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원을 달린다

 

벽지의 끝을 잡고 평원을 내달린다
묽어진 시간 앞에 말의 고삐 당길 때
푸른 숲 하나가 되어 펼쳐지는 문양들
천정에 붙인 하늘 뜨겁게 달아올라
폭염을 덧바르는 대형 단지 아파트 안
말라간 풀이 살아나 층층마다 우거진다
초원이 사라질까 손이 바쁜 초보 사원
짙푸른 날을 향해 삼킨 말 쓸어내며
힘차게 갈기를 세워 높은 곳을 오른다

평택의 문인 김보선(본명 김영자) 시인이 국내 최고 권위의 시조시인 등단 무대인 제35회 중앙신춘시조 부문에서 ‘평원을 달린다’로 당선됐다.

김보선 시인은 안성에서 태어나 한경대 미디어문예창작학과를 졸업했으며 2022년 1월 중앙시조백일장에서 장원에 올랐다. 현재 ‘시란’ 동인으로 활동하고 있다. 수상 소감에서 “정형률의 벽 안에서 시조의 말에 오르는 일은 쉽지 않았다. 너무나 답답하고 외로운 시간이었다”면서 “금조(今調)라는 말을 새겨보며 생동감 넘치는 문장을 위해 더 열심히 노력하고 정진하겠다”고 다짐했다.

시조 ‘평원을 달린다’에 대한 심사위원들(서숙희·손영희·정혜숙·이태순 시인)의 평가는 “‘말(馬)’을 ‘말(言)’로 끌고 가는 시적 역량이 뛰어나다”로 압축된다. 심사위원들은 긴 토론 끝에 이 작품을 뽑으며 “벽지를 바르는 초보 사원의 꿈을 시조의 정형성 안에 잘 녹여냈다”며 “구성이 활달하고 벽지 무늬를 통해 풍부한 상상력을 짜임새 있게 확장시키고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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