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환우와 떠나는 생태기행 56

평택에서 여주시 남한강으로 가는 길을 검색하다가 출근 시간 정체를 피해 평택제천고속도로 서안성나들목으로 진입해 안성에 새로 개통된 세종포천고속도로의 안성~구리 구간을 처음으로 달려보았다. 안성에서 용인으로 통하는 고속도로는 여러 개의 긴 터널로 건설되어 편안하게 시속 120km의 속도로 주행할 수 있다. 아직은 이용하는 자동차 수가 적은 편이다. 용인JC에서 영동고속도로로 갈아타 여주로 향해 달린다. 본격적인 여행을 앞두고 여주휴게소에서 간단한 아침 식사를 하고 여주IC를 통해 여주시 영월근린공원에 도착한다.

남한강 유람선 황포돛배가 상춘객을 태우고 출렁다리 아래로 운항 중이다.
남한강 유람선 황포돛배가 상춘객을 태우고 출렁다리 아래로 운항 중이다.

충청북도 충주호에서 휴식을 취한 강물은 충주댐 하류 여주로 향한다. 충주댐 벚꽃길의 꽃비가 바람에 날려 강물에 흘러온 남한강은 원주시에서 유입된 섬강과 합류한다. 안성 죽산, 이천 장호원에서 흘러오는 청미천이 여주 삼합리에서 남한강에 합류해 강폭이 넓어지며 여주의 중심부를 관통한다.

여주시 3개의 보 가운데 상류에 설치한 강천보는 길이가 400미터 규모이다. 강원도와 충청북도에서 빠른 유속으로 흘러온 강물이 모래 자갈을 운반해 강변 평야에 퇴적되어 비옥한 농경지가 형성되었다. 기름진 평야와 농업용수가 풍부한 여주는 전통적으로 쌀로 유명하다, 여주 남한강에는 크고 작은 섬들이 있다. 강천보 상류 강천섬에는 ‘강천섬 힐링센터’를 조성해 여유로운 휴식을 원하는 여행자들이 자주 이용하고 있다.

 

평택제천고속도로 서안성나들목으로

진입해 안성에 새로 개통된 세종포천

고속도로 안성-구리 구간 달리고 영동

고속도로 갈아타 여주 도착

 

여주시는 남한강을 중심으로 역사

문화적 가치가 축적된 신륵사와

도자기, 여주박물관 중심으로 관광

단지 조성, 황포돛배 운항, 자전거길

인프라 보강 등으로 관광 수요 창출해

평택시와 여주시의 공통점은 들이 평평하고, 국가하천 규모의 물줄기 여러 개가 흘러 습지가 발달해 물새인 백로들이 많이 서식한다는 점이다. 유사한 자연환경 덕분에 평택시와 여주시는 상징새를 ‘백로’로 지정하였다. 여흥민씨 시조가 태어난 영월근린공원 강변에 보전된 ‘마암’ 절벽이 아름답다. 강가에서 물고기를 잡는 백로를 보니 평택 세교동 백로 서식지에 있는 여흥민씨 선산이 생각난다. ‘여흥’이란 지명은 여주의 옛 이름이다. 지금은 여주시 여흥동으로 지명이 이어진다. 여주에는 세종대왕과 소헌왕후를 합장하여 모신 왕릉인 ‘영릉’을 비롯해 조선 고종황제의 황후 명성황후가 출생하여 8세까지 살았던 ‘명성황후 생가’가 있다.

남한강 남측 여주시청과 북측 신륵사를 연결하는 여주대교
남한강 남측 여주시청과 북측 신륵사를 연결하는 여주대교

여주대교 아래로 유람선이 상춘객들을 태우고 운항한다. 남한강 유람선은 조선시대 서울 광나루, 마포나루와 여주 신륵사 앞 조포나루, 금사면 이포나루를 운항하던 ‘황포돛배’의 외형을 복원했다. 충주호 크루즈 유람선에 비하면 아담한 선박이지만 황포돛을 달고 느린 속도로 떠가는 돛단배가 여유로운 느낌이다.

충주에서 머물렀던 남한강 물주기는 충주댐 하류를 거쳐 경기도 여주에서 양평으로 흐른다.
충주에서 머물렀던 남한강 물주기는 충주댐 하류를 거쳐 경기도 여주에서 양평으로 흐른다.

남한강은 중부 내륙과 서울을 연결하는 수송로이며 조선시대에는 문경새재를 통해 영남지방과도 연결되는 교통로이다. 여주 일대의 강가에는 나루가 발달하여 짐배, 떼배들이 쉬어가는 여각 장터가 발달하였다. 신륵사 앞 조포나루는 황포돛배 선착장으로 살아남아 있다. 여주의 나루터는 서해안, 한강 하류에서 나는 새우젓·소금 등 해산물을 한강 상류인 강원도·충청북도로 운반하고, 강원도의 임산물, 목재를 서울로 운반하는 주요 거점이었다. 여주에서 배를 타고 서울로 내려갈 때는 대략 이틀이 걸리고, 서울에서 여주로 강을 거슬러 올라가는 데는 닷새가 걸렸다고 한다. 계절에 따라 수량, 수심, 바람의 방향 등 변화로 인해 운항 시간의 편차가 있다. 금사면 이포리 이포보에는 이포나루에서 배를 타고 강을 건너는 사진이 전시되어 있다. 이포대교가 건설되기 전에는 여객과 버스, 자동차 등을 배에 실어 강 건너로 연결해 주었다. 토목기술의 발전으로 철도, 고속도로와 대형 다리 건설이 활발해지면서 한강을 이용한 내륙 수운은 쇠퇴하였다.

신륵사 앞에 남한강을 가로지르는 웅장한 출렁다리 개통을 앞두고 있다.
신륵사 앞에 남한강을 가로지르는 웅장한 출렁다리 개통을 앞두고 있다.

신륵사는 남한강 북측 강변을 따라 위치한 유일한 사찰로 고려 우왕 2년에 나옹선사가 입적하면서 유명한 절이 되었다. 부처님오신날이 다가오자 신륵사에는 연등이 걸리고, 여주도자기축제 준비로 분주하다. 금은모래캠핑장 강변에서 바라본 신륵사 전경이 아름답다. 나지막한 봉미산이 차가운 북서풍을 막아주고, 남쪽으로 남한강과 평야가 시원하게 열려있다. 산속에 자리 잡은 산사와는 다르게 강변에 있는 신륵사는 아침에 떠오르는 태양부터 오후 석양까지 온종일 따스한 햇볕을 품는다. 남한강에서 불어오는 바람결을 느끼며 강변을 따라 신륵사 경내 끝자락까지 걸어가면 바위 위에 아름다운 정자 ‘강월헌’이 있다. 정자에서 남한강을 내려보며 땀을 식히면 마음의 평화가 밀려온다. 정자 옆에는 삼층 석탑이 오랜 세월 비바람과 대화를 나누며 말없이 서 있다. 석탑은 풍화작용으로 부드럽게 변하고 있으나 간결하고 단단한 느낌이다. 멀리서 두손모아 절해야 하는 높은 곳에 있는 다층전탑과는 다르게 중생의 눈높이로 서 있는 삼층석탑이 친근하다. 고려 말기의 선승 ‘나옹선사’를 화장한 자리에 삼층석탑을 세웠다.

 

평택시도 진위천, 안성천과 평택호

관광단지, 평택항, 권관항을 연계해

시민 친수공간 더욱 확보하고 수자원과

습지, 철새를 관광자원으로 활용하려는

다양한 시도 있기를 기대

최근 여주시는 여주 관광 원년의 해로 정하고 신륵사 앞에 남한강을 가로지르는 길이 505미터 높이 30미터 규모의 ‘남한강 출렁다리’를 준공했다. 신륵사 관광지 일원에서 여주도자기축제가 시작되는 5월 1일부터 개통한다. 여주시는 남한강을 중심으로 역사문화적 가치가 축적된 신륵사와 도자기, 여주박물관 등을 중심으로 관광단지를 조성하고, 관광객이 남한강을 더 가까이에서 즐길 수 있도록 황포돛배를 운항하고, 남한강 강변을 자전거 타고 즐길 수 있는 인프라를 보강하고 있다. 남한강 자전거길은 탄금대~팔당대교 132km 거리로 충주~여주~양평으로 연결된다. 장거리 국토종주 자전거 여행이 부담스러운 사람들은 여주시 금은모래캠핑장에서 다양한 자전거를 빌려서 여주시 관광지를 즐길 수 있다. 가족·연인이 함께 탈 수 있는 3인승 전기자전거를 빌려주는 업체들이 운영 중이다. 신륵사관광지와 이포보에서도 가족들이 자전거를 타고 여행하는 모습을 자주 만날 수 있다. 금은모래캠핑장 강변에는 오리배, 모터보트를 탈 수 있는 선착장이 영업하고 있다. 출렁다리 개통으로 신륵사 관광단지와 강 건너 금은모래캠핑장을 연계하는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평택시도 국가하천 진위천·안성천과 평택호관광단지·평택항·권관항을 연계해 시민이 다양한 방식으로 즐길 수 있는 친수공간을 더 확보하고, 자전거 여행을 위한 편의시설에 꾸준히 투자해야 한다. 수자원과 습지, 철새를 관광자원으로 활용하는 다양한 시도가 추진되기를 기대한다.

 

 

※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박환우 환경전문기자·평택포럼 도시환경분과장

 

저작권자 © 평택시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