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택읽기
“학교 끝나고 아이를 어디에 맡겨야 할지 모르겠다.”, “성인이 된 자녀가 집에만 있으니, 하루 종일 눈치만 보게 된다.”
발달장애인 가정에서 반복되는 이 말들은 단순한 개인의 고충이 아니다. 이는 우리 사회가 여전히 장애인의 일상에 대해 구조적 준비가 부족하다는 현실을 보여주는 증거다.
2025년은 발달장애인 지원정책에서 중요한 전환점이 되는 해다. 정부는 올해부터 방과 후 활동지원서비스와 주간활동(낮활동) 서비스의 대상 인원을 확대하고, 서비스 제공기관도 전국적으로 확충하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이는 오랫동안 기다림에 지쳐 있던 수많은 가정에 실질적인 변화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
방과 후 활동지원서비스 확대: 일상 속 돌봄 공백을 메우는 정책
발달장애 아동·청소년의 방과 후 시간은 수많은 가정에서 가장 큰 걱정거리다. 일반 아동처럼 학원이나 놀이시설을 자유롭게 이용하기 어렵고, 보호자의 도움이 절대적으로 필요하기 때문에 부모 중 한 명이 경제활동을 포기하거나 시간제 근무로 전환해야 하는 경우가 빈번하다. 특히 맞벌이 가정, 한부모 가정, 조손가정의 경우 돌봄 공백이 더욱 심각하게 나타난다.
2025년부터는 평택시는 방과 후 활동지원 서비스 제공기관의 수가 늘어나고 기관이 늘어난 만큼 프로그램 내용도 다양화된다. 그동안 예산과 인력 부족으로 수요가 있음에도 신청조차 어려웠던 가정들에게 실질적인 기회가 열리는 것이다.
이 서비스는 단순한 보호 차원을 넘어서 사회성 향상, 놀이와 여가, 자기표현, 지역사회적응 등 발달장애 아동의 전인적 성장을 목표로 한다. 다름을 존중받고 가능성을 발견하는 시간이 되며, 보호자에게는 재충전의 여유를 제공하는 정책이다.
낮 시간 주간활동 서비스 확대: 성인의 하루를 보장하는 복지
성인이 된 발달장애인의 하루는 대부분 가정 내 고립으로 이어진다. 졸업 이후 진학이나 취업으로 사회에 진입하기 어려운 구조이기 때문이다. 지역 내 활동 공간이나 프로그램의 부족 역시 이들을 사회로부터 단절시키는 요인이다. 결국 당사자는 대부분의 시간을 집 안에서 보내고, 보호자는 외출이나 경제활동을 포기하는 악순환이 지속된다.
이러한 현실에 대응하기 위해 정부는 주간활동 서비스의 대상자 수를 확대하고, 시간 운영의 유연성을 높이며, 제공기관도 지속적으로 늘리고 있다. 주간활동 서비스는 성인 발달장애인이 자조모임, 요리, 스포츠, 문화예술, 자립생활 훈련 등 다양한 활동을 통해 사회와 연결되고 자율성과 주도성을 경험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다.
이는 단순한 ‘시간 채우기’가 아니라 존엄한 일상 회복과 개인 성장의 기회를 제공하는 정책이다. 특히 발달장애인 인구가 꾸준히 증가하는 평택시와 같은 도시에서는, 발달장애인이 지역사회를 통해 그들의 삶을 충분히 살아 낼 수 있도록 다양한 참여 기회를 보장하고, 지역 자원과의 연계를 강화하며, 일상 속에서 자립과 존엄을 실현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노력이 병행되어야 한다.
‘보호’가 아닌 ‘삶’으로 접근해야 한다
방과 후 활동지원과 주간활동 서비스는 발달장애인을 위한 단순한 보호 프로그램이 아니다. 이는 발달장애인의 삶을 존중하고 사회와의 연결을 가능하게 하며, 가족의 삶의 무게를 나누는 제도다.
평택에서도 이러한 변화가 실질적인 뿌리를 내릴 수 있도록 행정, 정치, 복지 현장이 함께 고민하고 실천에 나서야 한다. 발달장애인은 지역사회의 ‘특수한 존재’가 아니라 우리가 함께 살아가는 이웃이다.
이제는 그들의 하루를 지역사회가 함께 책임져야 할 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