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하재현 시인

고용산 2

 

설렌다

 

운무에 가려진 3월의 하늘

수줍은 해는 산등성이에서

숨바꼭질하고

가까이 가면 보일 듯이

뽀얀 얼굴에 피어오르는 진달래는

분홍속살 드러내고

나뭇가지 사이로 바람만 지나갈 뿐

 

쑥빛으로

솟아나는 나무, 사잇길로

고요한 숨소리 머금고

앉은뱅이 제비꽃들이

보랏빛 꽃대 세워

끊임없이

흔들어댄다

 

바위를 오르는 정상

사방으로 보면

추억으로 돌아누운 일들이

멍든 가슴 씻어내고

작은 아랫마을 아낙들은

밭고랑으로 들어간다

 

* * *

 

새벽길

 

한겨울

영하 10도

칼바람은

옷깃 여민 품속으로

파고들고

 

시린 발가락은

차디찬 무처럼

저리고

 

길거리

모퉁이 서 있는 변압기

그 철판 위에

밤사이 내린 이슬이

어여쁜 서리꽃으로 피었다

 

그 위에

살포시 입맞춤하고 싶다

 

 

하재현 시인


월간 <문예사조> 등단
평택 문인협회 회원
<무천문학> 동인 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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