팽성읍객사·해인사 장경판전
영감 받아 현대적으로 재해석
물과 빛 활용해 집중도 높여
“하나의 울림 줄 작업 기대”
이은영 건축가는 평택중앙도서관 설계를 ‘평택의 지역적 특성과 한국 전통 건축 요소의 재해석’이라고 정의한다.
그에게 평택의 첫인상은 무척이나 강렬했다. “평택이라는 도시는 아주 특별했습니다. 논을 토대로 한 전형적 한국 마을에서 성장한 도시에 역동적인 첨단기술이 파고들어 새시대의 순간을 맞고 있습니다. 현재 우리나라의 상황을 가장 전형적으로 보여주는 땅인 셈이죠.”
그래서 팽성읍객사에 주목했다. 평택의 중심에서 그 역사를 담은 공간이었기 때문이다. 이 건축가는 “처음 팽성읍객사를 보고 가슴이 뛰었다”며 “마치 사랑스러운 사람을 본 느낌이었다”고 회상했다. 팽성읍객사는 중앙의 정전과 양쪽 객관, 그리고 한쪽 면을 향해 회랑이 펼쳐지는 구조다. 이 건축 유형을 거의 일대일로 해석하고 공간 패턴을 그대로 소화해 중앙도서관 설계에 적용했다.
한가운데 서고 공간은 합천 해인사 장경판전에서 영감을 얻었다. 장경판전은 고려팔만대장경을 보관하기 위해 15세기에 건축된 조선 전기의 서고이다. 그는 “장경판전은 판고 두 개와 부속 건물 두 개를 배치한 것만으로 자연스럽게 중앙에 마당이 형성되는데 이 마당은 공간적으로 굉장히 매력적”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더해 공간 집중도를 높여 더욱 특별하게 만들기 위해 물과 빛을 활용했다. 이 건축가는 “도서관 영역 전체를 도서원이라 부를 하나의 커다란 정원이나 마당으로 여기고 그 중심에 아쿠아포럼 즉, 수광장을 조성했다”며 “팽성읍객사를 재해석하고 구심적 공간으로 장경판고를 집어넣는 과정에서 사람을 집중시키는 힘을 얻기 위해 선택한 장치가 바로 빛”이라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지역 특성을 반영해 문화도시로 발돋움할 상징적 건축물을 만들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평택이라는 땅에는 가장 보편적 한국인의 정서가 있습니다. 이 땅이 개발이라는 강렬한 충격을 받아내는 상황에 건축가로서 상당한 긴장감을 느꼈습니다. 현재 상황을 아주 농축된 언어로 건축에 정제시켜 보면 이 시대를 사는 모든 사람에게 하나의 울림을 줄 작업이 되리라 기대합니다.”
이은영 건축가는 한양대 건축학과를 졸업하고 독일 아헨공대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1994년 독일 쾰른에서 이아키텍츠를 설립, 현재 쾰른과 서울에 사무실을 두고 있다. 그가 2011년 건축한 슈튜트가르트 시립중앙도서관은 2013년 독일 휴고해링 건축상을 수상하고 CNN, 타임지 등 세계 유수의 언론에서 세계 7대 도서관, 주목할 아름다운 도서관 등으로 선정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