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목련꽃차

매봉산 자락에 둥지를 튼 것은

탁월한 선택이었다

삼월이면 마당 가득 피어나는

하얀 목련꽃

겨울 눈이 녹으면 가지마다 생기가 돌고

솜털로 몸을 감싼 작은 꽃봉오리들

춘분이면 추위를 막아주던

솜털 깍지를 밀쳐내고

봉오리가 부풀어 올라

순백의 사랑을 준비한다

우아한 꽃봉오리를 조심스럽게 잘라

목련 향기 가득 품은 꽃차를 만든다

이른 봄비에 젖은 꽃잎

마당 가득 목련이 툭툭 떨어지면

청초한 미소의 그녀가 생각나서

찻잔 속 연꽃으로 다시 피어나는

목련꽃차 향기를 마신다

 

*                 *                 *

 

세차

황사 흙비로 얼룩진 하루

스스로는 깨끗해질 수 없는 몸

새롭게 태어나기 위해

사람들 눈을 피해

어두운 터널 속으로 숨는다

 

온몸을 찬물로 샤워를 하고

강풍으로 물기를 말린다

물과 바람으로

먼지를 털어내고

밝은 세상으로 조심스럽게 나가

개운한 마음으로

고속도로를 달리면

어지러운 생각들까지

바람결에 날아간다

바람결에 다 날아간다

 

 

박환우 시인 
박환우 시인 

 

전 평택시의원
전 국제대 외래교수
평택문인협회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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