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한광중 동아리 ‘슈브(SHUV)’

고형우, 이재진, 이태형, 장윤성, 정진우 학생

 

지구와 평택의 미래를 고민하는 다섯 소년

 

한광중 환경회복 동아리 ‘슈브(SHUV)’의 고형우·이재진·이태형 학생 (왼쪽부터)
한광중 환경회복 동아리 ‘슈브(SHUV)’의 장윤성·정진우 학생(왼쪽부터)

 

소년이여,

너는 우주의 아들이다.

하늘과 땅 사이에서

가장 빛나는 별로 태어났다.

- 고정희 시인의 ‘소년에게’ 중

 

기후위기에 대응가능한 시간을 놓치면 지구와 우리의 삶은 위기에 직면할 것이라고 한다. 이런 상황은 온실가스 배출로 이익을 누려온 어른보다 앞으로 기후위기 피해를 고스란히 감내해야 할 청소년에게 더 큰 위기일 수 있다. 심지어 온실가스 배출로 풍요를 누린 부모세대와 달리 이들이 배출하거나 배출하게 될 온실가스 양은 훨씬 적다.

미래의 기후위기를 겪을 당사자로서 온실가스로 인한 사회경제적 피해를 함께 줄여보자고 지역사회에 손을 내민 청소년들이 있어 만나보았다. 커피 찌꺼기로 제작한 친환경 텀블러 보급에 나선 한광중학교(교장 고석윤) 환경회복 동아리 ‘슈브(SHUV)’의 고형우·이재진·이태형·장윤성·정진우 학생이 우리가 만날 ‘가장 빛나는 별’이다.

 

5명 모두 2학년으로 친구 사이라고 들었다. 슈브 활동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있었는지.

정진우 1월 초 전교 부회장 선거에 출마하면서 학교 급수대의 위생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컵을 비치하겠다고 공약했다. 그런데 일회용 컵을 사용한다면 환경에 나쁜 영향을 주게 된다. 방법을 찾다가 온라인 검색으로 ‘커피 찌꺼기로 만드는 친환경 텀블러’을 접하게 됐다. 이걸 학교뿐 아니라 평택에도 알리고 보급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친구들을 권유해 동아리 슈브를 만들게 됐다. ‘슈브(SHUV)’는 히브리어로 ‘회복’ ‘다시 돌아간다’ 라는 뜻을 지니고 있다. 함께 노력해 환경을 예전처럼 회복시켰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담았다.

이태형 교실 쓰레기통이 오후가 되면 쓰레기로 넘쳐난다. 음료수를 마시고 버린 플라스틱 페트병이 수십 개가 넘는다. 그걸 보면서 환경을 생각해 일회용품을 줄여야겠다고 생각해왔다. 그러다 진우가 친환경 텀블러를 보급하자고 제안해 슈브 활동을 시작했다.

이재진 학교뿐 아니라 집에서도 배달음식을 먹고 난 쓰레기가 정말 많이 나온다. 아파트에 있는 폐기물 처리장을 보면 하루 지날 때마다 쓰레기가 급속도로 늘어난다. 당장 불편하겠지만 조금만 신경 쓰고 습관을 바꾸면 환경 파괴를 줄일 수 있는데, 왜 우리는 노력하지 않을까 하고 의문스러웠다. 저부터 바꿔야겠다는 생각에 슈브에 합류했다.

고형우·장윤성 진우와 반은 다르지만 친하다. 쉬는 시간마다 우리 반에 와서 가입하라고 했다. 설명을 들어보니 좋은 활동이라 생각됐고 하고 싶어 참여했다.

 

커피 찌꺼기로 만든 텀블러를 선택한 이유가 있었는지.

정진우 친환경 제품을 찾아보는 과정에서 여러 충격적인 사실을 알게 됐다. 코로나19로 인한 사망자보다 대기오염으로 인한 사망자가 훨씬 많다는 것이었다. 세계보건기구 WHO에 따르면 매년 700만명이 대기오염으로 사망하고, UN 통계에 따르면 독성물질로 인한 사망자 수는 900만 명에 이른다. 반면 코로나19로 인한 전 세계 사망자 수는 약 590만명이다. 환경문제는 더 가까이에서, 더 심각하게 다가오는 위기라고 생각돼 친구들에게 더 열심히 권했던 것 같다.

또 매년 배출되는 엄청난 양의 커피 찌꺼기 대분분이 소각되거나 매립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소각하면 대기오염을, 매립 시에는 기준치의 30배가 넘는 메탄가스를 발생시킨다고 한다. 커피 찌꺼기로 친환경 텀블러를 만든다면 기존 탄소 배출량도 줄이고, 일회용품 사용을 줄여 추가적인 탄소 배출도 줄이게 되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봤다.

 

경기도 청소년 참여예산 지원사업 공모에 선정돼 텀블러를 제작했다고 들었는데.

정진우 친환경 텀블러를 알리고 보급하려면 비용이 필요했다. 마침 평택시청소년문화센터 곽지숙 센터장님이 경기도 청소년참여예산 지원사업을 제안해주셨고 다행히 선정돼 본격적으로 추진하게 됐다.

 

준비하는 과정에서 어려운 점은 없었는지.

이재진 처음에는 좀 막막했다.

이태형 제안사업 공모 과정에서 진우가 자료 조사를 맡았고, 저와 형우, 윤성이가 도왔다. 문서 작성은 컴퓨터를 잘 다루는 재진이가 주로 했다.

장윤성 여러 명이 조사하면서 다양한 사실을 찾을 수 있었다. 시간을 정해 모여서 조사한 내용에 관해 회의하고 의견을 모았다. 이것을 재진이가 정리해 파워포인트 문서로 만들었다.

정진우 공모에 선정된 이후에 일이 더 많다. 처음에는 뜻이 맞는 친구들끼리 이거 하자 하는 동아리로 활동했는데 막상 예산을 지원받게 되니 일이 커졌다. 학생이다 보니 텀블러 업체를 찾고 텀블러를 주문하는 과정에서 해야 할 절차가 낯설었다. 영수증을 챙기고 대금을 지불하는 과정도 마찬가지였다.

 

텀블러를 처음 접했을 때의 느낌은 어떠했는지 궁금하다.

이태형 처음 봤을 때 커피 찌꺼기로 만든 거 맞나 싶을 정도로 신기하고 놀라웠다.

정진우 내구성이 약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있었다. 두들겨 보니 무척 단단해 깨질 것 같지는 않았다. 무엇보다 가벼워서 들고 다니기 편한 점이 맘에 들었다.

고형우 뜨거운 물을 부으면 서서히 녹는 게 아닐까, 혹시 물에서 커피 맛이 나는 것 아닐까 하고 생각했다.

이재진 저도 그 생각을 했다. 뜨거운 물을 부으면 커피가 우러날 것 같았다. 그래서 검은색 텀블러를 골라 차가운 물도 붓고, 뜨거운 물도 붓고 했는데 커피 맛이 나지 않았다.

 

앞으로 커피 찌꺼기 텀블러를 어떻게 보급할 계획인지.

정진우 처음에는 한광중학교를 중심으로 보급하면서 환경교육을 함께 진행하려 했다. 하다 보니 더 많은 분에게 환경보호의 중요성과 일회용품 사용의 위험성을 알리고 싶어졌다.

먼저 한광중 전교생 400명에게 텀블러를 나눌 계획이다. 1회용품 줄이기 서약문을 쓰거나 SNS에 관련 태그를 올려 인증해야 받을 수 있다. 6월 26일 평택대학교 평택시민대학 수료식에 가서 우리의 취지를 알리고 텀블러를 배포했으며 평택미군기지 내 중학교 학생들에게 전달할 예정이다. 지역 야학인 ‘길 위의 사람들’과 연계해 독거노인·저소득가정을 방문해 전달하고, 경찰서·소방서·행정지원센터 같은 공공기관에도 환경 보호 메시지를 전하겠다.

이태형 여름방학인 8월에는 고려대학교 환경공학과 대학생들과의 만남을 통해 전문 지식을 보충할 계획이다. 이후 평택의 초·중·고 5개 교를 찾아가 텀블러를 나누고, 환경교육을 진행하기로 했다.

고형우 이 텀블러를 배포하는 것이 먼저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고 환경을 최소한 현재 상태로 보전했으면 하는 우리의 마음을 전해 지역사회에 작은 변화가 생겼으며 한다.

정진우 청소년이 공감할 수 있는 방식으로 메시지를 전달하려 한다. 청소년들에게 텀블러를 나눌 때 상자에 정보무늬(큐알코드)를 부착하여 환경 관련 유튜브 영상 등을 손쉽게 접하게 할 계획이다. 환경 파괴나 생태계 교란이 우리 삶에 어떤 영향을 초래할지를 생생하게 전달하고 싶다.

또 학교 주변 카페들과 커피 찌꺼기 텀블러를 사용하면 가격 할인 같은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한광중 환경회복 동아리 ‘슈브(SHUV)’ 학생들은 고석윤 교장, 김아름 지도교사 등과 슈브와 커피찌꺼기로 만든 친환경 텀블러를 알리는 알림표지판을 중심으로 기념사진을 찍은 후 학교에서 일회용품 줄일 방법 등에 관해 의논했다. 
한광중 환경회복 동아리 ‘슈브(SHUV)’ 학생들은 고석윤 교장, 김아름 지도교사 등과 슈브와 커피찌꺼기로 만든 친환경 텀블러를 알리는 알림표지판을 중심으로 기념사진을 찍은 후 학교에서 일회용품 줄일 방법 등에 관해 의논했다. 

커피 찌꺼기로 만드는 친환경 텀블러’에 대한 반응은 어떠한가.

고형우 6월 26일 평택대 평택시민대학 수료식에서 40~50개를 나눠드렸는데 반응이 정말 좋았다.

이재진 이 텀블러를 왜 만들었는지, 나누는 목적이 무엇인지, 기후위기에 대응해 우리는 어떻게 인식을 개선해야 하는지 짧게 설명드렸다. 그랬더니 박수갈채를 받았다. 반응이 좋아서 기분이 좋았다.

 

일회용품을 줄이기 위해 평택시나 어른들에게 하고 싶은 제안이 있다면.

고형우 조금씩 개선하고 바꾸려는 노력이 중요한 것 같다. 플라스틱을 줄이기 위해 텀블러를, 비닐봉지를 줄이기 위해서 에코백을, 종이컵 대신 스테인레스컵을… 이렇게 작은 실천이 모여 환경은 개선되거나 더 나빠지지 않을 수 있다.

이태형 예전 학교 사진을 보면 하늘이 맑고 파랗다. 제가 보는 하늘은 맑지 않고 뿌연 느낌이 든다. 뿌연 하늘을 볼 때마다 대기오염이 심각하구나 하는 생각과 함께 더 나빠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가 앞으로 맑은 하늘을 볼 수 있게 모두 함께 노력했으면 좋겠다. 청소년들이 환경문제의 심각성을 알고 행동한다면 다음 세대가 더 좋은 환경에서 살아갈 수 있다. 마찬가지로 어른들이 더 노력해주신다면 우리가 어른이 됐을 때의 환경은 더 좋아질 거라고 생각한다. 지금부터라도 ‘나 하나쯤이야’라는 생각하지 말고, ‘나부터 바꿔야 한다’는 생각으로 하나씩 실천했으면 좋겠다.

이재진 사람들은 편리한 방법을 알게 되면 다시 옛날에 불편한 상태로 돌아가지 않으려 한다. 일회용품 줄이기를 위해 텀블러를 사용하라고만 하지 말고 편리함을 제공했으면 좋겠다. 우리 반 학생 30명 중에서 10~15명 정도가 텀블러를 사용한다. 쓰지 않는 학생들에게 이유를 물어보면 귀찮다고 한다. 집에서 가져오는 것도 그렇고, 쓰고 나서 설거지로 물때도 없애야 하고…. 학교에 텀블러 세척기를 설치하면 귀찮아하는 학생들도 텀블러를 사용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어렸을 때부터 습관을 들일 수 있다는 점이다. 텀블러 세척기를 설치해 더 많은 청소년이 텀블러를 들고 다니게 되면 미래에는 일회용품을 쓰는 사람이 확연히 줄어들 수 있다.

장윤성 슈브 활동을 하며 플라스틱을 사용할수록 해양생태계가 파괴되고 대기오염이 심각해짐을 알게 됐다. 지구 온난화로 한여름에 더워서 체육 활동이 힘들 때가 많다. 청소년들이 기후위기의 심각함을 느끼고 무엇을 해야할지 고민할 수 있게 해줬으면 좋겠다.

정진우 청소년들에게 ‘환경에 대한 관심’을 갖는 기회가 많아져야 한다. 환경문제는 우리에게 너무 멀게 느껴졌고, 학교 교육에서도 깊이 있게 다뤄진 적이 많지 않았다. 청소년 입장에서, 청소년이 공감할 수 있는 방식으로 기후위기와 환경에 관심을 기울이고 우리 나름의 실천방안을 찾아가게 해줬으면 좋겠다.

평택시가 학생들이 실천할 수 있도록 환경교육 예산을 지원하고 실질적인 시스템을 마련해 주길 부탁드린다. 시장님이 공적인 자리에서 텀블러를 사용하는 모습을 보여준다면, 그 자체로 청소년들에게 강한 메시지가 될 것이다. 어른들이 일회용품 줄이기와 환경보호를 실천하고 그 의미를 우리에게 이야기해준다면, 더 많은 변화가 시작될 수 있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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