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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호동고리 마을기록관 추진위원장본지 지면평가위원회 위원
최승호
동고리 마을기록관 추진위원장
본지 지면평가위원회 위원

마을기록관을 세우는 일은 마을을 새롭게 의미화시키는 일이다.

동고리 마을은 농촌 마을 대부분이 그러하듯 대대로 주민들 스스로 협동과 협의의 지연공동체로서 깊은 정서적 유대감을 형성해왔다. 원래 마을이란 지연을 바탕으로 생활을 영위하고 삶과 일터가 함께 공존하며 두터운 유대감을 차곡차곡 쌓아가는 곳이다. 삶의 토대인 마을의 기억과 흔적을 가시화하고 마을기록관으로 재생산해 내는 일은 우리 스스로가 역사의 주체임을 가시화하는 작업이라 할 수 있다.

그동안 기록과 아카이빙은 공공성이라는 담론 아래 늘 권력과 지배층 중심으로 이루어져 왔다고 할 수 있다. 그러므로 동고리 마을기록관을 세우는 것은 삶과 함께 자연과 조화를 이루며 살았던 마을 주민들 스스로가 역사의 주인공임을 인식하는 데 의미가 크다고 할 수 있다.

 

삶의 토대인 마을의 기억과
흔적을 가시화하고 
마을기록관으로 재생산하는 일은 
주민 스스로가 
역사의 주인공임을 인식하는 큰 계기
후대가 기억을 공유하는 
장소로 사용하길 고대

오랫동안 마을기록관을 고민해왔다. 왜 마을기록관인지, 무엇을 위한 마을기록관이어야 하는지, 무엇을 담아내야 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 결국 기존 마을살이에서 은닉된, 풍요로운 정동(情動)을 드러내야 한다고 생각했다. 마을기록관 건립과정은 문화 변방이 아닌 우리가 희망하는 문화안전망을 넘어 사회안전망의 기초가 단단히 뿌리내리고 있는 마을을 발견하는 일이었다.

먼저 마을의 주민 모두를 사진으로 담아냈다. 그리고 마을주민의 사진 모두를 마을기록관 한쪽 벽면에 걸었다. 제목은 ‘우리 마을의 영웅들’이라고 적었다. 지금도 마을기록관 왼쪽 벽면에는 삶의 이력이 주름살로 깊게 드러나는, 그렇지만 의연한 모습의 미소 가득한 얼굴들을 맞이할 수 있다.

그 다음 프로젝트로는 생애구술 작업이었다. 하루에 두세 집을 방문하여 구술 기록을 하였다. “난생 처음으로 이런 이야기를 하게 되네”라며 노곤했던 삶의 내력, 특히 어렵고 고단하게 살아온 지난날의 기억과 회한을 영화 한 편의 분량만큼 쏟아 내곤 하셨다. 거의 30여 가구를 방문해 구술 기록을 하였고 그 결과를 모아 <동고리 마을기록관 구술 아카이브> <마을, 삶에 무늬를 담다>라는 책자를 발간했다. 긴 여운이 남았던 시간이었고 그분들에게 조금이나마 삶의 위로가 되었기를 간절히 바라본다. 마을 주민 대부분이 참여한 동고리 마을기록관이 우리의 삶을 기억하는 공간이자 과거와 미래가 만나는 곳이 되기를 기대하며 작업에 임했다. 기록으로 사람과 사람을 잇는 곳이 되길 바라며 먼 훗날 후대가 기억을 공유하는 장소로 사용하길 고대하면서 12월 6일 동고리 마을기록관을 개관한다.

동고리 마을기록관은 오래된 마을회관 2층을 1,2관으로 나누어 구성했다. 1관은 농촌 마을의 고유성이 드러날 수 있도록 주민의 흔적이 담긴 민속생활용구 전시관으로, 2관은 마을사람들의 삶으로 그린 무늬가 드러날 수 있게 이야기 전시관으로 각각 꾸몄다. 도처의 한국사회가 개발이라는 미명아래 낙엽처럼 사라지고 있는 현실에서 전통의 가치와 두터운 삶이 공존하고 있는 마을의 의미를 되새겼으면 한다.

내년에는 아마 더 많은 마을 이야기와 숨겨져 있던 마을의 역사가 나오리라고 생각한다. 공간을 더 알차게 꾸며 보겠다. 항상 협조해 주시고 응원해 주신 동고리 마을 분들과 김명한 이장님, 그리고 마을기록관 추진위원회에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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