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지상중계 알파문화예술포럼 ‘반환 미군기지 공간문화 재생의 과제’
부산시, 반환되는 미군 부대
건축물 모두 철거할 계획으로
실시설계 마쳤으나, 역사성과
경관적 활용 가능성 고려하고
시민 의견 수용해 일부 존치
알파탄약고 탄약 이전 가시화
반환 이후 활용 방안 논의할
범시민 거버넌스 필요성 대두
역사인물·증언 등 관련 자료
수집 시급…미군과 국방부에
원형 반환 요구를 관철하고
환경정화 등에도 대비해야
고덕면 율포리에 위치한 미군 알파탄약고 반환이 가시권에 들어 온 가운데, 알파문화예술공원추진위원회와 평택문화원이 주최한 ‘반환 미군기지 공간문화 재생의 과제’ 주제로 ‘2024 알파문화예술포럼’이 개최됐다. ‘캠프 하야리아와 알파탄약고 사례’를 부제로 12월 20일 평택문화원 대동관에서 진행된 이번 포럼은 반환 미군기지인 부산 캠프 하야리아를 시민공원으로 조성한 사례를 살펴보고 반환 예정인 고덕 알파탄약고의 바람직한 활용방안에 대한 토론으로 진행됐다. 기조발표는 유현 부산시립박물관 유물관리팀장이 “부산의 리틀아메리카 캠프 하야리아의 기억(부제-미군 캠프 잔존 시설물의 보존과 활용을 중심으로)”을 주제로, 황우갑 알파문화예술공원추진위원회 사무국장이 “알파탄약고 공간문화재생 연구”를 주제로 진행됐다. 이어진 토론에서는 김방 전 국제대 총장이 좌장을 맡아 이수연 알파문화예술공원추진위원회 대표, 김기수 평택시민신문 발행인, 오치성 고덕동주민자치위원장, 경희대 국제한국언어문화학과 박사과정을 수료한 지여정씨, 방유미 민세아카데미 이사가 참여해 토론을 진행했다. <평택시민신문>은 이날 포럼 주제발표와 주요 토론 내용을 정리해 독자들에게 전달한다.
반환 예정인 알파탄약고는 부지 약 28만㎡ 가운데 14만8156㎡가 존치돼 공원으로 조성될 예정이나, 탄약고 이전이 늦어지면서 탄약고와 인근 지역 244만여㎡가 군사시설보호구역으로 묶여 개발행위를 할 수 없었기 때문에 고덕국제신도시 조성에 차질을 빚어왔다. 탄약고가 이전되면 고덕 신도시 개발에 탄력을 받을 것으로 기대되고 반환 탄약고 활용 논의도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 기조발제 1
유현 부산시립박물관 유물관리팀장
행정과 전문가·언론·시민단체
망라한 30명 규모 거버넌스
‘라운드테이블’에서 의사결정
현재의 부산시민공원은 미군 캠프 하야리아 부대 부지에 조성된 공원으로 면적 47만1518㎡ 규모로 2014년 5월 개장됐다. 이 곳은 원래 일제 강점기에 일제가 경마장과 군수공장으로 사용하던 곳으로 2차 대전 이후 미군이 진주하던 곳이다. 미 군정 이후 미군이 철수했으나 한국전쟁 이후 다시 주둔해오다 모든 미군부대를 평택으로 이전한다는 LPP 협정에 따라 2006년 반환이 결정돼 폐쇄된 후 2010년 국방부로부터 부산시가 관리권을 이양 받았다. 부산시는 애초 이곳에 있는 모든 시설물을 철거한 후 공원을 조성할 계획을 세우고 실시설계까지 마친 상태였다.
그러나 시민공원을 추진하던 ‘시민들이 만드는 하야리아공원포럼’과 부대 반환운동을 벌여 왔던 ‘하야리아 시민공원 범시민운동본부’ 등이 중심이 되고 시의회와 부산시, 언론기관, 전문가 집단, 시민단체 등으로 구성된 거버넌스 조직인 30명 규모 ‘라운드테이블’의 의견을 부산시가 받아들여 총 388개의 건축물 가운데 역사문화적 가치와 형태, 경관적 활용가능성 등을 고려해 25개소의 건물을 존치시켰다. 특히 주목되는 점은 부산일보가 특별취재팀을 구성해 하야리아 공원을 역사와 기억이 보존되는 시민참여 공원으로 만들자는 지속적인 탐사보도와 기획보도를 통해 시민들을 계몽하고 결국 그 성과를 모아 ‘하야리아공원포럼’을 결성하게 하는 지역 공공저널리즘의 지평을 넓혔다는 점이다.
비록 일부에 지나지 않지만 건축물을 보존하게 된 것은 캠프 하야리아라는 역사 공간을 보존할 계기를 만든 점에서 의의가 크다. 그러나 기억의 장소는 과거 캠프 하야리아의 기억 그대로를 보존하기 위한 공간은 아니다. 군인 관사가 문화예술촌으로, 학교가 전시관 등으로 남게 되었다는 것은 이러한 기억의 매개물을 통해 새로운 문화적 기억을 탄생하게 하는 공간이 되었다는 점이다.
■ 기조발제 2
황우갑 사무국장
알파문화예술공원추진위원회
원형 반환, 환경오염 정화 등
앞으로 많은 과제 남아 있어
이를 위한 지역사회 노력 필요
이날 발표는 평택문화원 지원으로 발간되게 될 단행본 <알파탄약고 공간문화재생 연구>를 요약한 것이다. 단행본에서는 알파탄약고 장소성과 자료 수집 필요성, 알파탄약고 공간 활용 방안, 알파탄약고 문화공원 조성 관련 제언 등을 실었다. 이 자리에서는 자료수집과 공간 활용 방안에 대해 간략히 언급하고 문화공원 조성과 관련된 제언을 하고자 한다.
알파탄약고를 알파문화예술공원으로 조성하기 위해서는 알파탄약고와 관계된 자료수집이 필요하다. 고덕면 계루지가 고향인 안재홍, 1959년 이승만 대통령의 방문, 1961년 박정희 국가재건 최고회의 의장의 방문, 기지촌 작가 박석수와 오산미공군기지와 관련한 미군 장병, 알파탄약고 주변 마을 주민들의 증언 자료 등을 면밀히 수집해야 한다.
공간활용 방안으로는 미디어아트센터, 알파탄약고 역사관, 생태 미술관, 복합공연장, 컨벤션센터, 평생학습과 연구시설, 커뮤니티 공간과 카페 등 다양한 방안들이 제시되고 있지만, 아직 구체적으로 확정된 것은 없다.
원형 반환과 반환 이후 환경오염 정화 작업 등 많은 과제가 남아 있는 상황에서 무엇보다 중요하고 시급한 것은 반환을 위한 지역사회 각계의 노력이다. 아직 최종 반환이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시민사회와 정치권의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반환이 제때 이루어지지 않으면 공간 재생 그 자체가 무의미하기 때문이다. 결국 공원 조성은 LH가 맡기 때문에 LH에 방향성을 제안하고, 평택시에게도 시민 의견을 제시할 조직이 필요하다. 평택시와 민간이 소통할 수 있도록 알파문화예술공원추진위원회를 범시민 참여 조직으로 확대개편해 기지 반환 이후를 대비해 나가야 한다.
■지정토론
이수연 대표
알파문화예술공원추진위원회
현재 이곳은 문화공원으로 지정되어 있지만 어떤 공원으로 만들지에 대해 의견들이 엇갈리고 있다. 평택시는 이곳을 평화예술의전당이나 박물관 등의 부지로 활용하려다 그만 둔 적이 있다. 최근에는 시립 미술관을 넣자는 의견이 대두되었다. 미술관 건립은 평택시가 타당성 조사 용역을 마친 것으로 알고 있다. 평택시가 어떤 결정을 내렸는지 알수 없지만 이에 대한 대응 논리와 기준이 필요하다. 인구 팽창으로 다른 곳과 달리 드물게 확장하는 도시 평택에 어떤 공공건물이 등장할지 모르는데 탄약고야말로 힘 안 들이고 신축 건립하기 좋은 땅일 수밖에 없지 않은가. 탄약고를 ‘온전하게 원형 보존하고 훼손을 반대한다.’라는 논리는 원형 보존과 훼손의 개념 또는 범위를 명확히 해야 한다.
■지정 토론
김기수 평택시민신문 발행인
두 가지를 말씀드리겠다. 무엇보다 2025년에 시급한 것은 반환되는 알파탄약고 활용방안을 논의할 거버넌스 조직의 결성이다. 그동안 역할을 해온 알파문화에술공원추진위원회를 확대 개편하는 범시민조직을 시급히 구성해 민간 차원의 논의의 주체와 틀을 확보해야 한다. 여기에 평택시와 LH가 참여하는 것도 바람직할 것이다. 부지 활용방안과 관련해서는 시립미술관 이야기가 계속 나오는데, 알파탄약고 활용방안에 대한 용역이나 기본 방침이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특정 시설을 넣자는 이야기는 본말이 전도된 것이다. 특정 시설 자체를 반대하지 않지만, 알파탄약고의 정체성을 훼손하지 않고 원형 보존한다는 대원칙을 전제로 다양한 범시민적 논의를 통해 활용방안이 결정돼야 한다.
■지정토론
오치성 고덕동 주민자치위원장
중요한 것은 알파탄약고 부지 반환이 어디까지 왔느냐 하는 점이다. 최근에 LH가 내년 5월에 알파탄약고 인근 부지에 조성될 공공주택 부지를 대상으로 패키지형 공모사업을 진행할 것이라는 보도가 있는 것으로 미루어 탄약고 이전이 임박한 것이 아닌가 추측이 가능하다. 또한 LH에 확인해 본 결과 임시 탄약고 조성 작업이 마무리되었다고 한다. 아직 2023년 6월 외교부와 주한미군의 합의 이후 명확한 후속조치가 없지만, 최근 상황을 종합하면 알파탄약고 이전이 근시일 내에 이루어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과 연이은 탄핵으로 국방부와 미군측의 협상에 차질이 있지 않을까 하는 염려가 있다. 시민들의 적극적이고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하다.
■지정 토론
지여정 경희대 국제한국언어문화
학과 박사 수료
다른 지역도 반환된 미군기지 공간에 문화예술공원을 조성하는 상황에서 평택의 반환 미군기지는 어떤 차별성을 가질 수 있는지 궁금하다. 최근 젊은층 관광객들은 평택을 부대찌개나 햄버거 등의 키워드로 접하고 있는 듯하다. 유튜브에서 평택 관광과 관련된 키워드로 검색하면 음식과 관련된 것들이 대부분이다. 반환 미군기지에 외부인들을 유입시키기 위해서는 음식을 중심으로 한 최근의 여행 경향을 반영할 필요가 있다. ‘알파 탄약고’ 그 자체로 사회·역사적 의의가 있지만, 알파 탄약고의 재생과정이 평택의 문화적 유산을 모으고 평택 주민의 의견을 모아나가는 민관 거버넌스를 통해 큰 결실을 보기를 기대한다.
■지정토론
방유미 민세아카데미 이사
1995년 송탄시·평택시·평택군을 폐지하고 도농복합형 형태의 평택시가 시작되었지만, 행정 구역 범위만 거칠게 묶였다는 점과 세 개의 생활권의 거리가 상당히 떨어져 있다는 점 등에서 평택은 여전히 하나의 정체성으로 통합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고덕신도시가 평택의 새로운 거점장소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각종 행정기관과 다양한 문화예술 인프라들이 들어서게 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반환되는 알파탄약고 공원은 말 그대로 중심지의 중심지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알파탄약고가 시민들이 모일 수 있게 하는 ‘거점장소’ 역할을 맡고 시민들의 문화 나눔과 사회적 연대를 위한 인프라로서 역할 해주기를 기대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