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평택시의회 제9대 전반기 평가
제9대 평택시의회가 출범한 지 2년이 지났다. 2022년 1월 13일 ‘지방자치법’ 전부 개정안 시행에 따라 기초의회 인사권 독립, 정책지원 전문인력 도입 등으로 지방의회의 자율성이 강화되고 집행부에 대한 견제·감시가 활성화될 것이라는 지역사회의 기대가 컸다. 이 시점에서 평택시민신문은 평택시정 시의회 모니터링단과 제9대 전반기를 평가하고자 한다. 평택시가 직면한 복잡하고 다양한 문제들이 급증하면서 지역 현안에 대한 의사결정 과정에서 시의회의 역할과 책무가 중요하고 시급하다는 판단에서다. 지방자치법 전부 개정이라는 제도 개선이 이뤄진 긍정적 상황에서 제9대 시의회는 어떤 성과를 얻었고 어떤 점에서 미진했는지를 들여다보고 향후 후반기에 더 나은 의정을 위해 무엇을 보완할지를 지역사회 의견을 수렴해 살펴보겠다.
입법 전문성은 부족하고
정책 대안 제시에 소극적
시의원은 다양한 정책안과 조례안을 발의해야 할 책무가 있다. 핵심 책무 중 하나인 조례안 발의를 들여다보자. 제9대 전반기에 발의된 조례안은 모두 291건. 이를 의원 발의와 행정 집행부 발의로 나눠 보니 의원 발의 조례안 수는 148건, 행정 집행부가 발의한 조례안 143건으로 비율이 50.9%로 49.1%로 거의 동률이다.
면밀하게 분석해보자. 전체 조례안 중 일부 또는 전부 개정안은 210건(폐지 조례안 6건 포함)으로 전체 조례안의 72.2%를 차지한다. 시의원 발의 조례안 148건 중 전부 또는 일부개정안이 83건으로 56.1%, 제정안이 65건으로 43.9%를 각각 차지한다. 2년간 의원당 발의율은 개정안 4.6건, 제정안 3.6건이다. 입법 활동의 질은 발의한 조례 건수뿐 아니라 주민 요구를 얼마나 충실히 반영한 정책 대안을 담아내고 실질적인 영향을 미치는지도 고려해야 한다. 물론 개정안도 지역 변화나 주민 요구에 부응한 정책 대안을 담아낼 수 있다. 하지만 9대 전반기에 발의한 개정안 중 소수 우수사례를 제외하면 과반이 읍면동 분구나 기구·기관 명칭 변화 등에 따른 자구 수정으로 확인돼 정책 대안을 제시한 것으로 볼 수 없었다.
이런 조례 발의 형태는 시의원들이 과거처럼 행정의 지원에 의존하는 경향이 여전하며 적극적이고 자발적으로 문제를 해결하고 새로운 정책 대안을 제시하는 데 소극적임을 방증한다는 평가다.
더 큰 문제는 입법 전문성 강화를 위해 정책보좌관 제도가 도입됐고 정책보좌관을 채용해 운용한 결과라는 데 있다. 시의원들이 정책보좌관을 제대로 충분히 활용하고 있는지, 제도적으로 보완할 점은 무엇인지 점검할 필요가 있다.
다른 지자체의 사례를 보면 조례 건수 비교나 단순한 실적 쌓기용 조례 개정을 배제하고 ‘우수조례 선정’처럼 정책 대안을 담은 조례안을 중심으로 평가하고 있다. 지방의회 내에 자치입법 기능을 지원하는 연구센터의 설립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시되고 있다.
제9대 후반기에는 합리적이고 폭넓은 정책 연구·결정을 통해 지역사회에 적합한 정책을 제공하는 조례 제개정에 집중하는 한편 제도적 보완, 우수사례 발굴 등에 더 관심을 기울이길 기대해본다.
4개의 눈에 띄는 조례안
제정 후 실행 노력도 책무
제9대 전반기에 발의된 조례를 보면 지역 발전과 주민복지 향상을 주로 다루고 있다. 이 중에 평택시민 삶의 질을 높이는 데 중점을 두고 여러 분야에서의 변화와 혁신을 끌어내려는 의지를 반영한 조례를 선정해보았다.
먼저 눈에 띄는 조례안은 ‘평택시 청소년활동 진흥 조례안’(2022년 9월 제233회)이다. 평택 청소년들의 건강한 성장을 위한 활동을 지원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며 청소년활동의 정책적 기반을 마련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조례안에는 청소년 국제교류와 동아리 활동, 문화활동 프로그램이 포함되어 있어 지역 내 청소년 복지센터 등 기관과의 협력을 통해 효과적으로 시행될 것으로 기대된다. 청소년 상담·멘토링 프로그램, 취업 지원 프로그램 등이 구체적으로 포함되어 있지 않아 아쉬움이 있다.
환경 보호와 관련된 ‘평택시 환경기본조례 일부개정조례안’(2022년 9월 제233회)도 발의되었다. 환경보전시책으로 시민이 건강하고 안전하며 쾌적한 생활을 영위하기 위한 기본 방향을 제시하고 환경 보전과 생활환경 오염방지에 관한 평택시의 책무를 담았다. 하지만 올해 평택시가 초대형 폐기물 소각·매립시설인 ‘평택시 환경복합시설 설치사업’ 제 1후보지로 현덕면 대안리·기산리 일원 80만31㎡를 발표하는 과정에서 이 조례안이 구체적 실행 방안을 규정하지 않고 있다는 문제점이 드러나 일부 전문가·시민에게 비판을 받았다. 시민 생활에 실질적인 시책이 되려면 실행 가능한 목표를 설정해 보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사회적 약자와 관련한 ‘평택시 고려인 주민 등 재외동포 주민 지원에 관한 조례안’(2024년 9월 제251회)도 주목할 만하다. 평택에 사는 고려인과 재외동포가 지역사회에 순조롭게 적응하고 정착하도록 돕고자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 그들의 권익 증진과 생활 안정을 위한 교육·응급구호·보건의료 지원이 설계되어 있다. 다만 위원회 구성에 있어 고려인·재외동포 당사자가 포함되어 있지 않아 실효성과 진정성이 훼손될 우려가 있다는 의견이 있다.
마지막으로 ‘평택시의회 주민조례 발안에 관한 조례 전부개정조례안’(2024년 1월 제244회)은 지방자치에 있어 매주 중요한 조례다. 주민이 정책결정 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구조를 마련하고, 주민 의견 청취를 위한 다양한 채널을 제공하는 내용을 뼈대로 하고 있다. 주민 참여의 진정성을 실현하기 위해 주민 의견을 실제 정책에 반영하려는 소통 방식과 제도에 대한 심도 있는 고민이 계속되어야 한다는 요구가 있다.
위 조례안에 그치지 않고 앞으로 지역 발전과 시민의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할 더 많은 조례안이 발의되길 기대한다. 이와 함께 조례안이 의결된 후 기대했던 변화를 얻으려면 지속적인 실행 노력이 필요하다. 이 노력 역시 시의원의 책무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시정질의 2건에서 확인하는
집행부 감시와 견제 부재
지방의회에서 시행되는 시정질의는 의회와 행정 간의 중요한 소통의 장으로, 집행부의 정책운영에 대해 의원들이 직접 질문하고 답을 받는 과정이다. 이 과정은 행정의 투명성을 높이는 주민 대표로서의 당연한 역할이다. 특히 시정질의는 현안문제와 관련 집행부를 견제하고 감시하는 중요한 절차 중에 하나다.
제9대 전반기에 중요 현안에 대한 시정질의가 부재하다는 불만이 제기된다. 그럴 만도 하다. 제9대 전반기 시정질의는 2022년 1회, 2023년 1회 각각 진행됐고 올해는 단 한 건도 없었다. 송탄상수원보호구역 해제, 현덕면에 폐기물 소각·매립장 신설 등 환경 문제를 비롯해 고덕국제신도시와 삼성전자 고덕캠퍼스 등 잠재적 갈등이 예상되는 개발 문제까지…. 제9대 전반기 평택시의회가 이들 중요 현안을 공론화하고 대안을 찾으려고 어떤 활동을 했는지를 공식적으로 확인할 수 없었다. 시민의 대표자로 집행부를 견제·감시하는 가장 대표적 활동인 시정질의가 일체 없었기 때문이다.
더 큰 문제는 시의원들의 태도다. 현덕면에 폐기물 소각·매립장 신설계획이 지역사회에 알려지자 현덕면을 지역구로 둔 시의원들은 “몰랐다”로 일관했다. 시의회 의장에게조차 알리지 않고 이런 큰 현안을 추진한 평택시의 배포에 놀라워해야 할지, 제때 집행부 보고를 받지 못하는 시의회 위상을 안타까워해야 할지 판단하기 어렵다. 시민사회는 “몰랐어도 알았어도 시의원들이 무능하고 정치력이 없기 때문”이라고 직격한다. 견제·감시 기관이 문제를 파헤치지 않고 앉아서 보고만 받았을 때 어떤 평가를 받을지 보여주는 하나의 사례라 할 수 있다.
의정 모니터링단 평가
“행정감시·정책개선 소극적”
평택시민 시의정 모니터링단의 평가도 다르지 않다. “제9대 전반기는 행정 감시와 정책 개선이라는 본연의 역할에 소극적이었다”가 대체적 평가다.
특히 의회에 대한 신뢰가 매우 낮아졌다는 지적이다. 행정 감사 등에 대한 피드백이 부족해 주민 불만은 높아지고 신뢰가 하락하는 상황으로 파악되고 있다. 여기에 후반기 시의회 의장 선출 과정에서의 파행은 시의회에 대한 신뢰를 더욱 하락시켰다.
신뢰 회복을 위해서는 제9대 전반기 의정과 후반기 의장 선출 과정에서 개선해야 할 점을 스스로 평가하고, 겸허한 자세로 현장에서 시민을 만나 공유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의견이다. 일부 시의원은 “의회 역할이 제한적이다”라는 의견을 피력하지만, 의원 스스로 자신을 냉정하게 평가하고 주민과 소통하려고 노력해야 ‘제한적 역할’을 넘어설 수 있다.
후반기 시의회에 바라는 점
시민·시민단체·모니터링단·전문가 의견을 종합해볼 때 후반기 시의회에 가장 필요한 것은 의원 전문성과 정책·정보 투명성으로 요약할 수 있다. 시정모니터링단과 시민사회 전반의 의견에서 의회 전문성을 높이기 위한 교육 프로그램과 연구기관 설립 필요성이 거론됐다. 많은 시민은 전문가와의 협력, 행정의 내용을 알기 쉽게 전달하는 노력이 절실하다고 입을 모은다. 제9대 후반기 의회는 전반기의 문제를 지적하는 지역사회 목소리에 귀 기울여 주민이 기대와 요구에 부응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2년이 채 안 남았지만, 전문성과 투명성을 강화하여 주민의 신뢰를 얻고, 지역사회의 복리를 증진시키는 의정활동을 펼친다면 시의회에 대한 신뢰를 높이고 위상을 제고해 결국 제9대 시의회에 대한 평가로 이어질 것이다. 그러려면 주민 요구를 적극적으로 반영하고, 집행부를 적극적으로 견제하고 개선하는 역량을 키우는 노력이 필수다. 지역사회의 발전을 위한 단초 중 하나가 후반기 시의회에 손에 달려 있음은 부정할 수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