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볼트와 너트
쌍으로 다니는 이것을
하나라 부르기도 그렇고 둘이라 우기기도 좀 그렇다
애써 조이고 풀 일이 없다면 관심 밖의 고정구일 뿐이다
잘 조여놓으면 녹 쓸 때까지 서로에게 녹아들어
한 몸이 되어 한세상을 무사히 건널 수 있다
물 한 방울 스며들 틈도 없이 꽉 껴안으면 되는 일이지만
그게 그렇지만도 않은 것이 인생사이니
볼트와 너트를 조이며 당신과 나와의 틈을 생각해보는 것이다
둘 중 하나라도 맞추는 일이 소홀했을 때는
덩달아 어긋난 일들이 줄줄이 사탕처럼 딸려왔었다
아니다 그렇다 하면서도 마음이 딱딱 들어맞을 때는
천생연분 같기도 했지만,
둘이 하나가 되기 위해서는 일방통행은 금물이다
다시 풀고 해체하는 일 없도록
꼼꼼하게 작업 끝낸 렌치를 정리하면서
당신에게 가까이 다가서야 할 마음을 한 번 더 조인다
* * *
안개주의보
진위천과 안성천이 만나는 새벽
자주 발생하는 안개주의보는
주변을 공포의 도가니 속으로 몰아넣는다
자객처럼 등장한 안개가 두물머리를 장악하면
풀들은 납작 엎드렸다 일어서고
물머리 부딪는 소리에 새벽은 자주 혼절한다
세력 싸움이란 승자와 패자가 확실한 법이지만
한바탕 소란 뒤에는 한 몸 되어 순종의 결에 든다
평택강의 풍경을 하얗게 덮어버리거나
물길을 토막토막 잘라버리는 안개의 심술도
그리 오래가지는 않는다
그럴 때마다 물방울 터지는 소리가 나는 것은
물속의 생명들이 보내는 생생한 신호다
나는 여태껏 큰물 앞에서 작은 물이
함부로 덤벼드는 것을 보지 못했다
물결에 순응하며 결 따라 흘러가는 것이
제 생을 대접하고 대접받는 일이라는 것을
물 같은 당신도 알고 있잖아
결을 맞추면 불똥 튈 일이 없다는 것도 알잖아
배두순 시인
한국문인협회 국제문학교류위원
평택시민예술대학 문예창작과 강사
시집 <황금송아지> 다수
세종도서 2회 선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