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가진 재능으로 이웃에게 행복과 기쁨 선사
2017년 3명으로 시작해
노래·마술·풍선아트 재능
보유 직장인 20명 참여
“우리가 준비한 공연에 흥겨워하는 어르신들을 보면 정말 뿌듯합니다.”
사초봉사단 송경섭(51) 단장은 봉사하는 보람을 이렇게 말한다. 2017년 탄생한 사초봉사단은 노래·마술·풍선아트 등에 재능을 보유한 직장인 20명으로 구성되어 있다. 송경섭 단장이 사회와 노래를 담당하며 회원 김관중·김복영·김영작·차주영씨는 마술, 이창순씨는 음향, 김보영씨는 무대스탭과 사진촬영, 조영화씨는 풍선아트와 마술, 이용미씨는 노래, 주인숙씨는 레크리에이션을 각각 맡고 있다. 무료로 재능기부 공연을 해준다고 소문이 나서 와달라는 곳이 늘어나 어느새 평택·안성에서 안 가본 사회복지시설은 손에 꼽을 정도가 됐다.
송경섭 단장에게 재능기부 봉사단으로 자리잡기까지의 과정과 봉사의 보람에 관해 자세하게 들어봤다.
사초봉사단은 어떻게 시작되었는가.
시작은 소박했다. 2017년 무렵 지인들과 밥을 먹다가 우리도 봉사해보면 어떨까 하는 말이 나왔고 모두 좋다고 해서 시작하게 됐다. 봉사단 이름은 봉사와 초심을 합해 ‘사초’라 지었다. 내가 가진 재능으로 이웃에게 행복과 기쁨을 선사하겠다는 초심을 잃지 말고 봉사하겠다는 의미를 담았다.
그런데 막상 하려고 보니 할 수 있는 봉사가 거의 없었다. 음식 만들어 전달하기 같은 봉사가 주를 이뤘고 봉사 시간도 평일 낮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다 예전에 밴드를 만들어 버스킹 공연을 했던 경험이 떠올랐다. 우리가 가진 음악적 재능을 살려 사회복지시설에서 공연을 해야겠다고 방향을 잡았다.
초창기에는 3명이 노인·장애인 시설에 찾아가 작은 공연을 펼쳤다. 그러다 마술을 잘하는 회원, 풍선아트를 잘하는 회원, 레크리에이션을 잘하는 회원이 하나둘 참여하면서 공연 규모가 커졌다.
다른 봉사단·봉사자와
협업해 공연 업그레이드
재능기부 공연 반응은 어떤가.
우리가 공연하러 가는 곳에는 어렵고 힘든 분들이 있다. 외로움과 쓸쓸함에 지친 분도 있다. 이런 분들은 마음을 잘 열지 않는다. 하지만 우리와 한데 어울려 박수치고 노래하다 보면 어느새 얼굴에 웃음꽃이 피어난다. 마음을 활짝 열고 흥에 겨워 즐거워한다.
우리 공연의 자랑 중 하나가 마술인데 반응이 정말 좋다. 무대가 크면 텔레비전에서 보는 탈출 마술, 절단 마술까지 가능하다.
다른 재능기부 봉사단과 활발하게 협업한다고 하던데.
다양한 레퍼토리로 꾸준하게 봉사하기 위해서다. 7년간 재능기부 공연을 펼치다 보니 다시 찾아와달라는 요청이 올 때마다 고민이 생겼다. 우리가 공연 전문가가 아니다 보니 새로운 공연을 기획하고 준비하기에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예전에 했던 공연을 반복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래서 음악 활동할 때 알게 된 분들에게 연락했더니 흔쾌히 무료 공연에 동참해줬다. 색소폰 연주, 팬플루트 공연 등을 더해 공연을 업그레이드할 수 있었다.
트리플 매직이라는 전문 마술팀과 연계해 함께 마술쇼를 선보일 때도 있다. 덤으로 이분들의 조언 덕분에 회원들의 마술 실력이 높아지는 효과를 거뒀다. 또 소나기(소통·나눔·기쁨) 봉사단을 비롯한 재능기부 봉사단과 연계해 사정이 있을 때마다 도움을 주고받고 있다.
지난 2월 1일에는 팽성노인복지관에서 오케이좋아연예인봉사단과 함께 지역 어르신 400명을 초청해 설맞이 공연을 펼치고 맛있는 곰탕을 대접했다. 배우 이정용·이일화·이종원·전노민·배도환 등이 참여했는데 반응이 뜨거웠다. 기회가 된다면 연예인봉사단을 다시 초청할 계획이다.
재능기부는 나의 재능을
발견하고 갈고닦는 기회
재능기부는 개인이 가진 재능을 사회에 기여하는 기부 형태다. 어떤 재능이 있어야 한다는 의미로 봐야 하는가.
재능기부는 특별한 재능을 가진 사람, 전문가들만 할 수 있는 것인가. 그렇지 않다. 내가 가진 재능을 발견하고 갈고닦는 기회이기도 하다.
KG모빌리티에 다니는 김영작·김관중·차주영 회원은 마술사가 아니다. 직장 내 마술 동아리에서 마술을 처음 접했고 이후 마술 강좌를 들으며 실력을 키웠다. 적지 않은 액수의 수강료를 내고, 별도로 시간을 내야 했으니 쉽지 않은 일이다. 작은 재능과 적은 시간으로도 누군가를 도울 수 있다는 사실에 보람을 느끼고, 마술을 통해 삶의 활력을 불어넣으며 때로는 마술사로 공연할 기회를 얻기도 한다. 재능 기부는 봉사이면서 나 자신을 위한 투자라고 말하고 싶다.
봉사는 이제 힐링의 시간
힘든 일 잊고 즐기게 돼
평택시 환경미화원이라고 들었다.
평택에서 태어나 52년간 평택에서 살았다. 함정리 말랭이에서 태어나 평택초등학교, 한광중·고등학교를 다녔다. 돌이켜보면 평택 아닌 다른 곳에 가야겠다고 생각해 본 적이 없다. 교회에서 활동하고 음악 활동하면서 즐겁게 살아왔다. 그러다 10년 전 경제적으로 힘들었을 때 주위 분들의 소개로 18대 1의 경쟁율을 뚫고 평택시 환경미화원으로 일하게 됐다. 이후 평택시민이 하루를 기분 좋게 시작하게 해주는 일이라고 생각해 열심히 하고 있다.
그때 받았던 도움에 보답하고 저도 누군가에게 작은 도움을 주고 싶다는 마음에서 봉사를 시작하게 된 것 같다.
앞으로의 계획이 있다면.
재능 기부 공연을 이어갈 생각이다. 이제 봉사는 함께 어울리고 함께 호흡하며 힐링하는 시간이 됐다. 어르신들이, 장애인들이 기쁨을 느끼고 행복해하는 만큼 우리는 힘들었던 일을 잊고 그 순간을 즐기게 됐다. 또 항상 남을 배려하며 남을 위해 베푸는 사람으로 살아갈 수 있게 노력하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