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칼럼

문형철포승읍 원정 7리 이장
문형철
포승읍 원정 7리 이장

우리 마을은 농업과 어업으로 아주 부유하진 않았지만 부족함을 모르고 서로를 의지하며 조상 대대로 살아가는 인심 좋고 풍요로운 마을이었다. 그러나 1990년 초에 해군2함대가 인천에서 우리 마을로 이주하면서 우리의 아픔이 시작되었다. 해군은 인천 기지를 평당 160만원에 매각하고 우리에겐 고작 평당 4만5000원을 쥐어주고 우리를 삶의 터전에서 쫓아냈다.

우리들은 헐값의 보상과 온갖 감언이설로 우리를 꾀어 조상대대로 살아오던 삶의 터전에서 쫓겨났다. 우리의 아픔이 여기서 끝났으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밤낮을 가리지 않고 들려오는 총소리, 뱃고동도 소리, 헬기소리, 화약냄새 등으로 우리는 오늘도 아직 해군2함대가 떠나지 않는 한 생을 마감하는 그날까지 이 고통에 시달리며 살아갈 수밖에 없는 현실에 가슴이 메어온다.

해군2함대는 우리 고통을 얼마만큼 알고 있는지 묻고 싶다. 제주강정마을에도 해군기지가 있지만 그곳은 고작 4만여 평의 땅이 수용되었으며 단 한 가구도 이주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강정마을엔 947억원이라는 천문학적인 지원금을 지원해주며 마을공동사업을 하여 연말에 가구당 약 2000만~3000만원씩 나누어 지급하여 주고 있다. 그러나 평택 해군2함대는 약 120만평에 입지하며 우리에게 무엇을 주었는가.

조상 대대로 살아오던 우리에게 그 무엇보다 소중한 땅 120만평을 혈값 주고 쫓아낸 것도 모자라 30년을 넘는 긴 시간 동안 우리에게 고통만 안겨주고 있다. 해군2함대 건설 당시 우리에게 약속한 괴태곶봉수대 자유출입을 즉시 이행하여 개방해 줄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 30년이 넘도록 해군2함대 철책 안에 갇혀있는 괴태곶봉수대를 시민의 품으로 돌려주고 주민 고통을 헤아려 위로해줄 것을 요구한다.

역대 사령관들은 부임해 오면 원정리 11개 마을 이장과 시민사회 단체장들과 상견례를 하여 민군의 상생방안을 논의하여 왔으나 현 사령관은 주민과 시민단체와 소통을 거부 또는 축소하기에 급급한 태도에 주민과 시민단체는 분개하여 해군2함대와 현 사령관을 규탄하는 기자회견, 집회와 행진을 진행하고 있다.

군이란 특수조직이 존재하는 이유는 국토방위와 국민들의 안녕을 위하여 존재하는 게 아닌가?

그런 조직에서 시민에게 고통의 아픔을 준다면 그 조직은 존재할 필요성이 없으므로 즉시 해군2함대와 현 사령관은 물러나야 한다. 우리가 정치적으로 또는 밥을 못 먹어서 얻어 먹으러 사령관을 만나자는 것이 아니다.

 

1990년대 초 해군2함대가
이곳 평택 원정리로 온 후 
삶의 터전에서 쫒겨난 
11개 마을 주민들 인내심 이젠 바닥, 
민군 상생 외면하는 현 사령관은 
제2의 강정마을 사태를 바라는 것인가

지금까지 해온 것처럼 민군이 서로의 고충을 헤아려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을 논의코자 상견례를 요청하였으나 탄핵시국이라 정치적으로 민감하다며 인원을 2~3명으로 제안하더니 그조차 본인은 만날 수 없으니 참모들과 관내에 있는 식당에 와서 밥이나 먹고 가라는 황당한 연락을 받고 주민들을 무시하는 현 사령관의 태도에 울화가 치밀어 올랐다.

이에 우리는 지난 5월 9일 해군2함대 정문 앞에서 비가 오는 궂은 날씨에도 50여 명의 시민들이 참가한 기자회견을 진행하였고, 오는 22일에는 시민단체들과 연대하고 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 스님들도 함께하는 행진과 삼보일보를 계획하고 있다.

30여 년의 긴 세월 우리들의 하루는 해군2함대에서 들려오는 온갖 소음으로 인해 고통으로 시작해서 고통으로 마치는 참담한 시간이었다. 그래도 우리는 인내하였다. 왜 언젠가는 해군2함대에서 우리들의 고통을 위로와 치유를 해줄 것이라 믿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해군2함대는 우리의 고통은 안중에도 없었다. 그 누구도 먼저 찾아와 우리의 고통을 들어보려 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우리가 먼저 고통을 호소하지도 그 무엇을 요구하지도 않았으며 민과 군이 상생할 수 있기를 기다려 왔던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어떤가. 서로 잘해보자 상생하자고 만나자는 우리의 마음을 무참히도 일언지하에 거부하는 현 사령관의 태도에 이제까지 인내한 것이 너무도 후회스럽고 참담하다.

이번 기자회견과 집회로 인해 우리들의 고통이 방방곡곡에 널리 알려져 해군과 정부 그리고 평택시에서 위로와 치유를 받을 수 있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돌부리에 채이는 민초들이라고 무시하지 말고 고통과 아픔을 헤아려 주기를 간곡히 당부한다. 그렇지 않다면 이번 집회는 제2의 강정마을과 대추리 미군기지 그리고 매향리 미공군사격장과 같은 투쟁이 일어나는 시발점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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