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택읽기
전 평택대 교수
본지 사회공헌이사
2024년 여름 기상청 관측 사상 최고로 더운 날씨를 경험했다. 문제는 앞으로는 올해보다 더 무더울 것이라는 기상청의 예측이다. 기후가 각종 산업화로 인해 열을 받고 화가 많이 난 모양이다. 이것이 다 우리 인간들이 더 많이 생산하고 도시화하고 시원하게 살려고 하는 데서 나온 결과이다. 찜통 같은 여름을 보내면서 필자는 귀중한 경험을 했다.
바로 ‘평택로컬푸드를 고민하다’(평택시민신문 7월24일 자 1212호)라는 주제로 좌담회를 기획한 일이었다. 좌담회를 준비하면서 로컬푸드 생산자들을 만나보니 로컬푸드라면 그저 막연하게 지역 내에서 생산된 농산물을 주민들에게 공급하는 또 하나의 생산망 정도가 아니었다. 매장에 농산물을 공급하는 생산자들은 정말 눈코 뜰 새 없이 바쁘게 생활하고 있었다.
우리집의 경우 운전을 하지 않는 아내 덕분에 먹거리는 내가 직접 물품을 구매하는데 조금 떨어진 로컬푸드 직매장에서 가끔 원하는 품목이 다 팔렸다는 소리를 듣고는 다른 매장으로 발길을 돌릴 때가 몇 번 있었다. 연료비 들여 왔더니 헛걸음이라니 하는 불만이 일어났다. 그러나 로컬푸드를 구매하는 횟수가 늘어나면서 이 매장은 지역에서 생산하는 식품재료만 판매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그 사정을 이해하기 시작했다. 로컬푸드 좌담회를 통해서는 다음과 같은 네 가지의 시사점을 얻을 수 있었다.
탄소배출 줄이고 건강하고
안전한 농산물 생산에 기여
하며 지역 일거리 창출에도
앞장서는 평택시 로컬푸드는
기후 위기 시대 소중한 대안
첫째는 지역 생산자들이 건강한 먹거리를 위해 무던히 애쓰고 있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로컬푸드에서는 공급되는 농산물들을 무작위로 GAP(농산물 우수관리) 검사를 통해 검수된 물품만 판매할 수 있다. 좌담회 준비 과정에서 들은 사례 중에는 텃밭농사를 짓는 업자가 로컬푸드에 판매를 의뢰했는데 로컬푸드 규정에 의해 GAP검사를 해본 결과 불합격, 결국 매장에 입고되지 못했다는 얘기를 들었다. 로컬푸드에 공급하는 물품들은 철저한 검사를 통해 건강하고 안전한 먹거리로 학교나 병원 요양시설 등에도 납품되고 시민에게 제공하고 있었다.
둘째는 생산에서 판매까지 유통구조를 줄여 이산화탄소·이산화질소 등의 온실가스 배출을 감소시킴으로써 기후위기에 기여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역에서 재배되는 농산물들이 생산에서 소비자에게 전달되기까지 1시간 이내의 거리여서 운송·포장·물류비 등 유통비용이 절감된다. 줄어든 유통비용만큼 농산물의 가격은 그만큼 저렴하게 공급하는 것은 물론 온실가스도 줄이고 있었다. 그리고 가까운 거리에서 생산물을 재배하는 만큼 대도시 대형마트 등으로 운송하는 것과 비교해 필요한 에너지를 대폭 절약하면서 환경오염도 최소화하고 있었다.
셋째는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하고 있었다. 평택시에는 120여 곳의 생산자들이 로컬푸드 생산자협동조합을 조직하여 활동하고 있다. 이들은 지역에서 생산되는 식재료를 공공기관의 식당이나 매장에 공급하면서 경제적인 이득과 일자리를 제공하고 있었다. 따라서 지역농가와 중소기업의 경영개선은 물론 오성 로컬푸드, 소사벌 배다리 로컬푸드, 송탄 로컬푸드, 고덕 로컬푸드 직매장을 설치 확대해 나가면서 많은 일자리를 창출하고 있다.
넷째는 귀농을 원하는 청장년층을 위해 귀농교육에 기여하고 있었다. 평택시 농업기술센터에서는 연간 전반기와 후반기 2회로 나누어 1회 30여 명 전후의 인력들이 귀농교육에 참여하고 있다, 또한 로컬푸드 생산자 중 일부는 농림축산식품부의 지원을 받아 바쁜 시간을 쪼개가며 귀농교육을 시행하고 있다. 따라서 처음 귀농교육을 마치고 다품종 소량생산을 하는 귀농 청장년층들이 소득을 올리면서 귀농에 정착하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 수도권에서 귀농교육을 받고 정착해 나가는 것도 매우 의미가 있다고 볼 수 있다.
마지막으로 로컬푸드 생산자들에게 당부할 사항이 있다. 필자가 한국사회복지협의회에서 발간하는 <복지저널(2017년 1월호)>에 원주시에서 한 살림 운동을 펼친 ‘무위당 장일순’에 대해 인물사를 집필한 바 있다. 무위당 선생은 생명을 살리는 길은 지렁이가 땅에서 사는 곳에서 재배한 농산물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농산물을 재배하기 위해 농약을 치게 되면 지렁이는 죽는다는 사실을 명심했으면 한다. 평택시에서 로컬푸드에 농산물을 납품하는 생산자들은 GAP검사를 거치는 일도 중요하지만, 부디 지렁이가 사는 흙에서 재배한 농산물을 로컬푸드에 납품하기를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