 오랫동안 사회적 갈등의 뿌리였다. “진짜 사장이 나오라”는 구호가 상징하듯, 하청·플랫폼 노동자는 교섭 테이블조차 보장받지 못했다. 이번 개정은 이 불평등 구조를 개선할 단초를 제공하며, 노동시장의 취약계층에게 큰 희망이 될 것이다. 나아가 이 변화는 더 많은 노동자가 사용자와 대등하게 교섭할 수 있는 사회적 기반을 마련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번 개정은 단순히 노동자의 권리를 회복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이는 노사관계 전반의 신뢰 회복으로 이어질 수 있다. 그동안 손배와 가압류 위협은 협상을 무너뜨리고 불신을 키워왔다. 이제는 사용자도 합리적 대화와 타협을 통해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환경이 조성된다. 갈등이 극단으로 치닫기 전에 사회적 대화와 협상이 제 역할을 하게 되는 것이다. 이는 불필요한 사회적 비용을 줄이고, 장기적으로는 기업의 지속 가능성과 국가 경쟁력에도 기여할 수 있다.

물론 법 통과가 곧 모든 문제 해결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재계와 일부 정치세력은 법 취지를 무력화하려 할 것이고, 보수 언론을 통한 반발도 이미 시작됐다. 또한 현장에서 법이 어떻게 적용될지는 앞으로 풀어가야 할 과제로 남아 있다. 그럼에도 이번 개정이 노동자의 권리를 한 단계 끌어올린 중요한 출발점임은 분명하다.

이번 개정은 단순한 법률 조항의 수정이 아니다. 이는 헌법이 보장한 권리를 현실에서 구현하고, 민주주의의 근본을 강화하는 작업이다. 권리를 보장받은 노동자는 불안에 떨지 않고 정당한 교섭과 협상을 통해 문제를 풀 수 있다. 이는 결국 산업현장의 불신과 갈등을 줄이고, 사회적 신뢰를 회복하는 길로 이어질 것이다. 나아가 우리 사회가 더 성숙한 민주주의로 나아가는 기반이 될 것이라 믿는다.

 

※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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