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최경순 시인

 앰뷸런스

 

뾰족한

소리 하나

간절함 품고

막힌 길 뚫는다

 

기도가

꼬리 물고

뒤를 따른다

아무 일 없기를

 

*   *   *

 

어스 아워*

 

지구를 살려보자

매년 3월, 마지막 토요일 오후 8시 30분

1시간 동안의 작은 혁명에 동참한다

모든 스위치를 내리고

마음의 등불을 켠다

사위(四圍)가 밝아지고

깜깜하기만 하던 묵은 사념들이

저마다의 고개를 든다

오래 방치했던 것들의 아우성이 들린다

 

바다가 뜨거워지고

공기마저 후끈거리고

계절을 망각한 꽃들이 함성을 지르며

순서 없이 피어난다

작은 생들조차 어리둥절

물고기들의 산란도 천방지축을 달린다

나무들의 게놈지도가 휘어지고 있다

생태계의 반란은

우리들의 미래를 더욱 불투명하게 부추긴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적기임을 깨달아야 한다

눈을 감으면 더욱 환하게 보이는

마음의 방에 누워

모든 스위치를 내리고 1시간 동안만이라도

지구촌을 생각해보자

희망은 있다

 

*어스 아워(earth hour) 세계자연기금(WWF)이 주최하는 환경운동 캠페인으로 3월 마지막 주 토요일 오후 8시 30분부터 불필요한 조명등을 소등함으로써 자연보전을 향한 의지를 보여준다. 

 

 

최경순 시인

<문학광장> 등단

한국문인협회 평택문인협회 회원

경기문학 공로상 외 다수.

시집 <그 생각이 나를 지배하기 시작했을 때>

작사 가곡 ‘소사벌의 아침’ 외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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