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그 생각이 나를 지배하기 시작했을 때
창가에서 바라보는 감나무 한 그루
아침 새소리에
나뭇잎들이 팔랑팔랑 대꾸를 하고 있다
살짝 흔들리기도 하는 가지는
새소리를 덧입은 나무의 울음일지도 모른다는
그 생각이 나를 지배하기 시작했을 때
떨고 있는 가지의 미세한 느낌을
감지한 것은 어깨의 통증 때문일 것이다
아무 데도 갈 수 없는 나무의 생
바람과 비와 폭설을 견디고
뇌성벽력에 한쪽 팔을 바치기도 하면서 지켜온
나무의 생은 고집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가지가 내려앉을 만큼 선심을 베풀던 감나무
해거리를 하는지 풋감 몇 개뿐이다
구부러진 나무의 어깨를 보며
내 아픈 어깨를 가만히 쓰다듬는다
나를 지켜내고 감당하느라
무거운 짐 마다하지 않던 나의 두 어깨를,
저수지
산을 끌어들여 한나절을 놀더니
오히려 산에게 먹혀버린다
숲도 사라지고
새들도 사라지고
잔물결이 마지막 빛을 거머쥘 무렵
바람의 옷을 잡고 흐느끼는
나무들의 울음소리를 듣는다
뻐꾸기도 화답처럼 울어준다
은빛 물결을 깁는 수면을 본다
하염없이 시간을 쌓고 있을 즈음
아카시아나무는 하얀 눈물방울과도 같은
꽃들을 뚝뚝 떨어뜨린다
나를 흔드는 눈물의 꽃
흐르지 않는 시간을 뒤척이며
그렁그렁 맺히는 내 오월의 눈물이 밉다
슬금슬금 기어드는 달빛에게 들킬까봐
서둘러 저수지를 물러난다
한국문인협회 회원
평택문인협회 부회장
황금찬문학상 외 다수 수상
시집 [그 생각이 나를 지배하기 시작했을 때] 등
평택시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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