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때늦은 후회

 

꼬물꼬물 입안에 
애벌레가 다니는 것 같더니
드디어 잇몸을 쑤시고 다닌다
고통이 육신의 칠 할을 지배한다
젖니 솟아나면서 젖꼭지 깨물리던 엄마는
붉은 젖살 뚫고 나오는 하얀 치아에 감동하여
비명조차 안으로 삼키곤 했다는데
단맛 쓴맛 함께 겪은 세월은
돌멩이도 씹어 넘기던 그 단단한 틈새로
낯선 식구를 들여앉힌다
너와 나의 눈빛을 시샘하는지
비밀스러운 공간에 얄미운 친구도 끼어들었다
고통도 함께하는 거라고 잠자리에서도
욱신거리는 나의 사랑니
무심하게 버려둔 충치의 해찰에 몸살 앓으며
때늦은 후회의 땜질을 한다
아픈 사랑의 생채기에 보수공사를 한다 

 

*                 *                 *

 

엄마의 아침

 

딸아이 도시락을 싸며 시작되는 하루
엄마보다 늦게 잠자리에 드는 아이가 안쓰러워
조금이라도 더 재우고 싶은 어미 마음
늦게 깨웠다고 투덜거리는 아이
밥상에 앉혀놓고
아이의 긴 머리를 드라이기로 말려준다 
나보다 훌쩍 커버린 고3의 딸
나는 딸의 머리카락을 매만지며
엄마의 까칠까칠했던 손길을 떠올린다
어릴 적 나의 아침엔 엄마가 없었다
동이 트기도 전에 논밭으로 나가야 했으므로
발에 묻은 흙도 채 털지 못하고
부리나케 들어오셔서 도시락을 챙기곤 했다
하루에 서너 번 오는 버스를 놓칠까 봐
엄마는 딸의 책가방을 들고 뛰었다
큰길가에서 큰 버스를 붙잡고
게으른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안문 시인
안문 시인

 

안문 시인

계간 <한국 작가> 등단
평택문인협회 사무차장
경기문학 공로상, 평택문학상
시집 <누가 엄마에게 한숨을 선물했을까>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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