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종착역

 

얼마나 많은 역을 통과 했을까
내가 도착할 역은 아직 까마득하고
기차는 여전히 달리고 있다
바람과도 같은 창밖의 세상을 보며
기차에 몸을 맡긴 나는
아주 먼 곳을 향해 가는 외롭고 서러운 객
역 하나를 지나칠 때마다
세상살이의 봇짐들이 사람과 함께 하차하고
음지와 양지 구분 없이 살던 사람들이 승차하고
저마다의 목적지를 향해 떠나간다
가끔은 목적지에 닿기도 전에
절망이라는 간이역에서 기차를 버리기도 한다
다음 역에서 장거리 여행에 지친 노파가 내릴 것이고
화병을 자초한 여자가 내릴지도 모른다
종착역에 닿기도 전에 기차를 버린 내 친구는
극락역이 마음에 들었던 것일까
내가 버린 간이역들을 떠올려본다
기차는 달리고
의자 깊숙이 몸을 기댄 채 나는,
나의 종착역을 향해 밤을 새워 달리고 있다

 

엄마

 

나의 실종에 가슴은 숯이 되고
나의 귀가로 가슴엔 또 꽃이 피어난다

어머니 나이가 되고서야
내부에서 끓는 물소리 들린다
딸들의 가파른 삶이
아들과 딸을 저울질하던 당신의 편애 때문이라고
대못이나 박아주었는데
어린 손 잡고 동행하던 밤길
다섯 손가락의 아픔을 골고루 알고서야
당신의 세월 속으로 시간을 맞춰본다
모깃불 토닥토닥 타는 소리 들린다
손톱에 봉숭아꽃 피우며 별똥을 받아내면
어머니의 검버섯이 살구꽃으로 변할 수 있으려나
뜨거운 심정으로 불러보는 한마디
엄마,

 

 

김나영 작가한국문인협회 평택시지부장경기도의회 의장상, 평택시의회 표창 외 다수시집 [목련 우체국] 등
김나영 작가
한국문인협회 평택시지부장
경기도의회 의장상, 평택시의회 표창 외 다수
시집 [목련 우체국]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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