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어머니의 정원
생신이나 기념일에
아무것도 하지 말라던 어머니
두 해전부터는 꽃나무 한 그루를 선물해달라 하셨다
그런 어머니의 정원은 무엇이든 잘 자라서
탐스럽게 꽃을 피우며 빈 곳을 채워갔다
주일이면 성전에 꽃을 올리며 기도하고
가끔 들르는 나에게도 넉넉히 안겨주었다
안고 온 꽃들을 화병에 꽂으면
잘린 줄기로 이어지는 생명력은
꽤 오랫동안 화병을 지켰다
쉽사리 시들지 않던 꽃들의 행방이
문득 어머니 쪽으로 기운다는 것을 알기까지
내 그리움의 방향도
크게 다르지 않음을 알기까지
어머니의 꽃은 바로 나였음을 알게 된 것이다
뿌리는 남겨둔 채 떠나온 저 꽃들이
장성하여 떠나간 자식들만 같아
해마다 꽃을 키우는 모성
자식들을 향한 그리움이 저리도 어여쁘게 자라
여러 빛깔 여러 색으로
어머니의 정원을 빛내주는 것이었다
언젠가는 나의 그리움도 꽃으로 피어나리라
* * *
금광호수에서
오후의 빛이 흩뿌려지는 들녘에서
깊은 호수가 되어보다가
흔들리는 나무가 되어보다가
익어가는 가을 곡식들이 되어보면서
겹겹의 계절을 껴입는다
시간이 지나가는 길이 되어
정신의 잡념들을 잠재우며
바람 소리 풀벌레 소리 새소리들이
나를 훑고 가도록 내버려둔다
아무것도 아닌 것들에 받던 상처들
그 상처들이 정말로 아무것도 아니었음을
깨달은 것은 축복이다
물결 위로 저물녘의 따스한 빛들이 드러눕자
내 마음도 따라 눕는다
미세하게 뽀글거리는 물의 전언을 듣는다
호수와 한통속이 된다
이미연 시인
명지대 사회교육대학원 언어치료학과 졸업
나무야 아동발달센터 원장
평택문인협회 회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