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택읽기

김범수 전 평택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한국사회복지역사학회 초대·2대 회장

김범수 전 평택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 한국사회복지역사학회 초대·2대 회장
김범수 전 평택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 한국사회복지역사학회 초대·2대 회장

동족상잔의 비극이 벌어진 1950년 7월 3일, 평택역은 유엔군의 오폭으로 처참하게 파괴됐다. 6·25 전쟁이 일어난 지 불과 8일째 되던 날의 날벼락이었다. 필자가 평택역의 역사 속에 그렇게 큰 아픔이 있다는 것을 제대로 깨달은 것은 불과 두 달 전이다.

지난 6월 2일 평택시 공익활동지원센터에서 ‘평택역 오폭사건 학술토론회’가 개최됐다. ‘평택역 오폭사건’은 성동초교에 유엔군 호주기에 의한 기총사격이 시작되면서 곧이어 평택역에 폭격을 가해 수많은 사상자가 발생한 사건이다. 그 결과 반경 1km 주변이 초토화되고 1000여 명 정도가 사망했다는 설과 함께 평택군지 사료에는 101명의 군인이 사망하고 민간인만 700명 정도 사상했다는 당시 평택읍사무소 재무계 서기로 근무했던 김병길의 진술이 있다.

내가 살고 있는 가까운 거리에서 이렇게 큰 참사가 있었다는 것이 매우 충격적이었다. 학술토론회를 지켜보는 내내 뼛골까지 스며드는 듯한 섬뜩한 전율을 여러 번 느꼈다. “그랬었구나. 바로 평택역을 중심으로 동서로 갈린 원평동과 신평동의 구도심이 이렇게 오폭으로 파괴된 아픔을 딛고 70여 년간 마을이 형성되어 왔구나!”라는 생각을 좀처럼 지울 수 없었다.

가끔 군문교 안성천을 산책하고 집으로 돌아오는 원평동 길 보도에서 평택군청, 평택소방서, 평택경찰서, 세무서, 우편소라는 도로의 표지석이 보인다. 그러나 아쉽게도 옛 건물은 거의 다 사라졌고 극히 일부 흔적만 남아 있다. 만약 당시 유엔군의 오폭사건이 없었다면 지금 평택역 주변의 원평동과 신평동은 서울의 북촌 한옥마을이나 군산 근대역사박물관 주변과 같이 역사성이 있고 볼거리와 이야깃거리가 남아 있는 지역이 되어 있었을텐데….

그렇다면 1950년 평택역 오폭사건 이후 평택역사 주변의 가장 큰 변화는 무엇이었을까. 첫번 째는 2009년 4월 AK플라자 백화점이 평택 민자역사에 들어선 점이라고 할 수 있다. AK플라자가 들어서기 전 원평동과 신평동 사이에는 육교가 설치되어 있었다. 당시 주민들로부터 “태풍과 비바람이 몰아치는 날이면 평택역 육교를 건너기가 매우 공포스러웠다.”라는 말을 들었다. 그 후 평택은 소사벌지구, 삼성전자의 유입과 고덕신도시의 개발로 급속하게 도시화가 진행되었다.

 

평택역 복합문화광장 조성 사업은
역 동쪽과 서쪽 연결하는 도로망과
심각한 교통병목 현상 반드시 해소해야
명실상부한 랜드마크 될 수 있을 것

지금 평택역은 오폭사건의 아픔을 딛고 두 번째로 획기적인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평택시는 지난 6월 초 구도심 지역의 평택역을 복합문화광장으로 2025년까지 810억 원의 사업비를 들여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복합문화광장의 설계안을 보면서 뭔가 꽉 막힌 듯한 답답한 마음을 갖게 됐다. 이번 설계안에는 이미 공사에 들어간 합정동 주공 1, 2단지의 고층아파트 건설, 전 군청 자리에 힐스테이트 파밀리에의 45층 고층 주상복합아파트, 쌈리지역에 초고층 복합건물의 건립 등 극심한 교통체증을 전혀 예측하지 못한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러한 관점에서 다음 두 가지 사항을 제안하고자 한다.

첫째는 평택역 앞 광장 지하 주차장에서 AK백화점 남쪽이나 북쪽, 어느 한 곳으로 원평동(서쪽)과 신평동(동쪽)으로 차량 진출입이 가능하도록 설계를 변경할 필요가 있다. 지난 6월 평택역 복합문화광장 계획이 발표된 직후 팽성 쪽 주민과 의견을 나누었다. 그는 “평택역 앞 지하주차 공간을 팽성이나 서평택 주민이 급히 이용하려면 통복시장 앞을 지나오거나 천안 방면 평택장례식장옆 지하차도를 이용해야 한다. 때문에 평택역 앞 지하 주차장까지는 최소 10여 분의 시간이 더 걸린다”고 했다. 또한 “평택역 복합문화광장 계획은 어디까지나 평택역 동쪽에 거주하는 사람들에게만 편리함을 제공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따라서 설계를 변경해서라도 평택역 AK플라자 지하주차장을 중심으로 동쪽과 서쪽으로 차량의 진출입이 가능하도록 설계를 재검토해야 한다.

둘째는 중장기적으로 평택역 앞에서 통복시장까지의 편도 1차선 도로를 편도 2차선 도로로 확장해야 한다. 지금도 러시아워 시간에 평택역에서 통복시장까지 병목현상은 매우 심각하다. 그러나 이 작업은 오랫동안 평택역에서 통복시장 양쪽에 늘어서 있는 일부 상가를 철거해야만 하는 어려움이 있다. 또 하나의 대안으로 평택역 앞 지하 주차장에서 통복시장까지 지하로 이용해 이동하는 방법도 있다.

호주 시드니에 있는 오페라하우스는 시민들의 편의와 더 높은 완성도를 위해서 처음 계획보다 6년이나 더 걸리고 비용도 처음보다 15배를 더 들여 연간 1천만 명 이상 방문하는 명실상부한 랜드마크로 자리매김했다. 평택역 복합문화광장도 2025년까지 무리해서 완공하기보다는 중·장기적인 안목을 가지고 획기적인 방안으로 교통의 동맥경화 현상이 나타나지 않도록 재설계를 추진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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