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30일부터 9월 14일까지
웃다리문화촌 전시실에서

예술과 해학으로 의류 소비 문화의 각성을 외치다

예술공작소 재생프로젝트 ‘리버스 & 리버스’는 의류 폐기물이 환경오염을 유발하는 현실을 알리고 각자의 소비 활동을 돌아보자는 예술가들의 질문과 외침을 모아낸 전시회다. 이 전시회에는 김선·양미정·천인안·배춘효·신은주 5인이 참여한다.(뒷줄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예술공작소 재생프로젝트 ‘리버스 & 리버스’는 의류 폐기물이 환경오염을 유발하는 현실을 알리고 각자의 소비 활동을 돌아보자는 예술가들의 질문과 외침을 모아낸 전시회다. 이 전시회에는 김선·양미정·천인안·배춘효·신은주 5인이 참여한다.(뒷줄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옷은 탄생하는 순간부터 폐기되기까지 많은 환경오염을 유발한다. 패션 산업이 배출하는 탄소는 전 세계 탄소 배출량의 10%에 달한다. 전 세계 농약 사용량의 11%, 폐수의 20%는 의류 생산 과정에서 발생한다. 그리고 버려진 옷은 썩지 않는 쓰레기가 된다. 옷의 절반 이상이 페트병과 같은 플라스틱 원료인 폴리에스터로 만들어져서다.

이러한 현실을 알리고 각자의 소비 활동을 돌아보자는 예술가들의 질문이며 외침을 모아낸 예술공작소 재생프로젝트 ‘리버스 & 리버스’ 전시회가 문화예술단체 ‘아트컴예술나눔’ 주최로 열린다. 김선·배춘효·신은주·양미정·천인안 5인의 작가가 8월 30일부터 9월 14일까지 웃다리문화촌에서 버려지기 직전의 헌옷에 예술을 입혀 제작한 각자의 작품을 전시한다. 작가들의 손끝에서 재탄생한 헌옷 작품에서 ‘덜 만들고, 덜 사는’ 삶으로 나아갈 실천의 조각을 찾아볼 수 있다. 이에 5인의 작가를 만나 작품을 통해 전달하고 표현하려는 바를 들어보았다.

예술공작소 재생프로젝트를 시작하거나 참여한 계기부터 듣고 싶다

신은주 우리는 멋을 위해 지구를 쓰레기장으로 만들고, 오염과 자원 고갈이라는 대가를 치르고 있다. 대학에서 의상학을 전공하고 14년간 의류업계에 몸담았고 현재 예술가로 살아가는 저로서는 이런 현실을 외면할 수 없었다. 지난해부터 의류 폐기물에서 비롯되는 자연 파괴와 환경오염의 심각성을 예술과 해학으로 풀어내는 예술공작소 재생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준비했다.

김선 대학 4학년 때부터 30년 넘게 정크아트에 관심을 두고 작업을 해왔다. 지난해 말 신은주 작가로부터 ‘심각한 환경오염을 초래하는 의류의 과잉 생산과 소비에 대한 사회 심리적 문제를 조명하고 지역사회에 의류 소비와 폐기의 문제에 대한 다양한 담론을 생산’하는 전시회 참여를 제안받고 흔쾌히 응했다.

천인안 기후 변화와 자원 고갈, 생태계 파괴가 통계 속 숫자를 넘어 일상의 불편과 불안을 낳는 순간을 마주하며, 예술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스스로 질문해왔다. 재봉틀로 그림을 그리는 소잉아트(Sewing Art) 작가로서 전시에 참여해 그 답을 매일 몸에 닿는 ‘옷’에서 찾고 있다.

배춘효 지난해부터 전시 기획을 논의하는 과정에 함께해왔다. 헌옷을 재생하는 단계를 넘어 재해석함으로 예술적 행위로 승화시키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가족과 지인의 손에서 나온 폐의류가 작업실을 가득 메우는 모습을 보며 우리가 얼마나 과잉 소비에 길들여졌는지를 체감하고 있다. 눈에 보이지 않았던 환경문제의 실체를 예술로 직시해야겠다는 절박함을 느끼고 있다.

양미정 한국화·동양화라는 평면 작업을 해오다 헌옷을 활용한 설치 조형을 제안받았다. 어떻게 접근할지 정말 많이 고민한 끝에 참여를 결정했다. 헌옷을 동양화에 단순 결합하기보다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접근하고자 한다.

헌옷을 활용한 정크아트·업사이클링 전시회와의 차이점은 무엇인가

천인안 환경 파괴 경고에 머무르지 않고 그 대안과 실천방안을 사유하고 제시하는 데 있다.

배춘효 헌옷, 생산-유통 과정에서 발생한 의류 쓰레기를 폐기하지 않고 재생과 재탄생의 영역으로 연결하는 메시지가 이번 전시의 핵심이다.

김선 다섯 명의 작가가 공통으로 헌옷을 작품 재료로 사용한다. 헌옷을 재탄생시킨 다양한 예술작품을 견줘보는 즐거움이 있을 것이다.

신은주 옷의 생산·소비 과정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다루되 개인적 경험과 사회적 맥락, 소비문화의 심리까지 포괄해 관람객이 생각하고 행동으로 옮길 수 있는 대안을 제시하려 한다. 이번 전시가 평택시민에게 작은 실천을 떠올리는 자리가 되길 기대한다. 헌옷은 의외로 다양한 의미가 있다. 오래 입은 옷, 가족이나 지인이 물려준 옷, 버리기는 아까워 옷장 속에 쌓아둔 옷, 실제 버리는 옷 등등. 작가들이 헌옷을 어떻게 해석했는지에 따라 작품의 메시지와 예술적 방향을 파악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배춘효 버리기 아까워 옷장에 잔뜩 넣어뒀던 헌옷에 주목했다. 그리고 쓰레기로 버리기 전에 시각과 관점을 뒤집어 재생하는 과정을 작품에 담아내고 있다.

신은주 헌옷을 ‘소비가 추동한 결과’라고 본다. 경제 활동으로 포장되는 소비의 끝은 결국 쓰레기로 귀결된다. 대다수 의류 폐기물, 건축 폐기물 등은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것이 아니다. 욕망에 기반한 과잉 소비가 원인이다.

 

예술공작소 재생프로젝트에 출품할 작품을 소개한다면

배춘효 ‘자각지문(自覺之文)’이라는 설치·영상 융합 작품이다. 오귀스트 로댕의 ‘지옥의 문’을 오마주하여 구상했다. 거대한 문 구조물, 작은 옷 무덤, 폐의류의 현실과 자연의 복원을 교차시킨 영상 등을 통해 글로벌 생산-소비-폐기의 비가시적 흐름을 상징적으로 드러낸다.

천인안 ‘욕망의 터널을 벗어나 희망으로’를 주제로 신작 ‘터널’을 공개한다. 어둠으로 형상화된 터널은 재앙을 보지 못하는 현실을 드러낸다. 그 속에 8년간 입어 온 헌옷을 소잉 드로잉 기법으로 다시 꿰매는 과정을 거쳐 디스플레이함으로써 ‘오래 입기’라는 일상의 실천이 파괴를 늦추는 작지만 강한 몸짓임을 증명한다.

김선 ‘다시 세우다’를 주제로 오래된 옷들을 해체하고, 재조합하고, 자연의 형태로 재탄생한 작품을 제작하고 있다. 옷은 피부에 가장 가까이 닿고 일상의 리듬을 함께 살아낸 사적 오브제다. 낡은 천 위에 남은 기억의 결들을 읽어내는 과정이 제게 조형적 실험이자 사라짐과 생성의 공존이다.

신은주 버려진 옷을 삶의 숨결로 되살리는 여정을 ‘꽃으로 피어나다’를 주제로 형상화했다. 평면 콜라주 시리즈 ‘꽃이 되다’에서는 옷을 해체해 그 기억과 용도를 지워내고 ‘옷을 입는 존재’인 인간의 본질을 질문한다. 설치작품 ‘화산(花山) 폭발하다’는 산더미 같은 폐의류 속에서도 인간 정신의 고귀함과 자연의 순수한 아름다움이 솟아날 수 있다는 희망을 담았다.

양미정 헌옷을 돌탑에 빗대 희망을 쌓는 과정으로 재탄생시키는 ‘희망을 쌓다’를 전시한다. 산이나 강에서 보게 되는 돌탑은 자연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자연과 공존한다. 그 위에 다시 돌을 쌓으려면 욕심을 버려야 한다. 탑 쌓기는 아래층과 위층의 무심한 듯 끈끈하게 서로 연결하는 무언의 행위다. 그렇게 환경오염의 상징이던 헌옷을 자연과 공존하는 희망의 돌탑으로 형상화했다.

 

자신의 작품에 담아낸 메시지를 한 단어나 한 문장으로 압축해달라

배춘효 자각과 실천

양미정 희망을 쌓다

김선 잊고 지냈던 것들, 소재의 기억, 사물의 시간, 존재의 가치에 다시 질문을 던지는 계기

신은주 당신이 아름다운 것은 멋진 차림새 때문이 아니라 당신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당신은 삶이라는 열매를 맺는 꽃이다

천인안 우리가 외면한 환경 위기의 터널을 지나기 위해, 오래 입고 고쳐 쓰는 작은 실천이 헌 옷의 재탄생처럼 나비효과를 일으켜 변화를 확산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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