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목수가 전하는 위로와 사랑

 

 이태균 청년 봉사단체 툴(TOOL) 대표
 이태균 청년 봉사단체 툴(TOOL) 대표

 

여름 햇볕이 따갑던 7월 27일 진위면에 있는 한 낡은 집에 열 명 남짓한 청년들이 모였다. 이날은 음악가를 꿈꾸는 예은이를 위해 연습실을 만들어주는 ‘예은이네 집수리’ 활동 마지막 날이었다. 청년 봉사단체 ‘툴(TOOL)’의 봉사자들은 지난 2월부터 마당에 있는 외양간 축사를 철거하고 그곳에 여자아이를 위한 예쁜 공간을 새롭게 꾸몄다. 트럭 15대 분량에 이르는 폐기물을 치웠고 지붕·외벽·단열·전기배선·목공·현관·도배·장판 등의 작업을 진행했다. 집수리를 하며 청년들은 손에 익지 않은 공구를 쥐고 땀을 흘렸다.

툴(TOOL)의 이태균 대표(31)는 “저를 비롯한 청년 봉사자들은 ‘나만 아니면 돼’를 외치는 세상에서 우리로 살아가는 방법을 배우는 중”이라며 “위를 보지 않고 아래를 바라보며 부족하지만 끌어줄 수 있는 우리가 되어 누군가에게 위로와 사랑을 전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지자체나 기관 공모사업 
기대지 않고 스스로 벌어 
자립하는 시스템이 필요

청년 목수라고 들었다. 언제부터 일을 시작한 건가.

20대 초반부터다. 평택시 합정동에서 태어나 성동초등학교와 한광중·고등학교를 나왔다. 군대에서 의경으로 복무하던 2014년 세월호 참사가 발생했다. 팽목항에서, 광화문에서 유가족들의 시위를 막으면서 무척 힘들었다. 어릴 적 꿈이 경찰이었는데 제 생각과 세상 사이에 큰 차이가 있음을 몸으로 체험했다. 전역하고 태국으로 배낭여행을 갔다가 그곳에서 목조주택을 짓고 사는 한국인 분을 만났다. 그때 목조주택 짓는 법을 배우고 싶다고 생각했고 귀국해 한국해비타트가 운영하는 목조건축학교에 들어가 목공 일을 배우기 시작했다.

 

목조주택 짓기가 쉽지 않았을 텐데, 힘들지 않았나.

서양식 목조주택은 짓기 힘들지 않다. 전통주택이나 절은 대목수가 나무를 다듬어 서까래나 대들보를 만든다. 반면 서양식은 규격별로 미리 다듬어놓은 나무를 블록처럼 조립하는 방식이다. 집 짓는 법을 다 배우고 싶어 목조주택 뼈대를 세우고 기초를 다지는 법을 더 배웠고 창호 회사에서 8개월간 근무했으며 호주에서 워킹홀리데이를 통해 2년간 타일 미장일을 익히기도 했다. 이렇게 집 짓는 법을 배워 한국헤비타트에서 집짓기 봉사하며 20대에 전국 곳곳을 다녔다. 2년 전부터 평택에 와서 건축·인테리어 업체를 운영하면서 청년봉사단체 툴(TOOL)을 만들어 목공·집수리 기술을 전하고 있다.

 

낡은 집에 사는 분에게 
도움을 드릴 방법 찾다 
도시재생을 알게 돼···

애써 집수리 기술을 익혀놓고 봉사단체를 만들어 그 기술을 전하는 이유가 있는지.

20대 초반에 돈을 많이 벌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아버지가 제가 중학생이던 때부터 신장투석을 하셨고 할머니는 사고로 다리를 못 쓰시게 돼 장애 판정을 받으셨다. 두 분을 보살피는 데 돈이 많이 필요했다. 그래선지 제가 돈 욕심이 좀 많았다. 집짓기가 막노동이라 힘들어도 어느 정도 수준에 이르면 꽤 많은 수입을 얻을 수 있었다. 돌이켜 보면 당시 일하는 ‘분노’가 아니었나 싶다. 힘들게 일하면서 땀 흘리다 보면 그 분노가 사그라들고 보람을 느꼈다.

그런데 26살 무렵 이렇게 사는 것이 ‘의미가 없다’고 느끼게 됐다. 개인적으로 크게 상처를 받는 일이 집안에서 발생했다. 제가 열심히 일해 살림을 보태면 화목한 일들만 있을 줄 알았는데, 꼭 그렇지 않았다. 그동안 살아온 방식과 믿어온 것이 모두 무너졌다. 다니던 건설회사를 그만뒀다. 그때 어머니가 다니던 교회 사모가 전화해 “전남 영광에 성경통독센터가 있는데 한번 가보지 않겠니”라고 권했다. 그냥 ‘네’ 하고 그곳으로 가 한 달간 아무것도 안 하고 내가 살아야 하는 의미가 뭘까를 생각하며 마음을 정리했다. 결론은 사랑이었다. 나는 사랑받아야 할 존재라고 생각하니 마찬가지로 사랑받아야 할 존재가 세상에 굉장히 많음을 알게 됐다. 이후 호주 워킹홀리데이 2년, 한국헤비타트 근무 2년을 보내고 평택에 제 자리를 만들겠다고 결심했다. 평택으로 돌아오면서 한국해비타트에서의 경험을 살려 청년 봉사단체를 만들 계획도 세웠다.

 

7월 27일 ‘예은이네 집수리’ 활동을 마무리한 청년 봉사단체 ‘툴(TOOL)’의 회원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툴(TOOL)은 집짓기 봉사단체로 보인다. 기술이 필요하다 보니 참여할 청년을 모으기 쉽지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평택에 업체를 차리고 자리 잡기까지 1년이 넘게 걸렸다. 일감이 없어 새벽에 차량 청소업체에서 일했다. 투잡을 하면서 우연히 청년지원센터 청년쉼,표를 알게 돼 청년 봉사단체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회원이 5명이면 지원을 받을 수 있다고 해 A4용지로 회원 모집 전단을 만들어 평택 시내의 버스 정류장들마다 붙였다. 1년 반 전부터 툴(TOOL)의 규모가 커져갔다. 지금은 숨고르기 기간이다. 지난해 40명이 넘던 회원은 20명 정도로 조정했다. 탈퇴한 회원은 툴(TOOL)과의 관계가 끝나는 것이 아니라 하고 싶은 봉사를 할 수 있게 지원하고 남은 회원들과는 지속가능성을 고민하고 의논했다. 지자체나 기관의 공모사업에 기대지 않고 스스로 벌어 자립하는 시스템이 필요했다. 평택시외버스터미널 근처에 파티장소 대여업체를 마련하고 그 건물 옥상에 회원들이 목공을 배울 공간도 마련했다. 여기에서 나온 수익 일부를 우리가 취약계층 집수리 봉사할 때 필요한 비용으로 쓸 계획이다.

 

봉사하는 공간을 확대하고 
다른 지역과 평택이 함께 
연계하는 방법을 구상 중

지난해 평택시도시재생대학을 수료한 것도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한 것인가.

낡고 오래된 집에 사는 분에게 도움을 드릴 방법을 찾다 보니 도시재생을 알게 됐다. 집수리 봉사라 해도 규모가 큰 수리 요청이 종종 올 때가 있다. 우리 능력만으로는 한계가 있어 통장님이나 이장님의 협조를 얻어 평택시 도시재생 예산을 지원받는 경우가 많았다. 낡고 오래된 지역을 되살아나게 하려면 무엇을 함께할지를 고민하다 회원 5명과 함께 평택시도시재생대학을 수료했다. 경험을 토대로 한 강의를 듣고 도시재생에 참여한 주민을 만나며 도시재생이 내가 추구하는 삶과 동떨어진 것이 아니라고 느꼈다. 이후 원평동 주민으로서 원평동 주민협의체 합창단에 참여해 주민과 함께 활동하고 있다.

 

툴(TOOL)은 봉사단체인데 회원들이 도시재생사업에 참여하게 되면 이익을 위해 봉사했다는 오해를 사지 않을가 하는 우려가 든다.

올해 ‘예은이네 집수리’를 하며 도시재생 공모로 1000만원을 지원받았다. 봉사를 진행한 결과 1800만원이 필요했고 지원예산을 제외한 800만원은 사비로 마련했다. 앞으로도 계획보다 비용이 더 든다고 해서 봉사를 멈출 생각은 없다. 불필요한 오해를 산다고 해서 걱정하지 않는다. 한 사람의 생각과 의식을 변화시키려면 시간만이 가능한 것 같다. 돈을 모든 것의 귀결점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충분한 시간을 두고 때로 부딪쳐 가며 같이 녹아들기까지는 그런 오해는 있을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돈을 중요시하는 분을 배척하지 않는다. 외롭고 돈이 부족한 취약계층도 마찬가지다. 돈이 있건 없건 우리는 함께 살아가는 존재다. 우리의 생각과 노력을 오해하는 분이 있다 해도 저와 툴(TOOL) 회원들은 그분들과 싸우지 않고 배척하지 않고 묵묵히 나아감으로써 함께 녹아들어 어울리길 바랄 뿐이다.

 

“사람 관계를 소중히 하면서 
함께 발전하는 모델을 
만들기 위해 더욱 고민하겠다” 

앞으로의 계획을 듣고 싶다.

내년 상반기에는 집수리 아카데미를 개최해 지역 주민을 교육하고 스스로 문제를 풀어가는 데 도움을 주고자 한다. 툴(TOOL)이 축적한 경험과 기술 그리고 재원을 활용해 봉사하는 과정에서 지역의 인력과 자원을 발굴해 키워나가는 데에서 그치지 않고 한국헤비타트와 협력관계를 맺어 봉사하는 공간을 확대하고 다른 지역과 평택이 함께 연계하는 방법을 구상 중이다.

무엇보다 사람과의 관계를 소중히 하면서 함께 발전하는 모델을 만들기 위해 더욱 고민하겠다.

 

 

저작권자 © 평택시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