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그냥 살다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낫다

이 속담을 곱씹어 볼 때가 있다

 

불타는 태양이 아침을 열고

하루 일을 시작하면

뭇 생명들도 잠에서 깨어나

기지개를 켜고 활동에 들어가는 하루하루들

 

산다는 것은 정말 수지맞는 장사일까

유행 지난 유행가 한 구절을 떠올리며

내 삶의 수지를 생각해본 적이 없었음을 고백한다

그냥 살아왔고 그냥 산다

달빛이 푸르면 어슬렁거리며 콧노래를 불렀고

별들이 쏟아지면 받아 안으며 주는 대로 거둔다

공짜 없는 세상이라지만 공짜는 많다

계절 따라 부는 바람

철 따라 꽃 피우고 열매 맺는 나무들

거룩한 자연의 혜택과 조화를 누리면서

가당치 않은 욕심을 부릴 수는 없지 않은가

 

속담 하나를 곱씹는 동안

뒤늦게 도착한 눈발들이 맹렬하다

사는 일 어려워도 그냥 살면 되는 일이다

 

*          *          *

 

봄 마중

 

안개가 뽀얀 먼지처럼

겨울에 쫒겨 가고 있다

 

몽우의 자태가

봄 처녀의 수줍음처럼

보이는 것은 나의 시력이

점점 예민해진다는 의미일 것이다

들녘에는 비켜 가는 바람이

노란 꽃잎을 껴안고 서 있는

산수유 나뭇가지를 인정없이 흔들고 있다

남쪽에는 이미 개나리와 진달래꽃이

앞산 절반은 먹어 치웠을 것이다

설명절 보내고 얼마 지나지 않아

새해의 기운이 나를 부추기고

세운 만큼 군살도 염치없이

나를 습격하고 있다

나는 이 모든 것을 감당하기 어려워

맨발로라도 봄을 맞이하려

나서고 싶었다

 

 

김한숙 시인
김한숙 시인

 

김한숙 시인
월간 <문학공간> 등단
평택시민예술대학 수료
평택문인협회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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