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환우와 떠나는 생태기행  58

평택시 합정동 통미마을 우물. 1950년대로 추정된다. 제공=사진작가 허동
평택시 합정동 통미마을 우물. 1950년대로 추정된다. 제공=사진작가 허동

평택시는 3개 시군 통합 30주년을 맞아 다양한 기념행사를 열고 있다. 대도시로 성장한 만큼, 환경 인프라의 역사 역시 제대로 기록하고 정리할 필요가 있다. 대도시가 지속 가능한 발전을 이루기 위해 반드시 갖추어야 할 기본 요소 중 하나는 ‘물’이다. 서울시의 한강, 세종시의 금강처럼 도시 중심에는 강물이 굽이쳐 흐르고, 국가는 안정적인 수량과 안전한 수질을 확보하기 위해 막대한 예산을 투입한다. 평택시민의 일상 역시 수돗물로 시작된다. 아침에 세수하고, 샤워하고, 물을 마시는 이 ‘당연한 일상’은 언제부터 가능했을까?

평택은 서해 아산만의 바닷물이 안성천과 진위천을 따라 내륙 깊숙이 들어오는 지역이었다. 안성천, 진위천, 오산천, 황구지천 등 4개 주요 하천이 합류하는 경기남부의 최대 수변지역이다, 그럼에도 생활용수를 안정적으로 확보하기엔 지형적 한계가 있다. 1970년대 들어 아산만·남양만 방조제와 인공 담수호 건설로 농업용수는 어느 정도 확보됐지만 생활용수, 공업용수는 여전히 부족하다.

대도시로 성장한 평택시는
3개 시군 통합 30주년 맞아서 
지속 가능한 발전 위해 환경인프라
역사 제대로 정리하고 
기록해 미래 자산으로 축적할 필요

특히 평택읍내의 인구가 증가하던 1960년대 후반, 물 문제는 심각했다. 평택군은 이를 해결하고자 1968년부터 안성천의 유천동에서 복류수를 취수, 유천정수장에서 하루 5000톤의 수돗물을 생산한다. 1995년에는 하루 1만5000톤 규모의 증설과 고속침전지, 이단복합여과지(모래, 활성탄), 염소살균처리 등 고도정수처리시설을 추가한 정수장 현대화 사업으로 현재에 이르고 있다. 초기에 생산된 물은 삼각산 정상부의 비전배수지에 저장되어 읍내 비전동, 원평동, 평택동 등으로 공급됐다. 인구 밀집지역인 평택역 역세권부터 본격적인 수돗물 공급이 이뤄지기 시작한다. 주공아파트단지, 택지개발사업 등으로 인구증가로 인해 비전2배수지를 증설해 유천정수장에서 생산하는 수돗물과 팔당상수원 물을 저장한다. 단기간 통복천 상류에도 소규모 취수장을 운영했으나 수질 이슈로 패쇄했다.

평택시 유천동 유천상수원보호구역 1968년부터 안성천 복류수를 취수해 비전배수지로 보낸다.
평택시 유천동 유천상수원보호구역 1968년부터 안성천 복류수를 취수해 비전배수지로 보낸다.

체계적인 수돗물 공급 이전인 1960년대까지는 마을 단위로 전통적인 공동우물이 있었다. 서정동의 서두물, 칠원동의 옥관자정, 석정리의 돌우물 등이 유명하다. 예컨대 합정동 통미마을도 우물에서 두레박으로 물을 퍼 올려 사용했다. 사진작가 허동 씨가 보관하고 있는 70년 전 사진은, 당시 초가집과 함께 콘크리트로 정비된 공동우물의 모습을 보여준다. 우물에서 물을 길어다가 커다란 항아리에 저장하는 일은 주로 여성들과 어린이들 담당이었다. 물지게·물항아리 등을 이용해 물을 집으로 운반한다.

평택 지역은 해수의 영향으로 지하수에서 ‘간기(염소이온농도)’가 심한 경우가 많았다. 많은 농촌 마을은 드럼통에 모래와 숯을 채운 간이정수기를 사용했다. 이후 수동펌프가 보급되며 물을 편리하게 끌어 올릴 수 있게 되었고, 전기와 전동펌프, 지하수관정 등이 확대된다. 안성천 인근 군문동, 팽성 오성면 창내리 마을 주민들은 ‘간기’가 강한 지하수를 모래와 숯으로 만든 간이정수기로 걸러 사용했고, 여름철에 머리 감을 때는 빗물을 받아 썼다. 이처럼 수질이 생활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쳤고, 상수도 보급은 단순한 편의성의 문제가 아니라 주민 건강과 직결된 공공서비스였다. 이에 따라 가정용 자동펌프와 마을마다 공동 간이상수도 시설이 확대되었다.

평택시 수돗물 역사의 살아 있는 상수도시설인 유천정수장
평택시 수돗물 역사의 살아 있는 상수도시설인 유천정수장

 

평택시 수돗물의 역사는 주민의
삶과 기억, 마을의 풍경, 지역사회
변화 담은 공공역사 기록이기도

송탄지역은 1973년부터 진위천 복류수를 취수하는 송탄정수장을 가동하면서 수돗물 공급을 시작한다. 하루 1만5000톤의 수돗물을 생산해 독곡배수지를 통해 신장동, 서정동, 지산동 등 미군기지 인근 지역에 공급한다. 2010년 여과지개량사업을 추진하고, 진위면 일원의 수돗물 수요 증가에 대비해 진위배수지를 증설한다. 2008년부터 송탄정수장 주변 진위천 제방에 쥐방울덩굴을 대량 심어 꼬리명주나비의 집단서식지를 조성해 어린이들의 견학이 이어지고, 송탄정수장에서 생산한 수돗물을 투명 페트병에 담아 각종 행사장, 단수지역과 재난지역에 무료 공급하는 소중한 역할을 하였다. 그러나 2024년, 용인 남사·이동 지역에 반도체 국가산단이 조성되면서 송탄상수원보호구역이 해제되고 송탄정수장 가동이 중단된다. 앞으로 송탄정수장을 생태환경 체험교육 공간으로 활용함으로써 미래세대에 물려줄 소중한 공간으로 조성해야 한다.

팽성 지역은 1982년 평궁리에 하루 3000톤 취수장을 설치해 안성천 복류수를 활용했으나, 안성천과 성환천 합류부 주변 제지공장과 축사에서 유입된 폐수로 수질오염이 심각해 1989년 가동이 중단된다. 이후 ‘팽성상수원보호구역’은 2009년 해제된다. 미군기지 확장 이전사업에 따라 광역상수도 확장사업을 통해 비전2배수지를 대용량으로 증설해 팽성까지 팔당상수원 공급을 확대했다. 주민 접근이 금지되던 배수지는 확장 이후 공원으로 조성되어 시민에게 개방된다.

세교가압장. 수돗물 단수사고 예방과 안정적인 수돗물 공급을 위해 상수도종합관제센터를 운영한다
세교가압장. 수돗물 단수사고 예방과 안정적인 수돗물 공급을 위해 상수도종합관제센터를 운영한다

 

1950~60년대 마을 공동우물부터
가정용 수동펌프와 자동펌프, 마을
공동 간이상수도, 유천·팽성·송탄
정수장 급수, 광역상수도 시대 거치며
발전한 평택 물 공급 시스템에 대해 살펴보는 것도 의미 있어

수도권 광역상수도 3단계 사업이 1989년 12월 준공되어 팔당상수원이 송탄시와 평택시에 공급되기 시작한다. 1999년에는 광역 4단계 사업으로 안중과 포승지역까지 확장된다. 특히 2011년 구제역 발생으로 대규모 가축 매몰지가 만들어지고 지하수 오염 우려가 커지자, 정부는 농촌지역에 상수도 보급을 적극 지원하게 된다. 이후에도 축사는 가축 음용수로 지하수를 계속 사용하고 있으나, 생활용수는 대부분 수돗물로 대체되었다.

평택시는 빠른 도시화와 산업화를 겪으며 물 인프라를 비약적으로 확장해 왔다. 2018년 여름철 폭염에 3일간 안중·포승 지역에 수돗물이 단수되는 사고가 발생해 많은 주민이 무더위에 고통을 당한다. 수돗물 사고 재발방지 대책으로 한동안 가동이 중단되었던 세교·지산·청북 등 3개소 가압장을 정비해 가동하고 배수지도 늘려나가고 있다. 삼성전자 평택공장 증설 공사 과정에서 건설 노동자의 급증으로 인해 고덕 지역의 출근 시간대 물부족 민원이 수년간 발생한다.

마을 공동우물에서 시작된 평택시 물의 역사는 유천정수장과 송탄정수장 최근에는 팔당광역상수도와 첨단 정수시스템으로 이어지고 있다. 하루 24만톤의 수돗물을 안정적으로 공급하기 위해 비전2배수지·지산배수지·안중배수지 등 14개의 배수지를 설치 운영하고 있다. 수돗물은 단지 기술의 산물이 아니다. 주민의 삶과 기억, 마을의 풍경, 지역사회의 변화가 담긴 공공자산이다. 평택시 통합 30주년을 맞아, 도시의 ‘물의 역사’를 기록하고 기억하는 작업은 단순한 회고가 아니라 미래를 위한 환경적 자산의 축적이라 할 수 있다.

 

 

※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박환우 환경전문기자·평택포럼 도시환경분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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