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봉밥 이야기

 

가을걷이 잘 끝낸 들녘
이랑에 놓아둔 황금 볏가리들
한 손 말고 두 손안에 담긴
우리 마을의 따순 마음들
땡볕이 익힌 인심사람의 온기가 
벌판에 가득한 날 
너도나도 파먹어도 줄지 않는 침이 
섞여도 달디 달은 같이 먹는 고봉밥
그저, 꿀꺽 삼키고 소화 시키려고 뿜어낸 
시민이라는 소화액을 곁들인
어느 때보다 절실한 한솥밥
그 밑에 구수한 누룽지 
비워내도 바닥까지 구수하다고
한통속에 닿았다고 숭늉 한 사발, 
그렇게 입가심하며 
이리저리 지면을 넘기다 보면
이웃이 된 우리네 이야기들
밥 짓는 연기 피워 올리는 마음으로
한 상 가득 너를 초대할게

넘치도록 담은 뜨신 밥에 
소박한 찬이지만
우리 같이 나눠 먹자

어서 와, 친구

 

 

박경순 시인, 사진작가
박경순 시인, 사진작가

글과 사진 박경순 

박경순 작가는 1993년 평택시 주부취미교실 사진반에 등록하며 사진과 인연을 맺었다. ‘평택주부사진회’에서 활동하며 사진의 매력에 푹 빠졌고 여러 대회에서 수상하는 등 작품세계를 인정받아 한국사진작가협회에 입회했다. 2017년에는 한국사진작가협회 12대 평택시지부장에 선출돼 2년간 ‘시민·학생 사진 공모전’과 ‘신형상 전국 사진공모전’를 열어 사진인구 저변 확대에 힘쓰는 한편 중견작가사진전·여성작가사진전 등을 개최해 회원들의 작품을 지역에 알리는 데 공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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