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에게 권리 이전에

책임과 의무 가르쳐야

 

폭염이 이어지는 8월 17일 송탄고등학교에서 박구영(62) 교사를 만났다. 8월 31일 교직생활을 마무리하는 그는 인기가 많은 교사다. 애니메이션 주인공을 닮았다고 해서 ‘호빵맨 선생님’으로 불리기도 하고 이름 글자를 딴 ‘빡구선생님’, ‘빡구형님’이라는 별칭도 있다. 등굣길에 학생들을 위해 팬플룻을 연주할 정도로 음악을 좋아해 음악 선생님으로 아는 사람도 있지만 실제는 영어 선생님이다. 음악과 봉사로 자신의 삶을 가꿔오면서 학생들을 소중하게 보듬어온 그를 만나 36년 교직생활에 대한 소회와 앞으로의 계획을 들어보았다.

 

8월을 끝으로 교사직을 마무리하는 마음은.

오래 전부터 예정된 일이기에 평소와 똑같다. 오히려 앞으로 다가올 시간을 어떻게 보낼지 기대하고 있다.

 

1987년 동일공업고등학교에서 교직을 시작했던데 원래 교사가 꿈이었나.

사실 음악을 하고 싶었다. 어린시절 음악을 좋아해서 합창단 활동도 하고 지금 오르간이라고 하는 풍금도 배웠다. 하지만 부모님이 교사가 되길 원하셨다. 교사가 된 후 동일공고에서 영어선생님으로 교직의 첫발을 내딛은 이후 평택 현화고, 오산 성호고, 의왕 덕장중을 거쳐 6년 전부터 송탄고에서 근무했다. 지금 배다리저수지가 있는 비전동에서 태어나 자랐는데 교직생활을 평택에 있는 학교에서 시작해 평택에 있는 학교에서 마무리하게 되어 감회가 새롭다.

 

교직에 종사한 36년간 교사 교육현장에도 여러 변화가 있었을텐데.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개정으로 체벌이 법적으로 금지된 이후 저뿐 아니라 많은 교사가 굉장히 힘들어했다. 아이들은 사고도 치고 말썽도 부릴 수 있다. 이런 학생들을 올바른 길로 이끌어주고 사회 구성원으로 성장하게 하는 것에 교사는 보람을 느낀다. 그런데 체벌을 대체할 훈육방법이 제시되지 않았다. 수업 중 일부 학생이 수업을 방해하면 교사를 위해서가 아니라 적어도 다른 아이들을 보호하는 조치는 필요하다. 하지만 말썽을 부린 학생에게 ‘그런 행위는 문제가 있다, 친구에게 사과하라’고 주의를 주면 친구들이 보는 앞에서 문제점을 지적했다는 이유로 아동학대로 고소 당하는 것이 현실이다. 결국 학생들은 ‘내가 문제를 일으켜도 선생님은 나 못 건드려’라고 인식하게 됐다. 이제 학생들이 교사를 폭행하는, 예전에는 상상할 수 없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어 안타깝다.

 

학생을 올바른 길로 이끌어주고

사회구성원으로 성장하게 하는

역할에 교사들 보람 느껴…

 

최근 서이초 교사 사망 사건으로 교권 침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학생 학습권과 교사 교육권을 보장받기 위해 어떤 노력이 필요하다고 보는가.

권리를 주장하기 위해서 책임과 의무를 다해야 한다는 것을 학생들에게 가르쳐야 한다. 자기가 원하는 바를 이루려면 때론 인내해야 하고 때론 절제해야 하지 않나. 집에서 밤새 게임하다가 학교 수업시간에 자는 학생이 있다면 교사는 이 학생을 깨워 수업을 듣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우리 사회가 공교육의 현실을 인정해 줬으면 한다. 자녀가 1명인 부모는 자녀 교육에 모든 것을 쏟아부을 수 있다. 하지만 한 반에는 1명이 아니라 20~30명의 학생들이 있고 교사는 이 학생들을 가르쳐야 할 책임이 있다. 우리 아이만이 아니라 다른 아이와 함께 성장하는 교육을 구현하는 데 관심을 기울이고 힘을 모아줘야 한다.

마지막으로 교육은 백년지대계임을 강조하고 싶다. 정권이 바뀌더라도 교육정책을 일관되게 진행해야 한다. 교육정책이 수시로 바뀌면 교육현장은 혼란스러워지고 원칙을 세우기 어려워진다.

 

학생 인권을 지나치게 강조하다 보니 교권이 하락했다는 주장에 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동의하기 어렵다. 학생 인권과 교권은 상대적인 개념이 아니다. 상호 조화를 이루고 긍정적 영향을 주도록 해야 한다.

 

 

평교사로 퇴임한 이유가 있는가.

교직과 음악을 병행하기 위한 선택이었다. 2011년 팬플룻을 배워 학생들이 힘들어할 때 팬플룻 명곡을 연주해 힘을 북돋워줬다. 송탄고에 부임해 ‘행복한 소리 여행’이라는 동아리를 만들어 학생들에게 팬플룻과 오카리나를 가르쳤다. 2018년 마음에 맞는 교사·지인과 함께 비영리법인단체 평안팬플룻오케스트라를 창단해 연주회도 열고 연주봉사도 다녔다. 내가 좋아하는 음악으로 학생들과 이웃에게 기쁨과 행복을 줄 수 있어 보람차고 즐거웠다. 교장·교감 등 관리직에 오르려면 시간이 많이 요구돼 이런 보람과 즐거움을 알 기회가 없었을 것이다.

 

팬플룻을 배우게 된 계기가 있었나.

2008년인가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팬플룻으로 연주하는 ‘엘 콘도르 파사’를 듣고 특이한 음색에 매료됐다. 소리가 정말 좋아서 저 악기를 배워야겠다고 마음먹었지만 평택에서 배울 곳이 없었다. 2011년 평택으로 이사온 팬플룻 연주자를 소개받아 기초적인 것을 익혔고, 안양 덕장중에 부임해 그곳의 팬플룻 연주자들과 교류하며 연주활동을 하게 됐다.

평안팬플룻오케스트라 창단 이후 연주와 음악봉사를 활발히 펼쳐왔다.

처음에는 10명 정도 모여 연습실을 꾸미고 공연과 연주봉사를 했다. 알을알음 팬플룻에 관심 있는 분이 모여 현재는 단원 35명이 연간 60회의 공연·봉사를 하는 규모로 성장했다. 관객들의 열띤 호응과 박수를 받을 때 부끄럽지 않은 삶을 살아왔구나 하는 자부심을 느꼈다. 올들어 평택지역 학교를 비롯해 안중노인복지회관, 안중전통시장, 송탄전통시장, 평택물빛축제 등에서 공연했으며 지난 6월 24일 비전동 센트럴돔에서 창단 6주년 기념 ‘시민을 위한 자연의 소리 팬플룻 신바람 음악회’도 개최했다.

 

학생들은 보기만 해도 예쁜 존재

교사로서 즐겁고 행복했던 36년

박구영 교사에게 학생들은 어떤 존재인가.

2014년 세월호 참사 이후 학생들을 바라보는 생각이 정말 크게 바뀌었다. 어른들의 잘못으로 아이들이 생명을 잃지 않았나. 더는 그런 참사가 발생하지 않고 아이들이 잘 성장하도록 돕는 것이 어른이, 교사가 할 일이라 생각했다. 그래선지 아이들이 교문에 들어오는 것만 봐도 예쁘고 소중하게 느껴졌다. 말썽을 부려도 수업 시간에 잠을 자도 마찬가지였다. 공부를 못 해도, 시큰둥하게 저를 대해도 그냥 좋고 잘해주고 싶었다. 보기만 해도 예쁜 아이들을 가르쳐서 즐거웠고 그들과 함께하는 순간순간이 재밌고 좋았다. 학생들을 더 보고 싶어 60살에 명예퇴임을 하지 않고 2년 더 학교에 남았다.

앞으로 좋아하는 음악을 하며

팬플룻 대중화와 봉사 매진할 것

퇴임 후 다가올 시간을 어떻게 보낼 계획인가.

팬플룻오케스트라 활동을 하며 좋아하는 음악 활동에 매진하겠다. 팬플룻을 대중화시키고 평생 함께할 음악으로 평택사회에 봉사하고 싶다. 정년퇴임 후 9월 23일 배다리도서관에서 ‘평택시민을 위한 신바람 팬플룻 향연’을 개최하니 많은 시민이 와주셨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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