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하천은 평택시의 실핏줄
평택지속협 환경위원회
걷고 싶은 하천 만들기
프로젝트 18년간 이어와
평택시지속가능발전협의회 환경위원회는 2007년부터 꾸준히 ‘걷고 싶은 하천만들기 프로젝트’를 진행해 왔다. 이 프로젝트는 진위천·안성천·통복천·지산천 등 평택의 하천을 따라 걸으면서 동물·식물·새·곤충 등의 생태를 파악하고 생태계교란종·관리대상종의 변화 추이를 들여다보며 평택 하천을 건강하게 보존할 방안을 고민하는 모니터링 활동이다. 이 과정에서 모아내고 다듬은 생태자료는 환경정책 제안의 기초자료로 활용되고 있다.
환경위원회는 18년간 꾸준히 이어온 프로젝트의 성과를 인정받아 지난해 12월 경기도지속가능발전협의회 창립 25주년 기념 ‘지속가능발전인의 날’에서 ‘도민참여 정책제안 & 우수사례 공모’ 우수상을 받기도 했다.
김미경(61) 환경위원장을 오성면행정복지센터 1층 어울림오성휴게쉼터에서 만나 환경적 관점에서 평택의 하천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지와 18년간 축적한 고민을 평택의 미래를 위해 어떻게 발전시켜야 할지 들어보았다.
'걷고 싶은 하천만들기 프로젝트’를 소개한다면.
시작은 2000년 초 평택자연생태보전모임에서 비롯됐다. 부모들이 매월 자연생태에 관해 공부하고 자녀와 함께 현장학습을 나가 숲·갯벌·물고기·새 등의 생태를 익히고 배웠다. 이 과정에서 평택의 자연과 생태를 이해하고 관심을 기울이게 되었고, 평택지속가능발전협의회의 전신인 아름답고푸른평택21에 자연스럽게 합류하면서 걷고 싶은 하천만들기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2022년부터 위원장 맡아
통복천·지산천 모니터링
생태조사 보고서 작성해
조사결과 지역사회 공유
평소 환경에 대한 관심이 높은 편이었는지.
결혼하면서 오성면에 자리 잡고 두 아이를 키우다 보니 관심이 자연스레 생겨났다. 그전에는 새라고 하면 참새나 까치밖에 몰랐고, 산과 들에 있는 식물 이름도 거의 몰랐다. 자연생태보전모임에 참여하면서 우리가 사는 평택이 동식물이 참 많은 곳이구나를 알게 됐다. 새로운 것을 알게 되고, 아이들과 걷다가 발길을 멈추고 자연을 함께 느낄 수 있다는 사실이 참 기쁘고 즐거웠다. 이러한 기쁨과 즐거움이 우리 가족이 사는 평택의 자연과 생태를 향한 관심으로 발전한 듯하다.
모니터링은 어떻게 진행되는가.
연초에 프로젝트를 진행할 하천을 선정하고 방향을 정한다. 전문적인 지식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전문가에 협조를 구하거나 전문강사를 초청해 강연을 듣기도 한다. 2023년에 지산천을 모니터링할 때는 ‘도심 주변의 복개천’이라는 특징을 이해하려면 송탄의 역사문화를 알아야 한다고 판단해 최치선 평택문화원 평택학연구소 상임위원과 함께했다.
이렇게 환경위원회 위원들을 중심으로 전문가가 함께 생태·수질 조사를 진행하고 그 결과와 사례를 담은 생태조사 보고서를 작성해 지역사회와 공유한다. 이런 과정을 18년간 이어오다 보니 현장체험뿐 아니라 보고서 작성과 협의, 시민 인식 제고, 환경정화 등으로 활동 폭이 넓어졌다.
2022년 환경위원장을 맡으면서 통복천 모니터링을 진행했다. 기억에 남는 일이 있는지.
생태계가 살아나면서 늘어나는 새들이 인상 깊었다. 봄에 화사하게 피어난 개나리·벚꽃을 따라가다가 흰뺨검둥오리 엄마를 줄지어 따라가는 아기오리들과 백로를 가까이서 만날 수 있었다. 이는 풀씨·나무열매 같은 식물성 먹이와 곤충 같은 동물성 먹이가 풍부함을 의미한다. 실제로 뫼꽃·족제비싸리·붉은토끼풀 등 다양한 식물과 잠자리·나비 등의 다양한 곤충을 볼 수 있었다.
높아진 시민의식도 체감할 수 있었다. 통복천 유역에서는 자생식물뿐 아니라 주변 환경에 해를 끼치는 귀화식물을 다수 발견했다. 이런 귀화식물이 크기 전에 뽑아내는 작업을 하다 보면 자연을 훼손한다는 주민 신고로 경찰이나 공무원이나 출동하는 경우가 있었다. 생태를 보전해야 한다는 인식이 자리 잡았음이 반가웠고, 주민에게 평택의 동식물에 관한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는 방법을 찾아야겠다는 필요성을 동시에 느꼈다.
평택의 하천 모두 51개
생태적 가치 공감하고
보전에 힘 모았으면···
2023년 진행한 지산천 모니터링은 환경위원회가 처음으로 시도한 복개천 모니터링이다. 기존과 다른 점이 있었다면 무엇인지 알고 싶다.
지산천 모니터링은 “평택에 복개천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돼 시작했는데 주변에서 “지산천에는 볼 것이 없다”고 하더라. 하천 모니터링은 현재 우리가 살아가는 지역의 하천을 보고 느낀 대로 기록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기록을 차곡차곡 쌓아가다 보면 어느 순간 자연과 생태의 변화를 자연스럽게 깨우치고 무엇이 문제인지를 파악할 수 있게 된다. 못 보던 식물이나 동물을 찾거나 오염물질을 찾아내는 것도 좋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니다.
지산천 모니터링은 생태계의 놀라운 복원력을 새삼 깨닫는 순간이었다. 이곳에서는 기존 생태계를 밀어내고 만든 복개천이라 다른 하천만큼 다양한 종을 발견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복개천이 시작되는 지산천1교 다리 아래에서 자라난 달뿌리풀·고마리 등 수생식물을 보면서 우리가 조금만 관심을 기울이면 이곳의 생태가 복원될 것이라는 희망을 느꼈다.
하천생태계의 문화적 중요성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됐다. 지산천이 흐르는 송북동은 송천·건지·우곡·동막·오좌동·오리골·신흥마을이 속해 있으며 평택북부권의 중심 지역으로 송탄시외버스터미널·송탄소방서·송탄시장·송탄중학교가 있다. 1990년대 택지개발로 많은 아파트가 들어서면서 지산천의 물줄기를 돌려 직선으로 바꾸고 복개했다고 한다. 모니터링 결과 지산천은 주변에 아파트단지가 밀집한 구조상 예전으로 복원하기 어렵기 때문에 복개구간을 제외한 곳들을 생태하천으로 꾸미는 방안을 제안했다. 맑은 물이 흐르는 하천은 자라나는 미래세대의 정서와 감수성에 긍정적인 역할을 한다고 판단해서다.
평택시민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평택에 흐르는 크고 작은 하천은 모두 51개다. 이들 하천은 평택시의 실핏줄과 같다. 우리 주변의 크고 작은 물길에서 하천이 지닌 생태적 가치와 보전 필요성을 깨우쳐 맑고 깨끗한 평택시를 만드는 데 지역사회가 함께 힘을 모았으면 좋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