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세혁의 로컬프리즘

진세혁 평택대 국제무역행정학과 교수
진세혁
평택대 국제무역행정학과 교수

대한민국의 현행 헌법은 1987년 10월 27일 국민투표에 의해 확정된 헌법이다. 가장 큰 특징은 대통령직선제이다. 1972년 유신헌법, 1980년 5공화국헌법은 대통령 간접선거를 규정하였으나 현행 헌법은 국민적 열망을 반영하여 대통령직선제를 도입한 것이다. 현행 헌법이 만들어진 기본 동력은 5년 단임의 대통령직선제라고 할 수 있다.

헌법은 국가의 조직과 구성, 운영에 관한 기본법이다. 9차례에 걸친 헌법개정이 정치적 격변기에 이루어지거나, 집권자인 대통령의 임기 연장을 위한 개헌이었다는 아픈 기억이 있기 때문에 권력 구조의 측면에서 헌법을 바라보는 시각이 강한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대통령 선출방식만의 문제가 아니라 대한민국 헌법이 추구하는 기본 가치가 있다. 여러 가지 가치를 설명할 수 있으나 기본은 국민주권주의와 자유민주주의라고 할 수 있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며, 주권은 국민에게 있으며,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확고히 하고자 한다.

 

윤석열대통령의 12‧3 비상계엄은
선포요건 관련 위헌‧위법성 문제 야기 
계엄 실패는 우리 사회가
국민주권주의와 자유민주주의 
지킬 수 있는 능력 있음 보여줘 

헌법은 이를 실현하기 위해 삼권분립을 채택하고 대통령은 ‘국가의 독립·영토의 보전 국가의 계속성과 헌법을 수호할 책무’를 지도록 하고 있다.(제66조 제2항)

헌법은 국가비상사태에 대처하기 위해 대통령에게 국가긴급권을 부여하고 있다. 국가적·헌법적 위기를 극복하기 위하여 비상적 수단을 발동할 수 있는 권한이 국가긴급권이다. 즉 국가긴급권은 비상사태가 발생한 경우에 국가를 보전하고 헌법질서를 유지하기 위한 헌법보장의 한 수단이다. 대통령의 국가긴급권으로 긴급명령권, 긴급재정경제명령권, 긴급재정경제처분권과 계엄선포권을 규정하고 있다.

국가긴급권의 행사는 국가의 위기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필요하기는 하나 입헌주의의 일시적 정지로 인한 또 다른 문제를 야기할 수 있기 때문에 헌법은 국가긴급권의 발동 기준과 내용 그리고 그 한계를 규정하고 있다.

국가긴급권의 하나인 계엄의 경우 ‘대통령은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에 있어서 병력으로써 군사상의 필요에 응하거나 공공의 안녕질서를 유지할 필요가 있을 때에는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계엄을 선포할 수 있다’.(제77조 제1항) ‘비상계엄이 선포된 때에는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영장제도, 언론·출판·집회·결사의 자유, 정부나 법원의 권한에 관하여 특별한 조치를 할 수 있다’.(제3항) ‘국회가 재적의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계엄의 해제를 요구한 때에는 대통령은 이를 해제하여야 한다.’(제5항) 대통령에게 국가긴급권을 주고 있지만 국회의 통제를 받도록 하는 것이다.

2024년 12월 3일 윤석열대통령은 비상계엄을 선포하였다. 국회는 12월 4일 새벽 재석 의원 190명에 찬성 190표로 비상계엄 해제 요구안을 가결하였고 대통령은 이에 의해 계엄을 해제하였다.

몇 시간 동안 유지된 비상계엄은 국가적으로 큰 충격을 주고 있다. 대통령의 계엄선포 행위가 고도의 정치적·군사적 성격을 띠는 행위라는 주장도 있지만 헌법이 규정하고 있는 선포 요건에 부합하는가에 대해서 심각한 문제가 제기될 수밖에 없다. 비상계엄의 위헌, 위법성의 문제이다.

그러나 이번 비상계엄이 실패한 것은 세부적인 법적 내용보다는 우리 사회가 갖고 있는 안정성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안정성은 헌법적 가치를 지켜야 한다는 사회적 합의에 기초한다고 할 수 있다. 헌법적 가치를 인식하든, 인식하지 못하든 관계없이 적어도 우리 사회가 국민주권주의와 자유민주주의를 지켜야 하고 지킬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고 할 수 있다. 글로서의 헌법적 가치가 아니라 사회를 유지하고 작동시키는 실질적 가치로서의 헌법적 가치를 존중하는 것, 국가를 지키는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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