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교 근린공원 6
-사람 일광욕
두툼한 햇볕은 시간을 녹이고
노인들은 몸과 마음을 녹이며 공원의 일부가 된다
화살나무 곁 긴 벤치에서
할아버지들은 장기를 두고 할머니들은 햇살을 만지작거린다
그들이 공원 한때를 차지하는 것은
햇볕보다는 사람을 쬘 수 있는 공원의 부가가치 때문이리라
노령의 길들은 길지도 멀지도 않아
그저 사람이나 쬐며 한두 가지 지병을 자랑하며
작은 관심이라도 받게 되면 그런대로 운수 좋은 날이다
아들은 이미 족보와 같은 위치에 올라 있으므로
자식 이상의 의미를 요구하기도 어려운 존재가 되었다
이럴 때 화살나무는 이름값이라도 해야 한다는 듯
오후의 일광을 꿰어 시위를 당긴다
잠시 허공이 휘청거렸고 노인 하나가 장기판을 접는다
하루가 셔터를 내릴 차례다
마음 다루기
고약한 마음 한 쪼가리가
명치 끝에 걸린다
잘못 먹은 그것을 뱉어내고
뱉은 그것을 다시 주워 먹으면서
마음 부리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깨닫는다
마음먹는 일이 숨 쉬는 일과 같다는 생각이었을까
숨 쉴 때마다 변하는 그 마음도 내 것이라
언제든지 버리고 바꾸면 된다는 생각이었을까
때와 장소를 구분하지 않아도
먼저 먹은 마음과 순서를 따지지 않아도
쉽게 먹고 편하게 버리던 얄궂은 마음들
버릴 것은 버리고 취할 것은 취하면서
용서라는 관용의 결정도 선택해야 한다
그래야 옳은 일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용서해주고 싶은 그 마음을 또 원망하면서
퉁퉁 부은 눈으로 맞이하는 아침 해
온 누리에 황금빛을 쏟아주는 태양을 우러르며
용서의 마음 하나를 비타민으로 꿀꺽 삼킨다
목울대를 타고 구불구불 내려가는
그 만병통치의 명약을 단전에 안착시킨다
이해와 사랑의 길이 열리고
행복이 뛰어들었다.
한국문인협회 국제문학교류위원 평택시민예술대학 문예창작과 강사 천강문학상(시), 동서문학상(수필), 시집 등세종도서 2회 선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