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평택 지제역

요술램프처럼 삶의 연주는 시작된다
새벽이 어둠을 밀어 내기 전
수많은 사람들을 끌어 안는다
시린 등 움츠리고 곱은 손 부비며 찾아드는 
삶의 질곡 속에 그들의 손을 잡아준다
새벽을 나르는 사람들 속에 진한 에스프레소 향기가
느껴지는 것은 그들의 삶이 에스프레소를
닮았는지 모른다
허공의 바람과 공기도 숨 가쁘게 보조를 맞춰준다

불빛을 찾아드는 사람들
지난밤 치유하지 못한 상처
헝클어진 마음 추스르지 못한 채
새로운 꿈을 안고 있을 것이다

지제역을 상징하는 조형물 종이비행기는
그들의 꿈과 상처 헝클어진 마음 싣고
언제든지 절망 저쪽으로 날아갈 준비가 되어 있다
종이비행기가 평택평야를 날아 
빈 논길 쓰다듬고
평택항에 도착하면 삶의 연주는 
클라이맥스에 이르고 내일을 준비하는
기운을 얻는다

 

*                  *                  *

 

신문

내 친구,
밤새 장대비가 쏟아진 날에도 
산더미 같은 흰 눈이 내린 날에도 
여명이 찾아오기 전 먼 길을 마다 않고 
나를 찾아주는 너는 나의 베스트 프랜드 이다.
오늘밤도 이른 새벽 찾아올 친구 생각에 
행복한 꿈을 꿀 것이다. 

내 친구,
봄이면 소쿠리 가득 꽃을 머리에 이고
가을이면 오색의 단풍잎을 지게에 한 가득 지고 
둔감한 나를 위해 계절의 변화까지 알려 주는구나

내 친구,
바다 건너 전쟁의 상흔과 
굶주리고 새까맣게 멍든 이들의 아픔도 전해주는구나 

내 친구,
경솔하고 오만해지려는 나에게 
성찰의 조언도 아끼지 않는 너는 나의 베스트 프랜드다

 

 

연영주 시인

 

연영주 시인
성신여대 대학원 미술사학과 석사
평택시민예술대학 문예창작과 수료
평택문인협회 회원
제31회 평택사랑 전국백일장 공모전 입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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