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가을 속에서

 

잔디에 펼쳐놓은 돗자리 위에서
낙엽처럼 뒹군다
선명한 경계를 넘지 않을 만큼의 몸짓이다 
저무는 빛이 돌아앉은 사람들의
등을 쓰다듬으며 땅으로 내려앉을 때
오지 않을 것 같은 가을은 
이미 저만치 가고 있다
떨어진 나뭇잎들은 바람에 날려도
허공으로 흩어질 뿐
다시 푸른 잎사귀의 행렬에 들 수 없다
돗자리를 접으며
바삭했던 휴일 오후를 거두어들인다

가을 속에서 가을을 찾고
내 안에서 나를 더듬거렸던 날들
적당히 눈 가리고 싶을 때
어둠이 먼저 길을 내주었다
아무리 재촉해도 삶은 언제나 지금,

붙잡고 싶은 것들이 있었던가

 

 

불안의 밤

 

오랜 시간 생활에 발 묻고 살았다
때때로 잠에서 깨어나던 한밤중
어디서 불어오는지 모를
바람에 한기를 느끼며
쉬이 가라앉지 않는 불안의 밤을
이불로라도 덮어보려고 했다
깊어진 밤 틈새로 새벽이 오고 아침이 밝아지면
생활에 묻힌 발 속의 우직함이
사나웠던 밤을 바쁜 걸음으로 누르곤 했다
벽을 타고 오르는 담쟁이처럼
불안과 불안의 틈새에서 
밤과 밤의 틈새에서
삶의 균형들은 고요히 자라난다

틈새에 피어나는 꽃처럼
간절히 뿌리를 뻗어본다


 

이미연 시인
이미연 작가
명지대 사회교육대학원 언어치료학과 졸업
평택시민예술대학 수료
언어 재활사
나무야아동발달센터 원장
동서문학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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