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저물녘

 

저녁밥을 짓는다
거실의 불을 켜고 창밖을 보는 기다림의 시간
현관 밖의 기척 소리에 귀를 세운다
어스름이 스멀스멀 스며든다
곧 식구들이 들이닥칠 것이다
회사에서 학교에서 시달렸을 남편과 아이들
이마의 주름을 세우고 인상을 구기고 들어오더라도
이내 따뜻해지는 가슴들이다

어릴 적 저녁 무렵
문이야! 엄마가 부르시면
에잇~ 더 놀아야 하는데 엄마가 부르는 소리에
굴뚝의 연기가 반갑기도, 아쉽기도 했던
아쉬움과 반가움이 교차하던 그 시간
불빛이 새어 나오는 집으로 들어와 눌러앉던 어스름
사랑과 고단함이 들고나는 엄마의 품 속 같았다

저녁의 어스름은 기다림이다
남편을 기다리고 
아이들의 귀가를 기다린다
등 굽은 엄마는 아들딸을 기다리고
밥상의 반찬들은 주인을 기다리는
아늑한 어스름이 마냥 좋다

 

 

누워서 맞대면 
울음이 나지
우린 싸운거지

앉아서 맞대면 
웃음이 나지
우리 운동하는 거지

일어서서 맞대면
불끈 힘이 나지
우리는 서로를 보호하는 거지
 

안문 작가계간  등단평택문인협회 사무국장경기문학공로상·평택문학상시집  등
안문 작가
계간 <한국 작가> 등단
평택문인협회 사무국장
경기문학공로상·평택문학상
시집 <누가 엄마에게 한숨을 선물했을까>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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