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칼럼
평택안성지역노동조합
위원장
평택안성비정규노동센터 소장
‘평택시 아파트 경비노동자 노동조건 실태조사 보고회 및 토론회’가 지난해 12월 26일 평택시의회에서 진행됐다. 이날 발표된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조사에 참여한 경비노동자 245명 가운데 46%는 1년 미만 계약, 36.1%는 3개월 이하 초단기 계약을 하고 있다.
입주자대표회의와 위탁 계약을 맺고 있는 주택관리업자 다시 말해, 관리대행업체와는 보통 2~3년 단위로 계약을 맺으면서 경비와 청소 업무를 위탁하는 용역업체 등과는 1년 단위 계약을 맺는 것은 불합리하다. 더 나아가 이 용역업체들은 경비와 청소 노동자들과는 3개월 단위 초단기 계약을 맺고 있다. 이런 구조는 ‘알아서 기게’ 하고, ‘쉽게 해고’하기 위해서이다. 새롭게 구성된 입주자대표회의 입맛에 맞는 용역업체로 쉽게 바꾸려는 것도 주요한 이유다. 이러한 구조 탓에 비리가 자연스럽게 자라나게 된다. 모든 계약은 대등한 관계에서 이루어져야 하는데 입주자대표회의와의 관계에서 관리대행업체나 경비 용역업체, 청소 용역업체는 ‘약자’일 뿐이다.
아파트 경비‧관리업체 소속
노동자들 절반가량 1년
미만 계약으로 신분상 위험
노출, 인권보호와 근로조건
개선 위한 관리 감독 기관인
평택시의 강력한 해결 의지 필요
사정이 이렇다 보니, 입주자대표회의에서 관리대행업체와 경비 용역업체, 청소 용역업체에 속해 있는 노동자들을 해고하라고 으름장을 놓고 심지어는 해고 통보 공문까지 버젓이 보낸다. 이는 공동주택관리법 제65조 관리사무소장의 업무에 대한 부당 간섭 배제 등을 위반하는 것으로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해당되는 위법 행위이다. 같은 법 제65조의2(경비원등 근로자의 업무 등)와 제65조의3(주택관리업자에 대한 부당간섭 배제 등)의 ‘입주자대표회의 및 입주자 등은 주택관리업자에게 관리사무소장 및 소속 근로자에 대한 해고, 징계 등 불이익 조치를 요구하여서는 아니 된다’라는 규정을 위반하고 있다.
또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휴게시간이 평균 7.8시간임에도 응답한 경비노동자들의 실제 휴게시간은 3.5시간에 불과하다. 응답자의 27.6%가 경비초소를 휴게실로 사용한다고 답한 것에 비춰볼 때 경비노동자들은 경비초소에서 대기하고 있다가 언제든 분리수거와 주차 관리, 청소 등에 동원되고 있음을 미뤄 짐작할 수 있다. 실제 현실이 이렇다면 휴게시간 절반이 ‘공짜 노동’이 된다. 결국 강제 노역을 시키는 셈이다.
나아가 지난 2022년에 산업안전보건법이 개정되어 아파트 내 경비, 청소, 시설 관리 등의 업무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에 대한 휴게시설 설치가 의무화됐다. 관련법에 따라 휴게시설은 이용이 편리하고 가까운 곳에 설치해야 한다. 또 소음·분진·유해물질이 발생하는 장소에서 떨어져 설치해야 하고 일정한 온도를 유지하게 해주는 냉·난방 기기를 갖춰야 한다. 당연히 물품 보관 등 휴게시설 목적 이외 사용을 금지해야 한다. 쉴 공간도 제대로 갖추지 않고, 임금을 안 줄 테니 밤 10시부터 새벽 6시까지 적당히 알아서 쉬라고 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심지어 2021년 공동주택관리법과 시행령 개정 이후 금지된 도색이나 제초작업 등의 업무수행 비율도 31.8%에 달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관리 감독기관인 평택시의 강력한 해결 의지가 요구된다. 평택시 공동주택 관리원 등 인권 증진에 관한 조례의 제7조 2항에서 ‘시장은 관리원 등의 인권보호가 미흡하거나 기본시설의 설치가 미비한 공동주택 단지에 대하여 시정을 권고할 수 있다’고 규정돼 있다. 제8조 1항에서는 “시장은 관리원 등을 포함하여 입주자 등을 대상으로 연 1회 이상 관리원 등 차별금지, 기본시설의 설치·이용 및 인권보장을 위한 교육 및 홍보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노력하여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내가 사는 아파트의 경비노동자들의 노동조건도 챙기지 못하면서 내가 일하는 직장의 노동조건만 개선되기를 바랄 수 있겠는가. 아파트 경비노동자가 내 부모일 수 있고, 지인일 수도 있다는 마음으로 바라본다면 분명히 달라질 것이다. 이것이 모두가 행복한 아파트가 되기 위한 선결 조건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