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강묵법무부 인천공항출입국외국인청 심사국장행정학박사 평택고32회 졸업
길강묵
법무부 인천공항
출입국외국인청 심사국장
행정학박사 평택고32회 졸업

버스에서 내릴 때 문득 이런 생각이 들곤 한다. “내가 앉았던 좌석에 누군가가 앉게 되겠지.” 내가 내리는 이 순간에도 버스는 멈추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며, 새로운 승객들이 오르내리며 각자의 여정을 이어간다. 우리의 삶도 이와 다르지 않다. 우리가 남긴 흔적과 이야기는 단순히 끝나는 것이 아니라, 다음 사람들의 여정으로 이어진다.

한 해가 저물어 간다. 이맘때쯤이면 우리는 지나온 시간을 관조하며 삶의 본질에 관해 묻게 된다. 우리가 걸어온 길은 어디로 이어지고, 우리가 머물렀던 자리에는 어떤 이야기가 새롭게 쓰일 것인가? 긴 여정을 마치고 잠시 멈춰 숨을 고르는 이 순간, 깨닫게 된다. 우리의 자리는 단순히 비워지는 공간이 아니다. 그것은 다음 세대가 자신의 꿈과 이야기를 시작하는 새로운 무대이다.

한 해가 저문다 
우리의 뒤를 이을 이들을 위해 
그리고 더 나은 내일을 위해 
우리는 새로운 무대를 준비해야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Marcus Aurelius)가 말했듯, “네가 사는 삶은 지금까지 죽은 모든 이들의 삶을 이어받은 것이다”. 오늘이라 불리는 우리의 시간은 단절된 순간이 아니라 과거와 미래를 잇는 흐름 속에 있다. 시간과 공간은 단순히 흘러가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인간의 삶과 관계 속에서 교차하며, 세대를 잇는 위대한 서사를 만들어간다. 테세우스의 배(Ship of Theseus)처럼 우리의 유산은 형태가 변할지라도 본질적 가치는 결코 소멸하지 않는다. 우리가 남긴 자취는 다음 세대가 미래를 설계할 기반이 되고, 그것은 다음 세대에게 창조적 가능성과 지속 가능성을 담아 전달된다. 로마의 판테온(Pantheon)이 모든 신들을 위한 신전으로 세대를 넘어 오늘날에도 영감을 주는 상징이 된 것처럼, 우리의 노력 또한 그러하다.

우리가 만드는 길은 
개인적 성찰을 넘어 
사회와 문명의 지속가능성을 위한 
윤리적 실천으로 이어져야 한다 

12월은 한 해를 마무리하며 다가오는 새해를 준비하는 시간이다. 지나온 발자취를 돌아보며, 내년에는 우리가 어떤 새로운 길을 걸을지 고민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우리가 만드는 길이 다음 세대에게 어떤 의미를 남길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개인적 성찰을 넘어, 사회와 문명의 지속 가능성을 위한 윤리적 실천으로 이어져야 한다. 기후 변화와 자원 고갈, 경제적 불평등, 전쟁과 갈등, 인구 문제와 공동체의 약화 같은 인류가 직면한 문제들은 우리가 살아온 공간과 관계를 책임감 있게 보존하려는 태도에서 해법을 찾을 수 있다. 이와 함께, 기술 발전으로 인한 윤리적 도전과 교육 기회의 불평등, 그리고 민주적 가치의 약화는 우리가 지금 책임감 있게 다뤄야 할 중요한 과제다.

한 해가 저문다. 우리의 뒤를 이을 이들을 위해, 그리고 더 나은 내일을 위해, 우리는 새로운 무대를 준비해야 한다. 우리가 떠난 자리는 곧 다음 사람들의 이야기가 시작될 공간이 된다. 세상은 그렇게 흐름을 이어가며, 새로운 형태로 거듭나고, 끊임없이 진화한다. 어제보다 더 나은 내일을 위해, 그리고 우리의 뒤를 이을 누군가를 위해 이제 또 다른 버스를 탈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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