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강소민·송라헬·이예린·임은영 교사
교육현장 경험을 책으로 펴낸 신참 교사들을 만나다
2022년 9월 개교한 배다리초등학교에 부임한 신규 교사 9명이 자신들의 경험을 담은 <좌충우돌 신규 교사 성장 레시피>(모모출판)을 펴냈다. 이 책에는 보건·영양·과학·초등담임 등 다양한 교과와 업무 분야에 종사하는 강소민·김민혜·김주원·송라헬·이예린·임은영·정소이·조은해·최지원 교사가 신설 학교에서 겪은 교직 생활 초기의 실제 고민과 사례가 생생하게 기록됐다. 그래서 이 책을 읽다 보면 그들의 좌충우돌 시행착오를 이해하고 그들이 찾아낸 해결방안과 동료 간의 연대에 공감하게 된다.
저자 9명 중에서 강소민·송라헬·이예린·임은영 교사를 만나 그들이 풀어내는 솔직하고 생생한 경험을 들어봤다.
먼저 자기 소개를 부탁드린다.
송라헬 원래 중등교사였는데 2023~
2024년 1년 반 동안 배다리초교에서 과학 담당 교사로 근무했다.
이예린 2022년 9월 개교하는 배다리초교에 발령받아 교사 생활을 시작했다.
강소민 10년 넘게 병원에서 간호사로 근무하다 임용고시를 봤다. 배다리초교가 개교할 때 보건교사로 발령을 받은 나이 많은 신규 교사다.
임은영 2019년에 화성오산으로 발령받아 근무하다 2024년부터 배다리초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다.
교사를 선택한 계기가 있었는지.
임은영 가족과 친척 중에 교사인 분이 많았다. 자연스럽게 교사가 되겠다는 생각으로 교육대학에 입학했다. 교생 실습에서 교사가 쉽게 할 일이 아님을 깨닫고 어떤 교사가 될지를 고민하며 대학시절을 보냈다.
강소민 고등학교 시절 장래 희망으로 교사와 간호사를 바랐다. 고모가 보건교사여서 보건교사라면 두 가지 꿈을 이룰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간호사로 일하며 공부하는 것이 만만치 않았고 오래 공부했다. 지금 저는 간호사이자 교사라는 두 가지 정체성을 균형 있게 가져가기 위해 노력하는 중이다.
이예린 고등학교 시절 체육교사, 수의사 등등 하고 싶은 것이 많았다. 체육대학 입시를 준비하다 부상으로 그 길을 갈 수 없게 됐을 때 여러 생각을 했다. 그러다 저의 다양한 경험을 살려 전 과목을 가르치는 초등교사가 되자고 결심했다.
송라헬 저는 일반대학을 다니며 교직을 이수했다. 고등학교로 교생실습을 나갔을 때 학생들의 눈망울이 정말 예뻤다. 나중에 대학교를 졸업하고 학교에서 아이들을 만나고 싶다고 생각했다. 배다리초에서 기간제교사로 처음 근무할 때 아이들이 더 예뻐 보였다. 아이를 낳고 보니 교단에서 보는 아이들이 또 다르다. 전에는 학생이었다면 그 아이가 태어나 자라는 과정이 떠오르면서 한 명 한 명이 소중하게 여겨졌다. 정말 이 아이들을 사회 구성원으로서의 역할을 잘 할 수 있게 키워야겠다는 책임감이 느껴진다.
신설 학교의 초임 교사라면 적응하느라 정신없었을 텐데, 책을 쓰겠다는 발상은 어떻게 하게 된 것인가.
강소민 제가 제안했다. 보건교사는 한 학교에 한 명이 부임하기 때문에 궁금한 점이 생길 때마다 옆 학교의 보건교사에게 물어 답을 구해야 했다. 대체적인 내용은 알게 됐지만 학교별로 차이가 있어 구체적인 정보를 얻기가 어려웠다. 우리들의 지난 경험을 모아 하나로 담아내면 같은 어려움을 겪는 신규 교사에게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 시작했다.
다른 교사들은 강소민 보건교사의 제안을 받았을 때 어떤 생각이 들었는지.
임은영 평택의 인구가 늘면서 신설학교가 속속 생겨나고 있다. 그만큼 많은 신규교사가 부임하는 상황이다. 평택에서 교직을 시작하는 교사들에게 도움을 준다면 의미가 있겠구나 생각했다.
송라헬 처음에는 글을 쓰고 책을 내는 것 자체가 부담스러웠지만 제 경험도 다른 신규교사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저는 중등교사이기 때문에 담임을 맡지 않고 특정교과의 전담 교사로 수업한다. 과학 전공으로 학생들에게 과학을 가르쳤던 경험을 풀어내면 과학 교과를 맡은 전담 교사들이나 중등교사이면서 초등학교에서 일하고 싶어하는 분들에게 도움이 되겠다라고 생각했다.
이예린 신설학교에 처음 부임한 교사로 어떤 과정을 겪었는지와 그 과정에서 깨달았던 방향성을 공유하면 좋겠다고 판단했다. 제 경험이 다른 신규교사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해 용기를 냈다.
이 책은 교사 9명의 이야기를 300페이지 분량으로 압축해 싣고 있다. 책에 실을 이야기를 고르기도 힘들었을 것으로 보인다.
임은영 글을 쓰려고 마음먹고 그동안 교실에서 만났던 아이들과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 떠올렸다. 2019년에 처음 발령받았을 때 맡았던 5학년 학생들과 어떤 일이 있었는지부터 연도별로 정리했다. 좋았던 추억도 많았지만 우울하고 힘들었던 순간도 있었다.
이예린 발령 2년 차여서 글을 쥐어 짜내어 썼다. 처음 발령받고 정신없는 시간을 보내다 보니 놓친 기억이 많았다. 휴대폰에 저장된 사진을 하나하나 보면서 그때의 기억을 되살리고 학생·학부모와 대화한 내용까지 다시 보면서 썼다. 글을 쓰면서 미처 기억하지 못했던 순간을 다시 떠올릴 수 있어 좋았다.
이 책에 교사 1명당 3개의 에피소드를 실었다. 각자 가장 기억에 남는 경험을 꼽는다면.
임은영 교사동아리 경험을 이야기하고 싶다. 성격이 외향적이지 않아 문제가 생기면 혼자 해결하는 편이다. 교실에서의 문제도 마찬가지였다. 제가 갇혀 있다는 생각에 용기를 내 동료교사들과 연구동아리를 만들었다. 환경 교육 방안을 함께 연구하고 관련 대회에 나가면서 성장할 수 있었다. 제가 함께하는 과정의 영향력을 체험했기 때문에 학생들과 모둠 활동이나 팀 활동을 권장하고 있다.
이예린 이 책에 학부모에게 학생에 관해 안 좋은 사실을 전하기 위해 고민했던 과정을 담았다. 부모에게 아이에 관한 안 좋은 이야기를 하려면 굉장한 용기가 필요하다. 신규 교사라 경험이 부족해 혼자만의 판단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학생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친구와 멀어지고 학교생활도 어려워질 수 있다고 봤다. 다행히 학부모가 문제를 이해하고 잘 대처해주셔서 그 학생은 적절한 치료를 받고 모범 학생으로 성장하고 있다.
송라헬 과학대회에 나갈 학생을 지도했던 경험을 꼽고 싶다. 무엇을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전혀 몰랐고 학생이 하려는 코딩 분야가 전공이 아니어서 도움을 주기도 조심스러웠다. 공문을 작성하는 것도 처음이었고 지역 예선을 준비하기에 시간도 촉박했다. 지역 예선을 통과해 경기도대회에 나가게 됐는데 더 큰 어려움에 봉착했다. 학생이 컴퓨터를 다룰 줄 모르는 상황에서 보고서 15장을 써야 했다. 준비과정을 담은 일지도 작성해야 했다. 학생이 벅찬 과정을 잘 따라줘 경기도대회에서 우수상을 받아 고생만큼 좋은 성과를 얻을 수 있었다.
이런 경험을 토대로 과학대회에 출전할 때 알아야 할 정보를 정리해 함께 수록했다.
여러분이 생각하는 교사의 정의를 말해달라.
임은영 교사는 일종의 인큐베이터 역할을 해야 한다. 아이들의 롤모델로서 사회에서 하나의 독립된 인간으로 살아가는 데 필요한 기본적인 것을 가르치고 홀로서기에 필요한 자양분을 줘야 한다.
이예린 나만의 작은 무대가 있는 연예인이다. 교사도 학생들에게 미움받지 않을까 두려워하는 면이 있다. 학교에서는 교사만의 자아가 따로 있는 것처럼 말 한마디 행동 하나하나 조심하게 된다.
강소민 교사가 된 후의 느낌을 말하고 싶다. 교사하길 참 잘했다! 초등학생들은 맑은 영혼, 혼나도 돌아서면 웃는 밝은 에너지가 있다. 오히려 아이들한테 힘을 얻고 있다.
책을 내기까지 어려운 점은 없었는지, 그리고 책을 발간한 소감을 듣고 싶다.
강소민 지난 겨울방학 내내 글을 썼다. 함께 모여 퇴고하고 수정해서 90곳이 넘는 출판사에 투고했다. 모모출판이 우리의 글을 좋게 보고 출간을 제안했다. 우리가 원하는 방향을 적극 반영해줬고 김주원 선생님이 그린 그림도 실을 수 있었다.
출간 과정에서 변화가 있었다. 저와 김민혜·김주원·이예린·임은영·조은해·최지원 선생님은 배다리초에서 근무 중이고 정소이 선생님은 부천에서, 송라헬 선생님은 평택대 언어학당에서 외국인 학생을 가르치고 있다.
임은영 제가 쓴 글을 보고 누군가 비웃지 않을까 하고 걱정하기도 했다. 그런데 발간된 책을 보니 정말 좋았다. 서점에 가면 책이 놓여 있고 주위에서 책 잘 봤다는 연락이 오니 무척 뿌듯하다.
송라헬 신랑과 아이를 재워놓고 밤 12시가 넘어서야 글을 쓸 수 있었다. 처음 책을 보고 그 시간이 헛되지 않았구나 하고 느꼈다. 요즘은 이 책을 더 많은 사람에게 알리고 더 많이 판매해야 한다는 목표에 몰두하고 있다.
이예린 아이들이 선생님이라고 불러줬을 때 ‘나를 부르는 건가’ 어색하던 때가 있었다. 저만의 생각과 이야기를 담은 책을 내고 보니 나름 교사다워졌네 하는 자신감이 생겼다. 또 성공이든 실패든 누군가와 나눌 수 있다는 점이 좋았다.
앞으로 여러분은 어떤 교사가 되고 싶은가.
강소민 따뜻한 교사가 되고 싶다. 보건실은 학생들이 학교에서 그나마 편하게 숨을 쉴 수 있는 공간 중 하나다. 그런 학생들에게 따뜻한 교사로 기억되고 싶고, 그렇게 되기 위해 노력하겠다.
임은영 제가 책에도 썼던 내용인데 5년을 넘으면 신규 교사도 아니고 경력 교사도 아닌 애매한 지점에 다다른다. 처음 교단에 섰을 때의 열정과 초심을 잃지 않고 경력 교사만의 지혜로움이 있는 교사가 되고 싶다.
송라헬 저는 아이들을 만나고 가르치는 순간이 행복하다. 아이들에게 행복한 교사로 기억되고 싶다.
이예린 아이들에게 자신을 존중하는 교사로 기억되고 싶다. 아이들의 말을 귀담아 들어주고, 한 명의 사람으로 인정해 주려고 노력하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