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다리생태공원은 지금 이대로도, 이미 충분히 소중한 곳
위치를 물어볼 때 배다리생태공원을 중심으로 설명하면 근처 사는 평택시민은 다 이해하고 알아 듣는다. 일상의 피로를 풀고 싶을 때 그곳을 거닌다. 반려동물과 매일 산책하고 아이와 소풍을 나가며 친인척이나 지인이 집을 방문하면 자랑삼아 꼭 한 번은 배다리생태공원을 들른다. 평택시민으로서 그만큼 우리 근처에 멋진 생태공원이 있다는 사실이 늘 자긍심이자 자부심이다.
사계절 내내 혹은 시간이 날 때마다 틈틈히 공원을 관찰하게 된다. 어떤 변화가 생겼는지, 찾아오는 동물 손님이 누구인지, 시에서는 얼마나 신경 쓰고 관리해 주는지 자연스럽게 눈에 들어온다. 이 모든 게 어떤 의무감이나 부담이 아닌 나만의 소소한 즐거움이다. 그래서 마주하는 변화에 반갑고, 기분 좋고, 실망하고, 때로는 슬프기까지 하다.
봄에는 새끼를 보듬고 키우는 오리가 보고 싶어 찾고, 여름에는 풀벌레 소리를 듣고, 습지에서 뿜어주는 시원한 냉기를 온몸으로 느끼려, 가을과 겨울에는 찾아오는 철새들의 방문을 기대하며 자주 산책을 나선다. 그러던 어느 겨울 철새들이 먹이로 삼는 풀뿌리를 공원 측에서 가을 끝자락에 모두 제거해버린 일이 있었다. 결국 그해 겨울엔 철새들이 오지 않았고, 그런 상황에서도 공원 한쪽에 철새를 환영하는 현수막이 걸려 있는 걸 보고, 황당하고 씁쓸했던 기억이 있다.
요즘 곳곳에서 수국이 개화시기를 맞이하여 풍성하고 탐스러운 자태를 뽐내고 있다. 팽성의 내리문화공원은 수국동산으로 조성되어 많은 시민이 찾는 또 하나의 명소가 되어가고 있다. 하지만 배다리생태공원의 LED수국은 전혀 다른 느낌을 준다. 인위적이고 생태공원 분위기와 어울리지 않으며, 때로는 무서운 영화의 배경처럼 음산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내가 즐겨보던 애니메이션 영화 ‘코렐라인: 비밀의 문’ 속 정원을 떠올리게 할 정도다. 게다가 지난겨울부터는 불빛도 들어오지 않고, 플라스틱 꽃잎은 바닥으로 떨어져 토양을 오염시키고, 플라스틱의 불쾌한 냄새로 공원 산책하는 시민에게 불쾌감을 주고 있다. 이 시기 생화 수국과 너무도 대조되면서 LED수국의 모습은 너무 초라하고 눈살 찌푸리는 골칫덩이가 된 것 같다.
사계절 생태적 공간으로
평택시민의 자긍심이자 자부심인
배다리생태공원에
인위적인 LED 수국 같은 골칫덩이는
더 이상 들여놓지 말기를...
지금 모습 그대로도 충분
공원을 걸을 때마다 계속 생각한다. 이 자리에 꽃과 나무를 심었다면 3년이 지난 지금 얼마나 풍성한 모습이 되었을까? 이런 조형물을 만들 때 시민 의견은 반영되었을까? 생태공원과 어울릴 지 시간이 흐르며 유지·관리에는 무리가 없을 지를 진지하게 고민했을까? 사실 이런 의문은 누구라도 한 번쯤은 가질 평범한 생각인데 말이다.
언젠가 강원도 인제군 곰배령을 방문했을 때, 식물과 나무들이 자유롭게 흩어져 자라는 풍경을 보고 궁금했던 적이 있다. 그때 현장에 있던 분이 해준 말씀이 인상 깊었다. “자연은 있는 그대로 두고, 사람들에게 불편함을 끼치지 않을 정도로만 최소한의 조치를 합니다.” 자연을 간섭하지 않고 그대로 두는 것이 생태이면서 곧 자연과 인간을 위한 노력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의 배다리생태공원도, 처음 조성할 때부터 생태적 공간을 만들기 위해 애써준 많은 분의 노력이 있었을 것이다. 그 노고가 무색해지지 않도록 그리고 ‘생태’라는 단어가 부끄럽지 않도록, 더는 인위적인 무언가를 가져다 놓지 않았으면 좋겠다. 꽃과 나무를 심고 수질이 잘 유지되도록 신경 써주는 것.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 배다리생태공원은 지금 이 모습 그대로도, 이미 우리에게 충분히 소중한 곳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