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고향의 향기
실개천 타고 온 댓잎 몇 장
푸른 죽향竹香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강가에 도착한 그 냄새
지워지지 않는 고향의 향기 맡으며
마음은 고향과 타향을 오간다
내 고향은 대나무의 고향
유년의 세상에는 온통 대나무뿐이었다
대나무 세상에서 배운 것은
곧고 바르게 자라거라
이 한마디가 전부였다
실개천 타고 온 댓잎 몇 장에
고향 쪽으로 그리움 가득 실어 보낸다
곧고 바르게 살아가고 있다는
나이 근황을 얹어 보낸다
내 고향은 대나무의 고향
대나무처럼 살아가는 법을 나는 알고 있다
* * *
순두부
간수 먹은 순두부가 끓는다
보글보글 끓는다
순두부는 끓는데
지금까지 부글거리던 내 마음은
착 가라앉는다
삶의 파도에 흔들리던 나의 열기와
순두부의 뜨거움이 같을 수는 없겠지만
가늘고 연한 두부의 외피가
나를 감싸주는
보호막처럼 느껴지는 이유를 알 수도 없다
부드러워 보이지만 힘이 넘치게 끓는 것을 보며
나는 조금 감동한다
순수함과 강인함이 함께 끓는 가마솥을 보며
쓸쓸한 밤을 지새우고
맞이하는 아침에 동참한다
순두부의 맛에는 익숙하지 않지만
그 뜨거운 속이 나를 뜨끈하게 데워줘서 좋다
뜨거운 순두부를 자주 먹으며
나의 생을 뜨겁게 살기로 한다
물컹한 겉모양과 뜨거운 속을 떠먹으며
네모반듯한 두부의 철학을 배워가는 것이다
문규열 시인
성균관대 법학과 졸업
평택 시민예술대학 문예창작과 수료
평택문인협회 회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