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수확한 햅쌀 익반죽
각양각색 다양한 소 넣고
솔잎 깔고 쪄…정성 듬뿍

명절음식이야기

추석에 빠질 수 없는 음식으로 송편이 있다. 뜨거운 물에 멥쌀가루를 반죽해 갖가지 소를 넣은 뒤 모양을 빚어 찐 떡이다. 송편이라는 이름은 1800년대 <규합총서>에 처음 등장한다. 추석 때 먹던 송편은 ‘오려송편’이라고 불렀다. ‘오려’는 올벼의 옛말이다. 올벼는 제철보다 일찍 익는 벼를 말하니 올해 농사지어 수확한 햅쌀로 빚은 송편이라는 뜻이다.

 

문헌에 전해진 송편

송편은 언제부터 먹었는지를 정확히 알 수는 없으나 여러 문헌에서 그 유래를 추측해볼 수 있다. 1680년대에 편찬된 것으로 추정되는 옛날 요리책인 <요록(要綠)>에는 “백미가루로 떡을 만들어 솔잎과 켜켜이 쪄서 물에 씻어낸다”고 적혀 있다.

송편 맛을 가르는 핵심인 소 재료에 관해서는 다양한 기록이 전해진다. 〈규합총서〉에는 팥·꿀·계피·후추·건강말, <동국세시기>에는 콩·검은콩·팥·꿀·대추·미나리, 〈부인필지>에는 팥·잣·호두·생강·계피 등을 쓴다고 기록되어 있다. 〈시의전서〉에서는 소 재료로 거피팥고물·대추·꿀·계피·밤 등을 넣고 멥쌀가루에 쑥을 더해 만든 쑥 송편에는 계피·후추·건강말(말린 생강 가루)로 소를 넣는다고 적었다.

 

송편이 반달 모양인 이유

추석 송편이 반달 모양인 이유에는 여러 설이 있다.

<삼국사기>에 따르면 백제 의자왕 때 궁궐 땅속에서 파낸 거북이 등에 “백제는 만월(滿月)이고 신라는 반달이다”라고 쓰여 있었다. 이에 점술사가 앞으로 백제는 쇠퇴하고 신라가 발전할 징표라고 해석했고 이때부터 더 나은 미래를 기원하는 마음에서 송편도 반달 모양으로 빚었다고 전해진다.

또한 보름달 모양의 반죽에 소원을 의미하는 소를 넣으면, 소원이 달아나지 않고 이뤄질 것이라는 믿음에서 반달 모양으로 빚는다는 설이 있다.

 

 

지역 따라 맛·모양 각양각색

지역마다 각양각색의 송편을 맛볼 수 있다. 서울·경기 지역에서는 다섯 가지 색으로 화려함을 자랑하는 ‘오색송편’을 한가위에 만들어 먹었다. 반죽에 깨와 설탕을 넣어 반달 모양의 한 입 크기로 작게 만드는 것이 특징이다.

강원도는 특산물인 감자를 이용한 감자송편을 만들어 먹었다. 떡 반죽을 만들 때도 멥쌀가루 대신 감자녹말을 이용하고 팥·강낭콩을 소로 넣어 손자국 모양을 내어 빚는 것이 특징이다. 쫄깃한 식감에 담백하고 고소한 맛을 느낄 수 있다.

가을에 따서 말린 호박을 가루로 만들거나 찐 호박을 으깨 멥쌀가루에 넣고 반죽하여 만드는 호박 송편은 충청도에서 먹는 송편이다.

전남 영광·고흥 지방에서는 모시 잎을 삶아 멥쌀가루와 함께 반죽해 만드는 모시 송편을 만들어 먹었다고 한다. 다른 송편들과 마찬가지로 팥·콩·깨·밤 등을 소로 넣었고 쫄깃한 식감과 오래 두어도 덜 굳어 맛있게 즐길 수 있는 게 특징이다. 전라도에는 지붕을 엮는 데 쓰이는 띠의 어린 새순으로 만든 졸깃한 삘기송편도 있다.

칡 송편은 경상도 산간 지방의 송편이다. 산지에서 많이 나는 칡을 송편 반죽에 활용하고 소는 강낭콩과 팥으로 채운다.

제주도에서는 송편을 솔병이라 부른다. 동글납작한 비행접시 모양과 달콤 고소한 완두 소가 가득 들어 있는 것이 특징이다.

 

익반죽과 솔잎의 조화

송편을 만들 때 특징 중 하나는 뜨거운 물로 익반죽을 한다는 점이다. 호화 현상(녹말이 열에 녹아 점성이 생기고 풀처럼 끈적하게 되는 현상)을 활용한 것으로 점성이 커져 쫄깃한 식감이 더해지고 소화도 잘 된다.

또 다른 특징은 솔잎을 깔고 쩌낸다는 데 있다. 솔잎을 송편 사이사이에 깔고 찌면 솔잎의 향이 떡에 배어들고 솔잎에 함유된 피톤치드 성분이 떡을 상하지 않게 해준다고 한다. 요즘 송편을 주문해 먹는 경우도 많은데 냉동 상태로 오는 경우 조금 번거롭더라도 솔잎을 깔고 쪄서 먹는 것이 제맛을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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