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칼럼
평택안성지역노동조합 위원장
평택안성비정규노동센터 소장
평택시가 지난 7월 14일 시청 종합상황실에서 정장선 시장 주재로 폭염 대비 추진 대책 긴급 점검 회의를 갖고 부서별 대응체계를 재점검했다는 소식을 접했다. 이날 회의는 올해 폭염 장기화가 예상되고 온열질환자 발생이 증가함에 따라 피해 최소화를 위해 긴급 소집됐으며 회의 참석자들은 농축어업인, 공사현장 근로자 안전관리 등 야외근로자 인명피해 예방에 대해 집중적으로 논의했다고 보도됐다.
또 폭염특보 발효 시에 폭염 대응 전담반과 재해대책본부를 운영하고 있으며 무더위쉼터 540개소, 그늘막 1192개소, 전통시장 고객 쉼터 5개소 운영, 지역 내 건설 현장 100여 개소 현장 점검, 주요 국도와 지방도 살수차 운영, 농어업인 폭염 대비 안전관리 요령 홍보와 기술지원, 홀몸노인 등 취약계층 대상 방문 건강관리 사업 운영으로 건강 상태를 집중 확인하고 있다는 내용이 첨가됐다.
하지만 이러한 보도가 무색하게 긴급 점검 회의를 보도하고 며칠 지나지 않은 7월 23일 오후 2시 20분쯤 칠괴동의 한 반도체 공장 내 5m 깊이 맨홀 안에서 40대 2명이 의식 저하로 쓰러졌다가 30여 분 만에 소방대원들에게 차례로 구조되는 일이 벌어졌다. 여름철에는 맨홀 등 밀폐 공간에서 작업할 시 유독가스에 질식하는 사고가 빈번히 발생하고 있는데도 이에 대한 평택시 차원의 대책 점검은 있었는지 의문이 든다.
평택시가 보도자료를 통해
폭염 대책 추진에 집중한다고 했지만
맨홀 질식사고를 비롯해
대형물류센터, 건설현장 등
노동자 생명 위협하는 작업현장을
제대로 점검하고 있는지 의문
2024년 9월 산업안전보건법 시행규칙 개정으로, 2025년 7월부터 체감온도 33℃ 이상인 환경에서 일하는 노동자에게는 2시간 작업 후 20분 이상 휴식을 보장해야 한다는 규정이 마련됐다. 그러나 이동노동자, 플랫폼노동자, 건설 현장 노동자들은 여전히 온종일 폭염에 노출돼 일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들으면 다 알 수 있는 대기업의 모 물류센터에서는 체감온도를 낮추기 위해 에어컨 방향을 온도계에 맞추어 놓은 비상식도 버젓이 자행하고 있다.
건설 현장의 경우, 타설이나 양생 작업처럼 중단이 어려운 업무는 작업을 멈출 수가 없어 폭염에 그대로 노출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실제 휴식 시간을 보장하려면 추가 적정 인원 확보가 필요하며, 이것이 실제 인건비 등에 반영될 수 있도록 하는 입법 보완이 필요하다. 또한, 폭염 경보 발령 시 작업 중지 명령이 내려질 수 있도록 제도를 강화해야 한다.
대형물류센터의 냉방률은 5~10% 수준에 불과하며 면적이 넓은 현장의 특성상 부분 냉방으로는 대응이 안 될 뿐 아니라, 체감 온도 31℃인 환경에서조차 냉방기 설치 없이 작업이 계속되고 있는 현실이다.
시민 생활과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는 경비노동자의 경비실과 휴게실 그리고 청소노동자의 휴게실도 법적 요건을 이행하지 않은 채 운영되는 곳이 여전히 존재하고 있으며, 정수기가 없어서 물을 마실 수 없거나 에어컨이 없는 지하실에서 선풍기에 의존하는 현장도 존재한다.
평택시장이 먼저 나서서 현장을 자주 돌아보고 미비한 부분들에 대한 보완 등을 챙겨야 할텐데 그러한 이야기는 듣거나 보지 못했다. 현재 공사가 진행 중인 건설 현장이 몇 곳인지, 관내 물류 창고는 몇 곳인지 등을 파악해서 고용노동부 평택지청, 한국산업안전보건관리공단 경기남부지사 등과 협업하여 밀착 점검 등을 해나가야 한다.
인근 지자체를 둘러보면 버스 정류장에 에어컨이나 물 분사기 등을 설치한 곳이 있다. 이렇게 버스 정류장을 이용하는 시민들의 편의를 제일 먼저 생각하는 시민 편의 중심 행정은 그 지자체의 품격을 그대로 드러내는 셈이다. 우리 평택은 과연 어떠한가?
기후변화로 인해 매년 그 강도가 높아지고 있는 폭염은 이제 노동 환경을 넘어서 모든 이의 건강을 위협하는 사회적 재난이 되었다. 법은 존재하지만, 제대로 작동될 수 있도록 감시하고 집행하지 않으면 노동자는 계속 쓰러지고, 휴식은 보장되지 않는다. 폭염은 단지 덥다는 차원의 문제가 아닌 생명권의 문제이다. 쉴 권리 보장을 위해 관계 기관 등이 적극 나서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