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칼럼
펑택성폭력 가정폭력상담소장
2023년말 기준 한국의 출산율을 보면 인구 1000명당 출생아 수를 의미하는 조출산율이 4.5명으로 2022년 4.9명보다 0.4명이 낮아졌다고 한다. 16세 이상 가임기 이상 여성이 평생 동안 출산하는 아동수를 의미하는 합계출산율 역시 2022년 0.78명에서 2023년 0.72명으로 역대 최저 수준이다. 전 세계 국가 중 최하위로 나타났다. 2015년 합계출산율 1.24명을 정점으로 계속 하락추세라고 한다. 또한 2021년 기준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 회원국 중 합계출산율이 1.00명에 못 미치는 국가는 우리나라가 유일하다고 한다. 아기 울음소리 들어 본 게 아득하게 느껴지는 것을 실감하는 순간이다.
출산율이 급속도로 떨어지면서 아기를 분만하던 산부인과는 빠르게 문을 닫았다. 이제 지방에서 아기를 출산하는 산모는 응급구조용 헬기를 타고 광역의 거점 응급병원이나 심지어 수도권의 대형병원까지 원정 출산 지원을 받아야만 하는 처지가 되었다. 산모가 출산 직전 산통을 느끼면 바로 인근에 있는 산부인과에 가서 아기를 출산하던 시절은 지나간 추억이 되어 버렸다. 한편으로는 사라져 버린 산부인과는 어떻게 되었을지 궁금하다. 그 많던 산부인과들이 지금은 무엇을 하고 있을까? 산부인과에서 비만과 피부관리를 전문으로 하거나 성형을 전문으로 하는 과로 전업했다는 소식도 들리니 씁쓸하기도 하다.
저출산 해결 가장 확실한 방법은
혼외 자녀에 대한 편견 없애고
이 사회가 아기를 확실히
책임지는 구조 마련하는 것
유튜브를 보니 아프리카나 전쟁지역에서 국경 없는 의사회의 활동가로 의료지원을 하는 산부인과 의사들의 후원 요청 내용을 접할 수 있다. 이분들이 국내에서는 더 이상 아기를 분만할 기회가 없으니 산부인과의 문을 닫고 해외에서 봉사활동을 하고 계시는 것이다. 생명을 다루는 고도의 전문가들이 더 이상 한국 땅에서 쓰임을 받지 못해 의료지원이 열악한 해외에서라도 보람 있는 활동을 하고 계신다니 감사하고 기쁘면서도 씁쓸하기도 하니 복잡한 마음이다.
아동복이나 아동용품 생산 업체에 가해지는 타격 역시 만만치 않아서 국내 아동용품 생산 업체는 거의 업종을 전환하거나 고가품 소량 생산으로 전환했고 실제 아동을 양육하는 소비자에게는 비용부담의 압박이 가해지고 있다. 어쩌다 태어나는 아기에게 사 주는 여러 가지 유아용품의 비용은 예전 사람들의 눈을 휘둥그레지게 만들 지경이다. 그나저나 아기들로 넘치던 어린이집과 유치원이 이제는 문을 닫고 급속도록 늘어나는 노인인구 수에 맞춰 유치원 대신 '노치원'의 이름을 걸고 영업하는 곳이 눈에 띄게 늘어났다.
어느 집이나 2~30대의 장성한 아들딸을 둔 부모들은 아이들이 어서 제 짝을 만나서 가정을 이루고 손자녀를 안아보고 싶지만 자녀들에게 결혼을 강요할 수 없는 형편이다. 부모 입장에서는 자녀들이 결혼할 경우 신혼집 마련 등 비용 지원 부담이 엄청나기 때문이다. 거기다 개성이 강한 아이들이 결혼해서 잘 살면 좋겠지만 만약에라도 살다 헤어진다면 그 또한 복잡한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이래저래 속내가 복잡하고 계산기만 누르고 있을 뿐이다. 부모들의 입장에서는 다 큰 자식이 결혼도 안 하고 결혼을 해도 아기를 낳으라고 재촉할 수 없는 현실이 되었으니 안타깝다.
이제 방법은 젊은 친구들의 결혼과 출산에 대한 부담을 줄여주는 것이다. 결혼을 하든, 동거를 하든 혼자 임신을 하든, 아기를 출산하면 주거와 양육지원, 혼외자녀에 대한 편견을 없애고 이 사회의 아기로서 사회가 아기를 소중하게 돌보고 책임지겠다는 구조를 확실히 마련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