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택읽기

평택시립미술관 건립에 대한 두 번째 제언 

 

최필규평택미술문화연구회 대표수원대학교 미술대학원 객원교수
최필규
평택미술문화연구회 대표
수원대학교 미술대학원 객원교수

박물관과 미술관의 역사는 유럽의 귀족과 왕족들이 예술품을 궁중에 전시하며 시작되었다. 이러한 예술품들이 점차 대중에게 공개되면서, 오늘날 우리가 아는 박물관과 미술관의 개념이 형성되었다. 초기 박물관은 기존의 역사적인 건축물을 개조하여 사용하였으나, 현대에 들어서는 유명 건축가들이 설계한 미술관이 등장하며 건축 자체가 하나의 예술로 자리 잡고 있다. 뉴욕의 구겐하임 미술관과 MOMA, 파리의 퐁피두센터, 우리나라의 원주의 뮤지엄산, 파주의 미메시스 아트뮤지엄 등이 그 예다.

산업혁명과 두 차례의 세계대전 이후 근대 건축물을 문화공간으로 재탄생시키는 도시재생 프로젝트가 세계 곳곳에서 활발하게 전개되었다. 런던의 발전소 터빈 홀을 개조한 테이트 모던 미술관은 성공적인 도시재생 사례로 손꼽힌다. 빌바오 구겐하임 미술관은 ‘빌바오 효과’라는 새로운 개념을 탄생시키며 문화시설이 도시재생의 중심 역할을 할 수 있음을 보여준 상징적 사례다. 동대문디자인플라자도 구겐하임 미술관의 영향을 받은 곳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박물관 역사는 1909년 창경궁의 제실 박물관에서 시작되었다. 이후 덕수궁 현대미술관, 중앙청의 중앙박물관을 거쳐 현재의 국립중앙박물관과 국립현대미술관이 자리 잡았다. 이어 대기업의 박물관, 미술관들이 설립되기 시작하였다. 삼성의 리움미술관, 한솔재단의 뮤지엄산, 미메시스 아트뮤지엄, 제주의 본태박물관 등이 건축과 예술의 조화를 이루며 주목받고 있다. 또 1991년 지방자치제 시행 이후 지역마다 특색을 살린 시립·도립 박물관과 미술관들이 경쟁적으로 세워지고 있지만 이들 대부분은 비슷한 운영방식과 설립 목적을 지니고 있다.

평택시립미술관이 이들과 차별화된 미술관으로 자리 잡으려면 먼저 기존 지자체 미술관을 철저히 분석하고, 평택만의 특성을 반영한 맞춤형 설계가 필요할 것이다.

오늘날 미술관의 개념은 단순한 전시 공간을 넘어 시민들이 일상에서 쉽게 접근하고 누릴 수 있는 복합 문화 공간으로 진화하고 있다. 다양한 예술 장르를 수용하고 공연예술, 영상 예술, 디지털 아트 등을 포함하는 공간으로 변모하고 있다. 카페, 레스토랑, 자료관 등 다양한 시설을 갖춘 미술관은 시민들이 문화생활을 즐기는 복합 장소로 기능하며 명상, 요가, 창의체험 프로그램, 어린이 미술관, 예술 아카데미 등을 통해 시민 일상에 깊이 스며들게 된다.

평택시립미술관은 이러한 변화된 개념을 반영한, 작지만 알차고, 시민들과 소통하는 생활 속의 미술관이 되기를 희망한다.

이에 평택시립미술관을 위해 다음과 같이 제안한다.

 

1. 다양한 예술 장르 수용과 융합 예술 프로젝트 지원

미술관은 전통적인 미술품 전시를 넘어 다양한 예술 장르를 수용할 수 있는 공간이 되어야 한다. 이를 통해 예술가들이 협력할 수 있는 융합 예술 프로젝트를 지원하는 프로그램이 운영되어야 한다.

 

2. 관람객 참여형 전시와 체험형 프로그램 강화

인터렉티브 전시와 체험형 프로그램을 통해 관람객의 참여를 유도하고, 이들의 피드백을 반영한 전시와 프로그램을 운영하여 관람객 중심의 미술관을 지향해야 한다.

 

3. 지역 사회 연계 강화 그리고 예술 교육 프로그램 제공

지역사회와 긴밀히 연계된 커뮤니티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다양한 연령층을 대상으로 한 예술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해야 하며 특히 유·아동과 청소년을 위한 학교 밖 예술학교로서의 기능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

 

4. 첨단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혁신적 전시 기획

평택이 반도체 첨단 산업 도시라는 점을 반영하여, VR과 AR 등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혁신적인 전시를 기획하고, 온라인 전시와 디지털 아카이브를 구축해 디지털 미술관으로도 자리 잡아야 한다.

 

5. 지역·청년 작가 지원 프로그램 운영

지역 미술 발전을 위해 지역 작가를 발굴하고 청년 작가를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함으로써 미래의 평택 미술문화를 창출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6. 시민과의 소통·휴식을 위한 복합문화공간 조성

생활 속 미술관으로 시민이 편안하게 쉴 공간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카페, 레스토랑, 예술 관련 자료 도서관, 기념품숍을 갖추어 시민들이 문화 예술을 누릴 차별화된 공간을 제공해야 한다. 또 에너지 절약형 건축 설계와 환경친화적 전시·프로그램 운영으로 지속 가능하고 친환경적인 미술관으로 발전하기를 기대한다.

미술관은 무엇보다 지속 가능하여야만 한다. 미술관 설립 후 재정난으로 운영이 어려워지는 경우를 쉽게 볼 수 있다. 평택시립미술관은 규모는 작지만 내용이 꽉 찬 알찬 미술관으로 성장형 미술관으로 생명체가 스스로 커가듯이 규모와 내용이 시간이 흐를수록 커지는 미술관이었으면 한다. 시민 일상 속의 미술관으로 지역사회에 큰 영향을 미치는 ‘작지만 큰 미술관’이 되기를 희망하며 이를 통해 평택시민들이 문화예술의 향기 속에서 더 큰 행복을 느낄 수 있기를 기대한다.

 

※이 글은 필자가 평택미술관 건립에 대한 제언 ‘평택시립미술관 건립을 기다리며…’(본지 8월 21일 자 1215호)에 이어 보내온 두 번째 제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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