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탄핵과 조기 대선을 맞으며
# 윤석열 대통령이 4월 4일 헌법재판소 재판관 전원일치 판결로 파면되었다. 12.3 비상계엄선포일로부터 122일, 국회에서 탄핵소추안이 통과된 지 111일 만이다. 헌법재판소는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은 실체적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을 뿐 아니라 절차적 문제점과 더불어 국회 권한과 사법부 독립 침해, 정치적 자유와 헌정질서를 침해해 헌법과 법률을 심각하게 위반했으며, 국민의 신뢰를 배반했다고 결론지었다. 이로써 윤대통령은 헌정사상 두 번째로 파면된 대통령이라는 불명예를 안았다.
뒤늦은 감은 있으나 헌재의 파면 결정은 대한민국 헌정질서를 파괴한 행위를 단죄하는 사필귀정이다. 준엄한 선고문은 독재정권에 맞서 싸우며 헌법을 지켜온 대한민국 국민의 승리를 선언하는 선언문 같았고, 대한민국 국민임을 자랑스럽게 생각하게 하는 멋진 문장이기도 했다.
# 윤 전대통령의 시대착오적인 비상계엄이 우리 사회에 남긴 상처는 너무도 깊다. 대한민국은 12.3 비상계엄 이전과 이후로 구분될 정도로 사회적 갈등이 심화되었다. 윤 전대통령은 내란죄로 재판을 받게 되겠지만, 비상계엄 이후 4개월 동안 우리 사회는 돌이킬 수 없을 정도의 사회·경제적 타격을 입었다. 탄핵 찬반으로 갈린 극심한 사회적 갈등은 탄핵 판결 이후 쉽사리 가라앉거나 봉합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그동안 보수 우익 정치권에서도 멀리했던 아스팔트 극우세력들이 탄핵 반대 집회를 거듭하며 보수 우익의 주류처럼 부상한 것은 우리 사회의 앞날을 위해 큰 걱정을 자아내게 한다. 합리적 보수주의자라면 헌정 질서를 파괴한 ‘친위 쿠데타’를 소위 ‘계몽령’이니 뭐니 하는 말로 미화하며 용인할 수 없을 것이다. 이번 헌재 판결을 계기로 내란 행위를 옹호하는 극단적인 강경 보수 세력들이 더 이상 여론의 관심을 받아서는 안될 것이다. 객관적이고 균형잡힌 언론 보도를 무시하며 극단적 사상을 선동하는 유튜브를 통해 세력을 확장하는 극우 집단들이 보수 세력의 중심이 되거나 무시할 수 없는 실체로 등장한다면 우리 사회는 합리적 보수주의자들이 설 땅을 잃어가고 결국 국민들은 보수세력을 외면하게 될 것이다. 사회의 건전한 발전을 위해서도 법원을 침탈하고 헌법적 질서를 부정하며 폭력을 행사하는 극우세력을 견제하는 사회적 장치도 필요할 것으로 보이지만, 보수세력 내부에서 국민의 신뢰를 회복해 나갈 정치력을 복원하는 것이 우선 중요할 것이다.
시대착오적 비상계엄 대통령
탄핵으로 단죄한 것은 사필귀정
극단적 보수세력들이 보수 진영의
주류로 부상하는 것은
우리 사회의 앞날을 위해 큰 걱정 거리
조기대선 국면에서 지역 정치권과
시민사회, 언론은 갈등 극복하고
사회 통합 이룰 수 있도록
세심히 노력해야
조기대선 국면이다. 사회·경제적 혼란을 수습하고 대한민국을 이끌어 갈 새 대통령을 선출하는 과정이 순탄하게 진행되길 바란다. 비상계엄과 탄핵 정국 속에서 움추러든 국민들의 몸과 마음이 대선 국면을 거치며 활력을 되찾기를 바란다. 어느 정당의 후보가 대통령이 되든 무너진 경제를 다시 살리고 사회의 기본 질서를 세우고, 트럼프 2기 집권 이후 급변한 세계 정세 속에서 대한민국이 살아나갈 길을 국민적 지지 속에 모색해 나간다면 비상계엄으로 잃어버렸던 국민적 자존심을 다시 살릴 수 있을 것이다.
# 한편, 평택 지역사회 역시 탄핵 정국을 거치며 탄핵 찬성파와 반대파들이 지역과 서울 상경집회에 참석하며 갈등과 긴장이 지속되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탄핵됨으로써 탄핵 반대 목소리를 냈던 지역 내 보수 세력과 시민들의 향후 움직임에도 관심이 쏠린다. 다행히 최근 여론조사에 의하면 대다수 국민들이 탄핵 판결 결과를 수용하고 있다. 평택의 보수 세력들도 탄핵 결과를 수용하면서 정치적 활로를 찾아나가야 할 것이다.
조기 대선에서 평택 시민의 표심이 어떻게 나타날지에도 관심이 크다. 평택은 세계 최대 주한미군이 주둔하고 해군2함대가 있는 지역이다보니 전통적으로 보수 세력의 힘이 큰 지역으로 분류되었지만, 최근 삼성전자 입주와 대단위 아파트 공급에 따른 젊은 층의 급격한 인구 증가로 진보 세력의 힘도 점점 커지고 있다. 지난해 치러진 총선에서 평택 3곳의 선거구에서 모두 민주당 후보가 당선되었다. 평택시장도 민주당 소속이고, 시의회 다수당도 민주당이다. 탄핵 정국을 거치며 평택의 민심이 보수세력에게 그다지 호의적이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고려한다면, 조기대선 뿐 아니라 내년에 치러질 지방선거에서도 민주당의 우위를 점치기는 어렵지 않다.
얼마남지않은 시간 동안 어떠한 변수가 있을지 모르겠지만, 평택 지역의 보수세력은 지역사회에서 정치적으로 살아남기 위해 특단의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 이제 지역사회가 조기 대선을 거치며 내년 지방선거를 향해 본격적으로 움직일 것이다. 국가적으로도 위기 상황이지만, 평택 지역도 꼼꼼히 살펴보아야 할 현안이 한 두 가지가 아니다. 지역 정치권은 정치적으로 경쟁하면서도 지역 현안과 의제를 합심해 잘 풀어나갈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시민사회와 언론계 역시 지역 사회가 극심한 분열과 갈등 없이 사회적 통합을 이루며 번영과 발전을 이룰 수 있도록 세심하게 살피며 필요한 역할을 해나가야 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