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 우리 아이…안전은 절대 타협할 수 없어
학교에 자녀를 보낸 학부모는 걱정이 많다. 등하교 길은 안전한지, 아이가 혹여 나쁜 길로 빠지지 않는지, 학교폭력에 당하지 않는지…. 이런 위험에서 우리 아이를 돌봐주는 이들이 있으니 바로 학부모폴리스다.
지난 5월 10일 취임한 서미순 평택중학교학부모폴리스 연합단장은 아이들이 안전하고 즐거운 학교를 만드는 데 9년간 앞장서 왔다. 하굣길 교통안전지도를 비롯해 학교폭력 예방, 금연캠페인, 학교주변 취약지역 순찰 등을 꾸준히 해온 원동력은 “모두가 우리 아이” “아이들의 안전은 절대 타협할 수 없다”는 신념이었다. 평범한 주부가 안전한 학교와 지역사회를 위해 앞장서는 봉사자가 된 여정을 들어보았다.
학교 앞 안전지도에서 시작해
학교폭력 예방, 안전교육까지
우리 아이들이 안전한 환경은
모든 어른들의 과제이자 책임
평택중학교학부모폴리스 연합단을 소개한다면
평택시학부모폴리스연합단은 평택경찰서가 2015년 평택지역 중학교 학부모회장단을 대상으로 꾸린 봉사단체다. 학부모폴리스와 녹색어머니회를 헷갈리는 분이 있는데 녹색어머니회는 오전에 등교길 교통안전 지도를 담당한다. 학부모폴리스는 학교폭력 예방 캠페인 차원에서 출발했기 때문에 학교폭력 예방, 금연 캠페인, 학교 주변 취역지역 순찰 등 학생 선도 활동을 한다. 그리고 점심시간과 저녁시간 교통안전 지도는 기본이다.
학부모폴리스에는 어떻게 참여하게 되었는지.
슬하에 딸 하나를 두고 있다. 딸아이가 부용초등학교에 다녔는데 입학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학교 앞에서 교통사고가 났다. 버스에 아이가 치이는 사고였는데 하필 아이가 버스에 끼여 몇 미터를 질질 끌려갔다. 그 사고로 똑똑했던 아이가 머리를 크게 다쳐 장애를 안고 살아갈 수밖에 없게 됐다. 이런 사고가 또 발생하지 않으려면 부모가 나서야겠다는 생각했고 초등학교학부모폴리스에 가입했다. 활동을 시작하고 보니 학교 앞이 정말 위험했다. 안전을 위한 교통시설물은 거의 없었다. 어린이보호구역인데 속도 단속 카메라가 없다 보니 차들이 쌩생 달리고 그 사이로 아이들이 다녔다. 6년 동안 평택시·평택시교육지원청·경찰서 등을 찾아가 30km 과속단속카메라, 과속방지턱, 옐로 카펫 등을 설치하도록 하고, 가방 안전 덮개를 보급했다. 횡단보도에 너무 가까워 안전사고 위험이 있는 버스 승강장 위치를 횡단보도에 일정 간격을 두고 옮기는 것을 추진하다가 딸아이가 초등학교를 졸업하면서 마무리 짓지 못해 아쉬움이 남는다.
중학교학부모폴리스 활동을 하면서 학교 앞 사거리의 신호등을 점멸 신호에서 상시 신호로 바꾸게 했다. 이 사거리는 도로가 좁아 운전자가 보지 못하는 사각지대가 있어 사고가 잦았다.
학교폭력 예방, 유해환경 개선을 위해서는 어떤 노력을 하는지.
중학생을 아이라 하기는 어렵지만 어른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또 나쁜 길로 빠진 아이를 ‘나쁜 아이’라고 단정 지어서도 안 된다. 말을 잘 듣는 아이든 말썽을 부리는 아이든 모두 우리 아이다. 이 아이들을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게 어른들이 보듬어줘야 한다. 이런 생각을 갖고 캠페인이나 순찰 활동에 나선다. 담배 피우는 아이가 있으면 왜 안 되는지 차분하게 대화하고 설득한다. 캠페인과 순찰뿐 아니라 부모 교육도 진행한다.
평택중학교학부모폴리스 연합단장이 된 만큼 활동 영역이 더 넓어졌을 텐데.
제가 사는 팽성지역뿐 아니라 평택 전역의 중학교 안전을 살펴야 하니 부담감이 기존 100배다. 각 중학교의 학부모폴리스와 소통하고, 문제가 있다면 함께 해결책을 모색하겠다. 회원 확보에도 힘쓰겠다. 학부모폴리스는 어떤 혜택을 얻을 수 있는 단체도 아니고 주어진 예산은 전부 활동에 쓰인다. 오히려 이것저것 지원하거나 주변 지인에게 도움을 구해야 할 때도 있다. 그럼에도 우리 아이 안전을 위해 무언가를 시도하고 이뤄내는 과정에서 얻는 성취감과 보람은 비교할 수 없다.
아이가 안전한 환경을 만들기가 쉽지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안전은 당연히 얻는 것이 아니다. 관심을 기울이고 노력하고 요구해야만 얻을 수 있다. 어린이보호구역에 30km 과속단속카메라를 설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 카메라를 설치하지 않은 어린이보호구역은 생각 외로 많다. 그럴 때 가만히 있으면 사고가 나기 전까지 과속단속카메라는 설치되지 않는다. 아이가 안전하게 오가고 사고를 당하지 않게 하려면… 관련 기관에 ‘이렇게 하면 좋겠다’ 하고 의견을 내야 바뀐다. 처음에는 당연히 될 줄 알았는데 바뀌는 데 1~2년은 걸린다는 사실도 깨달았다. 이제는 학교 주변 도로에서 파손된 부분을 발견하면 사진을 찍어 안전신문고에 올리는 것이 일상이 되었다.
그리고 내가 하지 않으면 누구도 하지 않는다. 누군가 한 사람이라도 노력하면 세상은 조금이지만 바뀐다.
현재 작은 가게를 운영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시간이 부족해 보인다.
일주일 내내 바쁘다. 평일에는 딸아이가 다니는 중학교에서 교통안전 캠페인을 하고 오후와 야간에는 학교 주변을 순찰한다. 연합 캠페인도 벌이고 평택 곳곳의 중학교를 돌며 안전도 살핀다. 틈이 날 때마다 초등학교에서 안전교육을 진행한다. 주말에 아이들을 위한 행사가 열리면 교통안내 등의 봉사도 한다. 가게에 있을 때에도 손님이 뜸하면 객사리 KTX경부선 고가 밑에 설치된 원형교차로를 보면서 어떻게 개선할 수 있을까 고민한다.
운전면허는 있어도 운전하지 않아 차가 없다. 그래서 택시를 타고 평택 곳곳을 다닌다. 주변에서 9년간 쓴 택시비를 모으면 작은 집 하나 샀을 거라고 놀리기도 한다.
이렇게 활동할 수 있는 원동력이 궁금하다.
처음에는 ‘내 아이’와 ‘내 아이가 다니는 학교’를 위해 시작했다. 어느새 모두가 ‘우리 아이’라고 느꼈고 이 아이들을 위해 무언가를 해주고 싶어졌다. 아이들만 보면 행복해지고 기분이 좋다. 아이들을 위한 봉사라고 생각하면 몸이 절로 가벼워지고 힘이 솟는다. 아이 안전을 위한 교통시설이 설치되면 그렇게 흐뭇할 수 없다. 이런 마음으로 학부모폴리스로 활동했기에 지금까지 해온 일들이 정말 가치 있는 일이었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평택시민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어린이 안전과 과잉보호는 다르다. 학교 앞 교통안전 지도를 할 때, 어린이 행사장에서 교통 안내를 할 때 놀랄 때가 있다. “너무 과잉보호하는 것 아니냐” “우리 때는 이러지 않았다” 고 항의하는 분들이 있어서다. 때로는 소리 지르거나 욕하는 분이 있다. 그럴 때마다 우리 사회와 우리 평택의 안전의식이 성숙하려면 시간이 더 필요하구나 싶은 생각에 안타깝다. 물론 더 많은 평택시민이 어린이 안전의 중요성에 공감하고 때론 인내심을 갖고 양보해주고 있다는 사실을 잊지 않고 있다. 이런 분들이 점점 더 많아지길 기대한다.
글 김윤영 기자 / 사진 한종수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