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택읽기
평택포럼 도시환경분과 위원장
본지 지면평가 위원
평택시가 ‘배다리생태공원’의 명칭 변경을 추진하고 있다. 배다리생태공원은 시민이 사랑하는 장소로 ‘평택8경’ 가운데 하나로 선정된 유명한 생태공원이다. 그런데 평택시 공원과는 생태공원이라는 정체성이 부담스러운 것인지, 아니면 감당하기 어려워서 그러는지 생태공원을 ‘근린공원’으로 명칭 변경을 추진한다고 한다. 이미 널리 알려지고 주민들이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있는 ‘배다리생태공원’ 명칭을 바꾸려고 하는 평택시의 의도가 무엇인지 궁금하다.
생태공원은 인공적인 부분을 최소화하고 자연 그대로의 모습이 유지될 수 있도록 주변 환경을 변형하지 않고 최대한 활용하여 만든 공원이다. 고층아파트로 포위된 소사벌지구에서 다양한 야생생물들이 서식할 수 있는 유일한 공간인 배다리생태공원에서 ‘생태’를 지우려고 하는 평택시가 이곳을 유원지로 개발하려는 속셈이 있는 건 아닌지 의문이다.
최근 배다리생태공원·배다리도서관 광장등에서 노래자랑, 각종 행사로 인한 소음피해로 고통받는 주민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생태공원·도서관에서 조용히 산책하거나 독서를 하는 사람들도 배려해야 한다. 특히 야간시간에 마이크 들고 노래하면 야생 생물들도 고통이고, 음악을 듣는 주민들도 스트레스를 받는다. 요즘 노래는 세대별로 취향이 달라 공공장소에서 대형스피커로 노래를 내보내면 견디기 힘든 정신적 고통을 주기도 한다.
시민운동으로 어렵게 만들어진
호수공원 배다리생태공원에서
평택시는 왜 ‘생태’를 없애려 하는지
배다리저수지를 유원지로 개발한다는 평택시에 맞서 생태공원 만들기 운동을 하던 시절이 생각난다. 평택시는 배다리저수지 일대에 유원지 개발계획을 수립하고 토지보상 절차에 착수한다. 그런데 중앙정부가 갑자기 소사벌지구 택지개발사업 지구 지정을 전격 발표한다. 그 시절에는 대규모개발사업은 정부가 일방적으로 추진하고, 강제수용 절차를 통해 과수원·논 등 농경지는 고층아파트로 새로운 도시가 개발되었다. 환경단체들은 소나무숲은 원형보전하고, 배다리저수지를 생태공원으로 조성하자는 시민운동을 전개한다. 공원시설을 인수한 평택시는 이곳을 배다리 근린공원으로 지정했으나 생태공원으로 조성하자는 시민 의견을 반영해 도로변에 ‘배다리생태공원’ 이라는 대형 간판을 설치한다.
저수지와 습지 그리고 원형보전 소나무숲을 중심으로 다양한 야생 생물들이 모여들었다. 소사벌지구 공사현장에서 피신한 고라니, 토끼, 청설모가 숨어 살고 있다. 호수에는 멋진 각선미를 자랑하는 왜가리, 백로를 비롯한 큰부리큰기러기, 흰뺨검둥오리, 물닭 등 물새들이 날아온다. 산책하던 가족들이 아이에게 호수의 새를 설명해 주고, 물속의 잉어들에 관해 이야기 나누는 평화로운 풍경을 보면 정말 아름답다. 집에서 편안하게 걸어서 접근할 수 있는 곳에 생태공원이 자리 잡아 간다는 것이 우리 도시의 품격을 높여주는 매력적인 요소이다.
그나마 시민들에게 자부심 주던
품격있던 공원을 각종 행사와
수질관리 실패로 인한 악취에 더해
레이져 음악 분수쇼라도 하려는가
그러나 평택시는 배다리생태공원 도로변 녹지에 수국을 365일 즐길 수 있도록 하얀 LED 수국을 한가득 선물을 안겨준다. 호수공원의 핵심인 수질관리에 실패해서 호수에서 악취가 올라오고, 팔뚝만 한 물고기들이 하얀 배를 보이며 떠오른다. 녹조로 악취가 나는 호수에 고사분수를 설치해 미세한 물방울이 산책하는 사람들의 위생을 위협한다. 깔끔한 공원을 만들기 위해 살아있는 자연을 제거하고, 인공 시설물이 계속 늘어난다. 행사로 인한 소음피해, 주차문제로 인한 주민들의 민원은 더 늘어날 우려가 있다.
평택시는 ‘생태공원’ 호수공원의 본질인 자연과 공존, 맑은 물은 외면하려는 듯하다. 최승호 시인의 시 ‘북어’에서 표현을 빌리자면 “가슴에 싱싱한 지느러미를 달고 헤엄”치는 생태가 아닌 꼬챙이에 꿰어 말려 “빛나지 않는 막대기 같은” 북어를 만들려는 것으로 보인다. 배다리를 유원지로 만들어 달라는 목소리는 더 크게 들려온다. 물새들이 서식하는 평화로운 호수 한가운데 레이저 음악분수쇼를 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있다.
‘배다리생태공원’ 간판에서 생태를 삭제한다면, 우리 아이들은 호수공원에서 아름다운 물새들의 날갯짓을 볼 수 없을 것이다. 배다리저수지가 자연과 공존하는 생태공원으로 자리 잡기를 바란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지금 새만금.울산태화강. 낙동강 등등
생태를 지켜할곳이 많아요.
거기서 명분을 찾고, 자연보호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